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르티잔, 매혹의 여인들
수잔 그리핀 지음, 노혜숙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법에 명시된 남녀평등 위에 사는 현대의 여성은 과거의 여인네들 보단 확실히 사람다운 모습과 품위를 갖추고 삽니다. 여전히 보이는 벽과 보이지 않는 벽속에서 자신을 찾고 나타내기 위해서 부대끼긴 하지만 말입니다. 부대끼는 세상속에서 여자의 아름다움은 축복인 동시에 걸림돌이기도 하죠. 어느 순간 나를 밀어주는 순풍이었다가 힘겹게 오르는 사다리에서 발목을 잡는 무거운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그 양면적인 성격을 띨 수 밖에 없는 여자의 아름다움은 그 옛날 과거의 여인들에겐 다시 없는 찬스였나 봅니다. 아름다움 자신을 세상에 던지고 동시대의 여인들이 가질 수 없고 누릴 수 없었던 자유와 부를 한껏 누린 여인들을 코르티잔이라고 한답니다. 부유한 남정네를 상대하고 사회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 여자들을 코르티잔이라 부른다는 걸 오늘에사 알았군요.
코르티잔은 특별한 아름다움을 갖고 낮은 신분으로 태어난 여인들이 당연히 누려야할 사람의 권리를 조금이나마 행사하기 위해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아름다운 그녀들이 하는 일이니 전설이 생기고 아무개에서 아무개로 이어지는 계보도 생깁니다. 책 속에 언급된 코르티잔중 하나인 베로니카는 얼마전 영화속에 주인공이더군요. 영화에서 뭐라고 나온 것 같은데 그게 코르티잔인줄 몰랐습니다. 그냥 우리가 흔히 부르는 고급음음이라고 나와서...몸을 밑천으로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으니 저리 불린다해서 별 억울할 것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여자들에게 붙여지는 낮고 천한 표현의 성적인 저 말이 그리 유쾌한지 않습니다.
부르는 말이 달라지고 드러나는 모습이 변했다해서 코르티잔이 하던 일이나 일의 성격이 확 달라진 건 아닌가 봅니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누구누구를 지칭하며 말을 할 수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여성의 자유와 존엄이 획득될 수 있었다면 더 없이 좋았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정숙한 아내를 둔 남편을 상대로 호사를 누린 그녀들에게 돌 던질 마음은 안 생기네요. 물론 얻는 것 없이 잃기만 해야했던 같은 여자인 아내의 눈물이 걸리긴 하지마...모든 제약과 억압을 뛰어넘고 싶었던 그녀들의 방법에 동조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여성을 경시하는 시대속에서 어쩌면 그들은 사람다운 사람이고자 자기가 가진 가장 좋은 패를 던지고 도박을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장 크고 진한 인생이라는 게임에서..그 기개만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