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ㅣ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평점 :

211. 에세이/작가의 마감/나쓰메 소세키 외 29인. 202108. p298
: 다자이 오사무,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모리 오가이, 사카구치 안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에도가와 란포 등등.. 일본 소설을 좋아하고 접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또는 한 번쯤은 한 권쯤은 읽어봤을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가 담겨있다는 말에 솔깃하여 읽게 된 책, 작가의 마감.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 간다고 했나? 나는 가수도 아니고 작가도 아닌 독자일 뿐인데..
결국 나도 제목 따라.. 마감을 며칠 넘기고야 말았다..는 핑계를 대본다.. 흑흑
1장, 쓸 수 없다 / 2장, 그래도 써야 한다 / 3장, 이렇게 글 쓰며 산다 / 4장, 편집자는 괴로워
이렇게 총 4파트로 나누어 일본 대문호들의 마감분투기를 모아 엮은 책.
어떻게 이 많은 작가들의 마감에 관한 썰들을 모을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결국 모아 엮기에 성공했는지
엮고 옮긴 안은미님의 아이디어와 노고에 감탄과 함께 박수를 보낸다 :)
각 저자들의 사진과 함께 그들의 출생, 이력, 대표작, 사망 등이 작품 앞에 같이 수록되어 있어 부담감이 덜하고
배경 지식을 먼저 쌓을 수 있었기에 참 자상한 편집이구나. 애정을 담아 만든 책 같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면 기쿠치 간이라는 이가 세상을 떠난 친구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와 나오키 산주로를 기리며
아쿠타가와 상(순수문학 대상)과 나오키상(대중문학 대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와우! (p120)
읽는 동안 이미 알고 있던, 익숙한 저자들의 문장과 그들의 고뇌를 읽을 땐 반가움과 웃음이 피었고
낯설고 처음 접하는 저자들의 문장과 고뇌를 읽을 때는 오호, 새로운 저자를 알게 됐네! 라며 기쁘기도 했다.
그 중 와닿았고 기억에 남는 몇 문장을 꼽아보면...
<어쨌든 쓸 수 없다네> 나쓰메 소세키
14일에 원고를 마감하란 분부가 있었습니다만, 14일까지는 어렵겠습니다.
17일이 일요일이니 17일 또는 18일로 합시다. (p65)
ㅋㅋㅋㅋ 늦어놓고 이 무슨 당당함인가! 빵 터져버렸다.
<쓸 수 없는 원고> 요코미쓰 리이치
어떤 책에 3월생인 사람은 아침 몇 시간은 혼자 있어야 한다고 쓰여 있었다. 맞는 말이다. (p39)
같은 3월생으로서의 동질감과 ㅋㅋ 야행성에 저혈압으로 아침을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3월생이라서였어? 라는 ㅋㅋ
새로운 이유가 생겼다는 소소한 기쁨이 들었달까 :)
<한밤중에 생각한 일> 모리 오가이
비평가 아무개 군의 비평을 읽는 이유는, 그 비평으로 구로다 세이키 군의 그림을 이해하고자 함이 아니다.
나카무라 후세쓰 군의 그림을 이해하고자 함도 아니다. 비평가인 아무개 군의 머릿속을 알고자 함이다. (p99)
뭔가 자연스럽게 끄덕이게 되었던 문장. 비평을 읽는 이유...
<독서와 창작> 나쓰메 소세키
도무지 시간이 없어 독서를 못 하니 곤란하다. (중략)
남들은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니까 필시 한가하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웬걸, 그렇지도 않다.
학교에 나갈 때가 지금보다 손님이 적고 훨씬 여유로웠다. (중략)
독서하기에 가장 바람직한 밤에는 몸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정이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드러누우면 금세 잠들기에 잠자리에서 책을 읽는 일도 없다.
정말이지 하루에 책을 읽을 시간이 얼마 안 된다. (p123)
너무너무 너어어어무 공감이 갔던 문장이었다. 오히려 회사 다닐 때 출퇴근 시간에 책을 많이 읽었던 것도 같고
아기가 신생아였던 시절이 차라리 더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것도 같고...! (아님. 사실 읽은 권 수를 비교하면 지금이 많긴 많다. 소근소근)
수록된 문장 중 안 읽히는 작가는 몇 장 안 됨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같은 문장을, 같은 페이지를 반복해 읽게 하지만
잘 읽히는 작가의 문장은 정말 술술 읽혔다. 예를 들면 나쓰메 소세키.
얼렁 소장하고 있지만 못 읽고 장식용이 되어버린 그의 작품을 읽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지금 읽고 있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언급되어 더 반가웠던 책.
짧게는 오십 년 길게는 백 년이 지난 글들이지만 지금 읽어도 공감이 잘 갔던,
전혀 마감으로 골머리를 앓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이 마감으로 끙끙 앓는 모습에 친근감이 생겼던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