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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12월
평점 :

정말 오랜만에 따뜻한 소설을 만났다.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고 나도 위로를 받게 되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줬던 책.
왜 일본 서점대상 2위를 차지했는지 너무나 잘 알게해준 책, 도서실에 있어요.
(아니 이게 2위면 1위는 도대체 어떤 책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아직 우리나라엔 출간되지 않은 듯 하다ㅎㅎ)
"뭘 찾고 있지?" (p33)
마트 여성복 판매원으로 일하며 내가 이 곳에서 일하는 게 맞는 걸까 방황하는 21세 도모카.
골동품점을 열고 싶다는 꿈이 있지만 현실은 가구 제조업체 경리로 일하고 있는 35세 료.
전직 잡지 편집자였으나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단녀가 되어버린 현실에 좌절한 40세 나쓰미.
첫 회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백수 생활 중인.. 자신이 있을 곳을 찾고 싶어하는 30세 히로야.
65세로 40년 넘게 일한 회사를 정년퇴임하고 나서 이젠 뭘 해야하나 싶어진 마사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5명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겨있는 책.
각자의 이야기지만 그 중심에는 '도서실' 사서 고마치 씨가 있다.
초등학교 병설 커뮤니티 센터. 일종의 문화센터라고 볼 수 있는 그 곳에 위치한 작은 도서실.
도서실 안 레퍼런스 코너로 들어가면 몹시도 커다란.. 백곰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 가디건을 입고
바짝 묶은 머리 위에 자그마한 경단이, 그 경단에는 흰 꽃 장식 술이 늘어진 비녀 한 가닥이 꽂혀있는,
고개를 숙이고 양모 펠트하는데 여념이 없는 사서 고마치 사유리 씨를 만나볼 수 있다.
겉모습만 봤을 땐 흠칫 놀라기도 하고 섣불리 말 걸기가 무섭기도 하지만
막상 고마치 씨의 저 한 마디, 높낮이는 없지만 따스함이 느껴지는
"뭘 찾고 있지?" 라는 한 마디를 듣는 순간 모두 무장해제 되어버리고...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을 이야기 한 후 고마치 씨가 건네주는 책 목록과 함께 딸려오는 '부록'.
고마치 씨가 직접 양모펠트로 만든 후라이팬, 고양이, 지구, 비행기, 게를 부록으로 받게 된 이들!
(왜 이런 뜬금없는 것들을 부록으로 받았는지 궁금하시다면 책을 읽어보시길! 요 아이들은 책 표지에 그대로 나와있다!)
거기다 책 목록에는 자신의 관심사와는 뜬금없는 책이 한 권 들어가있기도 해서 이게 뭔가 싶어지지만
막상 그 책을 빌려 읽고, 부록을 만지작거리는 동안 지쳐있던, 방황하던 그들에게 위로가 되고
그동안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하기에..
책을 읽는 동안 등장인물들과 함께 위로 받기도 하고 나 또한 그들처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앞에서 잠깐 등장했던 이가 뒤에서 깜짝 등장하기도 해서 무척 반갑기도 했고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은 기분에 행복해졌던 시간. 나도 고마치 씨를 만나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마치 씨는 저자의 두 번째 책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에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조만간 그 책도 꼭 읽어봐야겠다! 추운 겨울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주는 책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강추하는 책이다 :))
+) 책 속에서
할 일이 태산인데 '시간이 없다'는 변명 따윈 이제 그만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있는 시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나갈 것이다. (p148)
"뭐, 원래 육아라는 게,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투성이니까.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일들이 태반이지."
"네, 네, 맞아요."
"곰돌이 푸를 보고 귀엽다고 생각하는 거랑 실제로 곰과 함께 생활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잖아요. 그 정도예요." (p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