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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준비생의 도쿄 - 여행에서 찾은 비즈니스 인사이트 ㅣ 퇴사준비생의 여행 시리즈
이동진 외 지음 / 더퀘스트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퇴사 준비생과 도쿄, 언뜻 듣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심지어 퇴사를 준비하면서 도쿄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겠다고 설명을 들어도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도쿄는 더 이상 최첨단을 대표하는 도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21세기의 갈라파고스’라는 말을 듣고 있다. 일본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유명 기업들 중 상당수가 인수되거나 사업 규모를 줄였다. 한때 세계 최고로 일컬어졌던 일본식 경영방식은 어느 사이엔가 고전 경영 관리에서나 볼 수 있는 사례 연구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제 와 도쿄에서 무슨 인사이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 책을 구입하게 된 이유는 책의 목차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발견, 차별, 효율, 취향, 심미의 5개 카테고리로 도쿄를 분류하여 그에 맞는 사례를 찾아냈다. 그리고 개중에는 기존의 일본에서 꽤나 유명한 성공 사례로 손꼽혔던 식당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있었다. 아무리 갈라파고스라고는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끊임없는 도전과 경쟁에 직면해 있었고,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롭고 신선한 케이스가 탄생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케이스 몇 개를 꼽아보면 아래와 같다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시루 카페
시루 카페는 유의미한 고객군을 모아놓고 이 고객을 원하는 사람이 돈을 내도록 만든 일종의 역발상 공간이다. 흔히 카페는 내가 돈을 내고 음료를 사 마셔야 하는 곳이지만, 시루 카페는 기업들에게 명문대 생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후원금을 받는다. 덕분에 대학생들은 돈 한 푼 안 내고 편리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공부하고 음료도 마실 수 있다. 특히 일본은 현재 고령화 사회로 인해 구인난이 심각한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은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소기업의 대우가 대기업과 차이가 현저히 줄어든 나라다. 그 덕분에 시루 카페가 더욱 성공적이었을 수 있다.
요리사 없는 식당: 미스터칸소/니시키야
일본의 유명 경영 컨설턴트가 쓴 책에서 ‘오레노’는 미슐랭 스타 셰프들을 앞세워 서서 먹는 식당임에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음식의 원가 비율이 높아도 회전율이 높으면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하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결정적인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바로 스타 셰프들이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객들이 비싼 돈을 내고 서서 음식을 먹는 이유는 유명 셰프의 음식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셰프는 사람이기에 100% 확보할 수 없다. 결국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그런데 미스터칸소와 니시키야는 그럴 염려가 없다. 하나는 통조림, 다른 하나는 레토르트라는 요리사가 필요 없는 식당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려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거나 쇼핑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 맞춰 혼술도 증가했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에 대한 통찰이 낳은 결과물이 미스터칸소와 니시키야다. 가볍게 보장된 맛으로 한 잔, 한 끼를 즐길 수 있다니 실로 좋은 아이디어다. 게다가 신선식품이 아닌 유통기한과 재고 처리도 비교적 쉽다. 통조림과 레토르트 식품의 퀄리티 상승도 이런 변화에 일조했을 것이다.
체험 경제: 쿠시야 모노가타리
뭘 튀겨도 중박은 나온다는 말처럼 튀김은 누구나 좋아하는 메뉴다. 하지만 동시에 직접 만들려면 매우 번거롭다. 온 집안에 튀는 기름과 이를 치우고 준비하는 모든 과정은 즐겁지가 않다. 오죽하면 유명 요리사도 튀김 요리는 그냥 밖에서 사 먹는 게 간편하고 좋다고 할까. 쿠시야 모노가타리는 튀김의 재밌는 순간만 손님에게 제공하는 가게다. 손님은 정해진 시간 동안 원하는 튀김을 마음껏 만들어 먹으면 된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크게 손해 보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또한 튀김 요리 자체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점포 운영도 용이하다.
무인 편의점이 생겨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사람은 점점 배제당하고 있다. 정작 소비를 해야 하는 주체는 사람인데, 물건을 파는 주체는 사람이 아니게 되는 사회다. 심지어 이런 변화 때문에 우리는 일자리를 잃기도 한다. 몇몇 사례는 그다지 와 닿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실려 있는 많은 사례들이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그것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일본 특유의 감성으로만 끝날지, 아니면 세계적인 흐름이 될지는 ‘오레노’처럼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다음에 도쿄에 갈 기회가 생기면 이 가게들을 직접 가보고 싶다 였다. 어쩌면 다른 의미의 가장 좋은 여행 가이드북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