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드 홈즈
전건우 지음 / 몽실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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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한국추리/​살롱 드 홈즈​/전건우. ★★★★★. 20191223-24. 340p

: 몽실북스에서 출간 된 따끈따끈한 신작! 한국작가의 책을 많이 안 읽는 편이라 기회가 된다면 읽으려고 노력 중인데

마침 한국작가의 책이라서 바로 스타트!


"모두가 알다시피 쥐방울은 성추행범으로 거기가 무척 작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해 쥐방울이라는 별명이 붙었어.

어쩌면 그 자격지심 때문에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일 수도 있고." (p51)

오래 된 아파트 단지에 여자가 엘리베이터에 타기만을 기다렸다가 바지 벗고 이상한 짓을 하는 변태가 나타났다.

일명 쥐방울!

그런데 이 변태 놈이 두 달 동안 잡히질 않아 약이 오른 경찰과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무려 천 만원이라는 거금의 현상금을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삼십 대 후반의 평범한 아줌마이자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려 동네 신경정신과를 다니고 있는 공미리는

자신과 함께 곰인형 눈 붙이기 알바를 하는 멤버들

- 아파트 앞에서 명목상 주인이지만 매일 성인 콜라텍으로 출근하는 남편 대신

광선슈퍼를 운영하며 이들의 정신적 지주와 다름없는 왕언니 전지현,

경찰 남편에게 살 쪘다고 맨날 구박받고 무시 당하는 추경자,

미혼모로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며 아들 철이를 키우는 박소희 - 과 함께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탐정이 되어 쥐방울을 잡고자 하는데..


평범하고 집에선 남편에게 무시 당하고.. 곰인형 눈깔 붙이는 부업을 하며 열심히 사는 주부들이 모인 '주부탐정단'.

이 들이 제일 탐정이 되고 한 일은 바로 복장 갖추기!

탐정의 조건이라는 트렌치코트, 알이 큼지막한 짙은 선글라스, 그리고 스카프!!

(여기서 표지의 인물들의 복장이 왜 그런 지를 알 수 있닼ㅋㅋㅋ 섬세한 일러스트...bb)

과연 이들이 경찰들도 못 잡았다는 쥐방울을 잡을 수 있을까? 하며 읽어나가보니

어멈머? 생각보다 주부 네트워크를 무시할 게 못 된다ㅋㅋ 아니 경찰보다 훨씬 낫다!

거기다 경비 책임자 광규의 도움까지! (물론 우리의 주부 탐정단 압박에 진 거긴 하지만...ㅋㅋ)


"결국 비정상적인 시스템이 괴물의 출몰을 부추기는 거야." (p130)

그런데 이거 이거, 쥐방울이 문제가 아니다. 아파트에 사는 20대 여성이 실종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며칠 뒤 검은 봉지에 잘린 손목과 함께 악명 높은 토막 살인범, 일명 스마일맨의 표식이 함께 발견된다.

거기다 주부 탐정단의 멤버 중 한 명이 납치되는 끔찍한 상황까지 발생해버리고 만다.

과연 나머지 멤버들은 납치 된 멤버를 구출할 수 있을까?!


사실 저자의 책 중 하나인 <밤의 이야기꾼들>은 공포,호러물이라... 나와 맞지가 않았기에 T_T 기대 반 걱정 반이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하자~~ 걱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흥미진진하게 열심히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던ㅋㅋ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해도 나중엔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다 :)

가독성 굿! 흡입력 굿! 결말도 나름 마음에 들고~~

특히 왜 제목이 '살롱 드 홈즈'가 되었는지를 알게 된다면.... 요고요고, 꼭 프롤로그 같다ㅋㅋㅋㅋ 후속작이 나올려나?

>_<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당!

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을 책.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말이 약간 오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응. 아빠가 지금 치킨 사 가고 있어. 조금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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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킬러 시리즈 2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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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일본소설/​마리아비틀​/이사카 고타로. ★★★★★. 20191217-22. 664p

: 애정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이사카 코타로! 작년 몽실북클럽에서 이사카 코타로 책 읽기 릴레이를 했었기에, 그 때 이사카의 작품을 꽤 많이 읽었었다.

이 <마리아비틀>도 그 중 한 권 이었던! 참 재밌게 읽었던 '킬러 시리즈'였는데, 원래 21세기북스에서 나왔던 책이 표지가 개정되어

RHK에서 새로 나왔다길래 덥썩ㅋㅋㅋ 서평단을 신청해서 다시 한 번 재독 도전!

소장 중인 <악스>와 같은 일러스트의 표지라서 소장하고 싶어서 신청했는데, 무려 664페이지인 벽돌책이라는 건 잠시 잊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의 이사카 코타로! 역시나 가독성, 흡입력이 최고라 믿고 읽을 수 있는 *^^* 한 200페이지 정도까진 계속 시간이 잘 안 나서 못 읽다가...

남은 400여페이지는 하루 맘 잡으니 후딱 읽을 수 있었다.

이사카 책은 요렇게 시점이 바뀔 때 마다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a.k.a.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SOS 원숭이, 화이트래빗 등등)

이게 눈에 확 잘 들어와서 참 좋다는 :3


겉으로 보았을 땐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중학생 도련님 같은 외모지만 실상은 행운의 여신에게 사랑받으면서 악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왕자(오우지).

그의 계략으로 인해 아들 와타루가 건물 옥상에서 추락해 의식불명이 되자

와타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왕자가 타고 있다는 신칸센에 오르는 전직 킬러, 현 알콜중독자인 기무라 유이치.

업계에서 악명높은 미네기시의 아들이 납치됐고, 그 아들을 구출하고 몸값까지 되찾아 미네기시에게 잘 전달(?)하는 미션을 받은 현직 킬러 밀감과 레몬.

신칸센에게 트렁크 하나를 훔쳐 다음 역에서 내리면 된다는 매우 간단(?)한 임무를 맡은,

현직 킬러지만 불행의 여신에게 사랑받는... 어딘가 매우 엉성하지만 정말 생존이 걸린 문제일 땐 휘까닥 머리회전이 빨라지는 무당벌레(나나오).


이 들이 탄 시속 200km가 넘는 신칸센에서 벌어지는 온갖 사건 사고들!!

과연 이들은 본인이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등장인물이 꽤 많긴 하지만 워낙 개성들이 뚜렷하고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기에 입체적이며 흥미진진한 소설 :)


이사카 코타로의 '킬러 시리즈'는 <그래스호퍼> -> <마리아비틀> -> <악스> 순서로 이어지는데, 사실 전작을 안 읽었어도 읽는데엔 지장이 없으나

그래스호퍼에서 등장했던 푸시맨(코드네임 나팔꽃), 학원강사 스즈키, 데라하라를 저승으로 보낸 말벌 콤비도 재등장하고

중개업자 복숭아, 자살 유도 전문 킬러인 구지라(코드네임 고래), 데라하자 부자 이야기 등등이 언급되어 전작을 읽었다면 더 재미가 쏠쏠 할 듯 하다!

사실 '킬러시리즈' 중에서 개인적으로 이 책, <마리아비틀>이 제일 재밌는 것 같다 *^^*

이사카 시리즈는 항상 복선이 꽤 깔려있고 별거 아닌 내용 같은 것도 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언급되는 경향이 있기에ㅋㅋ

주의해서 읽는다면 더더 재미가 배가 될 책!


여기서 문제~~~ 어떻게 보면 밀실과도 다름 없는 신칸센에서~~~~ 시체는 몇 구나 나올까요?!


▶ 책 속에서

제일 애정이 갔었던 밀감과 레몬 콤비. (특히 레몬ㅋㅋ) 이 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넘나 반가웠던.

그래, 밀감과 레몬의 티키타카가 그리웠어! 저런 레몬의 위트가 그리웠어! 이런 이사카 식의 유머가 그리웠다궁!!


소설 문장이 머릿속에서 울려 퍼졌다. "우리는 멸망해간다. 제각각 홀로."

함께한 시간이 제아무리 길더라도 사라져갈 때는 모두 혼자일 뿐이다. (p517) (구판에서는 p476)

 - 이 부분은 저번에도, 이번에도 읽을 때마다 짠해진다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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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처럼 숨 쉬어 봐 - 어린이를 위한 언제 어디서든 차분하게 집중하며 마음을 채우는 순간 30
키라 윌리 지음, 애니 베츠 그림, 김선희 옮김 / 담앤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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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그림책/​곰처럼 숨 쉬어봐​ | 어린이를 위한 언제 어디서든 차분하게 집중하며 마음을 채우는 순간 30/키라 윌리. ★★★★. 20191217. 100p

: 임신을 하고선 부쩍 그림책이나 육아, 태교 관련 된 책에 눈길을 주는 편인데 마침

 '긍정적인 힘을 찾는 방법, 차분해지는 마음을 전해 주는 어린이 마음챙김 안내서' 라는 책 소개에 홀려서 읽게 된 책 :)

 

어린이 음악 분야 수상 아티스트이자 어린이 요가 전문가이며, 요가 학교 프로그램 창시자인 저자가 자신이 특기를 살려 일상생활에서 마음을 챙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책으로

차분해지기 / 집중하기 / 상상하기 / 기운 내기 / 긴장 풀기 총 5개 파트로 각 파트마다 6개씩 총 30개의 마음챙김법이 담겨있기에 나중에 내가 원하는 부분만 찾아 읽기에도 용이할 것 같았다 :)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아주 천천히 내쉬어요.

차분해지기 파트의 제일 처음에 수록되어있는 '양초 불기'. 글밥과 그림이 참 잘 어울려서 아이들도 흥미롭게 읽을 것 같고 일단 글밥이 많지 않아서 책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도 거부감이 없을 것 같다.

각 파트에 딸려있는 마음챙김법이 묘사는 달라도 호흡이라든지 명상이라든지가 비슷비슷해서

그 중 내가 마음에 드는 걸, 원하는 걸 골라 일상에서 써먹기 좋을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차분해지기 파트의 또 다른 방법 '다섯까지 세기'

이 방법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기억했음 하는, 일단 나 부터가 꼭 기억했으면 하는 방법이라 (ㅋㅋ) 꼽아두었다.

약간 감정기복이 있는 나이기에 간혹가다 울컥! 할 때가 있는데 그 때 바로 다다다다다 울컥한 기분대로 쏟아내면 나중에 그걸 다시 담을 수도 없고

괜히 상대방에도 상처를 주고 나도 상처를 받을 수가 있는데 그럴 때에도 이 방법을! 숨을 들이마시면서 속으로 하나.. 둘.. 셋.. 넷.. 다섯..을 세어 보고,

숨을 내쉬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을 세어본다면, 이걸 반복한다면 자연스럽게 차분해지고 화가 가라앉으며 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될테니!

 

상상하기 파트에 수록 된 '오늘 나는 어떻게 할까?'

오늘 남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마음 속으로 긍정적인 문장 하나를 골라서 밖으로 내뱉기!

말하는 대로~~~~ 라는 노래가 있는 것 처럼, 긍정적인 말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될 테고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테니...

역시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았으면 하는 그림책이었당 ^0^

 

 

제목이 왜 '곰처럼 숨 쉬어봐' 인 지를 알 수 있는 부분! ㅋㅋㅋㅋ 무엇이든지 상상하는 대로! 마음을 어떻게 채울 지는 내 맘대로 상상하는 즐거움으로!

아기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켜도 좋고, 곰처럼 숨을 쉬어도 좋고! 어떤 식으로 하든 간에 언제 어디서든지 내 마음 챙기는 법을 알려주는 그림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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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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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의 16번째 책은 <베어타운> 후속작 ​우리와 당신들​.

항상 모든 작품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이다. <베어타운>을 감명깊게 읽었기에 서평이벤트가 올라오자마자 냅다 신청해서 받은 책 :)


눈과 숲, 그리고 하키가 전부인 작은 마을 베어타운. 그렇기에 하키 유망주 케빈이 저지른 끔찍한 성폭행 사건 조차 그냥 덮어두고 넘어가려고 했던 마을.

가해자를 지목했고, 경찰조사가 들어갔지만 결국 무혐의로 풀려나게 된 케빈은 마을을 소리소문없이 떠나고, 이젠 모든 것이 괜찮아질거라 믿었건만

현실은 베어타운 하키 코치와 선수들 대부분이 헤드로 이적하게 된 것, 그래서 베어타운 하키팀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 등등을

전부 마야탓으로 돌리고 본인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마을 주민들..

그리고 그 안에서 무너져가는 가족을 보면서 그래도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마야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베어타운> 두 번째 이야기.


자신과 케빈 둘 만의 공간이었던 작은 섬을 마야와 아나에게 알려주고 떠나던 벤이의 심정은 어땠을까.

결국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성 정체성을 폭로당했을 때,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겨진 것 같았을 벤이의 심정은...

딸을, 누나를 지키지 못 했다는 사실 때문에.. 자기 때문에 가족이 무너져버리는 모습을 보게 된 마야의 심정은 어땠을까.

한 평생 하키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는데 그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을 처지에 놓인 페테르의 심정은?

항상 가족을, 남편을 먼저 생각하느라 정작 자신의 일은, 커리어는 지키지 못 해 좌절하고 또 좌절한 미라의 심정은?


등장인물들의 심정 묘사가 절절하게 느껴졌던 책.

성폭행 가해자와 피해자, 성소수자, 그리고 그들의 가족과 친구. 사랑과 우정. 삶과 죽음..

여러가지 주제를 담고 있었기에 생각보다 무겁게 느껴졌던 책. 다들 결국엔 해피엔딩 - 이길 바랐으나 그렇지 못 했기에 먹먹하고 안타까웠던.

역시나 배크만 책은 읽을 때 마다 마음이 아파오고 여운이 짙게 남는 듯..


<베어타운> 마지막 부분,

'십 년 뒤에 그 중 두 명은 프로 선수로 활약하고 있을 것이다. 한 명은 아빠가 되었을 것이다. 한 명은 죽었을 것이다.(p563)' 때문에

그 뒷 이야기가 꽤나 궁금했었는데, 드디어 그 답을 알 수 있었던 <우리와 당신들>.

남겨진 이 들의 앞으로를 응원해주고 싶었던 책 :)


▶ 책 속에서


정적 속에서 네 시간을 달렸을 때, 숲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베어타운에서 멀어졌을 때 케빈이 어머니에게 속삭인다.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젓고 도로를 볼 수 있도록 눈을 열심히 깜빡인다.

"아니. 하지만 지금보다 나은 사람은 될 수 있지." (p23)


레오는 열두 살이고 올해 여름에 사람들은 항상 복잡한 진실보다 단순한 거짓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짓에는 비교를 불허하는 장점이 있다. 진실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는 반면 거짓은 쉽게 믿을 수만 있으면 된다. (p31)


죽음이라는 게 그런 식이다. 전화 통화와도 같아서 항상 끊으면 바로 그 순간 하지 못한 말이 정확하게 떠오른다.

이제 저편에는 추억으로 가득한 자동 응답기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져가는 목소리의 파편들뿐이다. (p516)

 

 

내일도 우리의 마을 위로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눈이 부시도록. (p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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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해일이 된 여자들 - 페미몬스터즈에서 믿는페미까지― 우리는 어떻게 만나고 싸우고 살아남았는가
김보영.김보화 지음 / 서해문집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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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해일이 된 여자들

| 페미몬스터즈에서 믿는페미까지 - 우리는 어떻게 만나고 싸우고 살아남았는가

| 한 시대 페미니스트들의 탄생과 상처 그리고 힘의 기록

 

올 해의 10번째 책은 서해문집 서포터즈 북씨북씨 활동으로 읽게 된 ​스스로 해일이 된 여자들​.

페미니즘 도서라고는 치마만다 은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밖엔 읽어보질 못 했었는데..

이 책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해져서 신청하게 되었다.


그저 페미니즘의 정의라든지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아닌,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부터 시작해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페미니스트 단체들을 인터뷰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추모 행동을 계기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차별적, 배타적으로 구성된 법과 제도, 규범에 맞서는 ​페미몬스터즈​.

'한국 최초 여성주의 정당 탄생'을 꿈꾸는, 여성 문제의 정치화를 위해 활동 중인 ​페미당당​.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와 관련된 주제로 여성해방운동을 하고 있는 ​불꽃페미액션.

대구 지역 내에서 페미니스트들 간의 연대를 확장하고 있는 ​나쁜페미니스트​.

#영화계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을 계기로 만들어진 페미니스트 영화, 영상인 모임 ​찍는페미​.

대학 구성원 모두 성별과 위계로 인한 폭력으로부터 안전하도록. 누구나 평등한 대학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펭귄프로젝트​.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여성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비영리 여성인권운동 단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여성주의 정보 집합체이자 인터넷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위키가 되는 것이 목표인 ​페미위키.

게임 내 여성 혐오와 차별이 사라지도록, 즐겁게 게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여성 게이머 단체 ​페이머즈​.

교회 내에서의 성차별 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크리스천 페미니즘 운동 단체 ​믿는페미​까지.. 총 10개의 단체들을 인터뷰한 책.

 

 (p59)

박근혜 탄핵을 위한 촛불 집회 때 조차 성희롱을 당했던 여자들. 그렇지만 대의(탄핵)을 위해서 이런 사실을 언급하면 안 될 분위기였다는 말에 충격.

사실 여성으로 살면서 누구나 최소한 한 번쯤은 성희롱을 당해본 경험이 없지 않을거다.

지나가다, 또는 학교에서도 바바리 맨 등 성도착증 환자들 때문에라도 보고싶지 않은 것을 ㅡㅡ 본 경험도 있을테고

교사 같지도 않은 변태 교사를 만난다든지, 직장 상사나 학교 선배가 원하지도 않는 터치를 한다든지 또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치한을 만난다든지 등등..

나만해도 이 모든 걸 겪어보았기에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되고 속이 상했었다.

 

(p61)

그렇지만 나는 무언가를 해보려 시도해보지 않았고, 그저 내가 겪었을 당시에만 나 자신 하나만을 보호하기에 급급했는데

이들은 모두를 위해 그룹을 만들고 연대를 하고 자기들끼리 보호를 하고 운동을 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됐었던 책.


머리로 아는 거는 그나마 쉬운데 그걸 실천으로까지 옮기기가 어려워요. 이를테면 내가 어떤 상황에 대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낄 때,

그걸 지적할 건지 그냥 넘어갈 건지 늘 고민하게 돼요. 상대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인지, 나의 컨디션이 어떤지에 따라

어떤 때는 하고 어떤 때는 그냥 넘어가요. 늘 어려운 것 같아요. (p114-115) 


굉장히 공감되었던 말.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계속 고민하게 되고 고민하게 되는.....

 

(p164)

우리는 서로의 펭귄이 될 거야


그렇기에 펭귄프로젝트의 '퍼스트 펭귄', 그리고 '허들링' 이야기가 굉장히 인상깊었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펭귄은 사냥을 하러 바다에 들어갈 때에도 바닷속에 혹시 모를 천적 때문에 한참을 머뭇거린다고 한다.

그 때 이 머뭇거림을 깨고 바다로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처럼 대학 내 성폭력,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 바로 펭귄프로젝트. 내가 시작할게! 라는 의미랄까.

하지만 먼저 나서기는 솔직히 부담이 없지 않으니... 그들을 위한 게 바로 '허들링'.

'허들링'도 역시 펭귄의 생태모습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영하 50도에 이르는 남극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 무리 전체가 몇 겹의 원을 만들어

몸을 붙이며 서로 체온을 나누고, 조금씩 움직이며 바깥 쪽 펭귄과 안 쪽 펭귄이 자리를 바꾸는 모습을 말한다고 한다.

이처럼.. 직접적으로 나서긴 어렵지만 내가 옆에 있어줄게. 라는 느낌이랄까?


사실 메갈, 이라고 하면 미러링이 너무 심해서 마치 일베가 있다면 한 쪽엔 워마드 메갈이 있다. 라고 하는 말들을 들어왔기에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었는데 이 책을 읽어가며 내가 너무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던 것이 아닌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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