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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코끼리 ㅣ 노는날 그림책 40
로렌초 콜텔라치 지음, 리사 로프레도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는날 / 2026년 5월
평점 :
22개월 딸아이와 함께 잠들기 전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 어느새 하루의 소중한 루틴이 되었다.
이날은 노는날 출판사에서 출간한 한밤의 코끼리를 함께 읽어 보았다.
평소 코끼리를 좋아하는 아이라 표지에 등장한 커다란 코끼리를 보자마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반가워했다.
나 역시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렀다.

그리고 책과 함께 도착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엽서와 주인공 엘리오 일러스트가 담긴 키링도 함께 받을 수 있었다.


한밤의 코끼리는 아무리 피곤해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코끼리 엘리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평소 불면증도 꽤 심한 편이라 멜라닌까지 먹고 있는 나로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엘리오의 모습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엘리오는 따뜻한 캐모마일 차를 마셔도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아 보아도 잠이 오지 않는다.
결국 시계가 열두 시를 알리자 억지로 잠을 청하는 대신 문을 열고 밤의 도시로 나선다.
그 선택이 이 그림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모두가 잠든 텅 빈 거리를 걷는 엘리오의 모습은 조용하면서도 자유로워 보였다.
낮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도시가 밤이 되자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아이는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다양한 풍경을 손으로 짚으며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특히 어두운 밤을 표현한 색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검은색으로 채운 밤이 아니라 깊고 다채로운 색을 활용해 밤의 신비로움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덕분에 아이도 무서워하기보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야기에 집중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밤이 되어야만 드러나는 도시의 진짜 얼굴'이었다.
낮의 소란함이 사라진 놀이공원, 깊은 잠에 빠진 장난감들, 고요하게 빛나는 거리의 풍경들은 마치 꿈속 세상처럼 느껴졌다.

어른이 된 지금은 밤을 피곤함과 휴식의 시간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밤 역시 또 하나의 모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어른들에게는 잊고 지냈던 감성을 선물하는 작품이었다.

한밤의 코끼리는 이야기뿐 아니라 그림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가치가 있다.
이 작품의 그림을 그린 리사 로프레도는 2025 볼로냐 아동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2026 나미콩쿠르 수상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왜 세계가 주목하는 작가인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기발한 화면 구성과 과감한 색채 표현은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글을 쓴 로렌초 콜텔라치의 서정적인 문장과도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엘리오는 포근한 담요 속에 몸을 웅크린 채 잠에 빠져든다.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한 도시의 소음이 오히려 가장 달콤한 자장가가 되어 준다.

그 장면을 보며 아이도 어느새 조용히 책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은 때때로 불안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한밤의 코끼리는 그런 시간을 설레는 여행으로 바꾸어 준다.
억지로 잠을 재우려 하기보다 밤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라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22개월 아이와 함께 읽으며 예쁜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물론 어른인 나 역시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잠들기 전 읽어 주기 좋은 그림책을 찾는다면 그리고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잔잔한 감성을 좋아한다면 한밤의 코끼리를 꼭 추천하고 싶다.

눈을 뜬 채로도 충분히 꿈을 꿀 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가장 다정한 밤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