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주 오영선
최양선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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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동생을 부양가족으로 둔 세대주가 되고 9년간 지내온 전셋집을 비워줘야하는 처지에 놓인 스물아홉 공시생 영선. 그의 일상을 담담하고도 서정적인 독립영화를 보듯 따라가며 공감하던 독자를 두고 소설은, 영악한 소비자로 정체화하고 마치 자본주의 튜터인 듯 일갈하는 캐릭터 주경민 대리를 등장시키고 줄곧 영선과 같은 심정이던 독자의 믿음까지도 뒤흔드는 선택을 주인공에게 하게 한다.

 

  전세 만기가 다가오면 전세로 가야 할지 매매를 해야 할지, 전세는 찾기 힘들고 매매는 대출금에 엄두를 못내는 무주택자와 주거안정성을 가진 주택보유자. 그러나 이사 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정감과 맞바꾼 삶이란 점심을 편의점 김밥으로 해결하던 메마른 일상에 유일한 윤기와 활기를 주기에 포기할 수 없었던 음악 스트리밍 이용권부터 가장 먼저 해지하게 하는 삶이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도 스타벅스 커피는 고르지 못하고 1500원짜리 커피를 마셔야 하는 삶, 집값이 올라도 대출금과 이자 때문에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어 버티는 삶이다.

 

  ‘미래를 저당 잡혀 현재를 희생시키는 삶을 반복하고 싶지 않고 현재를 놓치고 싶지 않기에, ‘자신이 경험한 시간이 사람들의 마음에 가닿을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면서 자신이 바라는 시간의 속도가 흐르는 공간을 찾아 만들었다는 휴씨의 <카페 HUU>. 영선과 희진에게 위안을 주던 바로 그곳에서라면 누구라도 세상의 속도나 방향과 상관없이 우리가 잃어버린 것, 정작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어지지 않을까. 휴씨처럼 봄이 오길 기다리는 겨울의 마음으로 오랜만에 소설책에 밑줄을 그어본다.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중요하고 집은 자산으로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삶의 모든 척도는 또 아니지 않나. 집을 자산으로만 몰아가는 한 방향의 시선을 희진은 거부하고 싶었다. - P189

자본의 방향과 흐름으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삶에는 큰 흐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 흐름을 놓치거나 올라타지 못했다고 해서 그들의 인생과 시간을 폄하하고 싶지 않았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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