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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도서협찬
이 게시물은 출간 전 서평단 모집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생이란 매끈하게 연속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여러 면을 가진 존재고, 상대에 따라 보여주는 얼굴이 달라진다."
✨️천재란 무엇인가?
독서의 순수한 즐거움을 다시금 되찾고 싶다면, "스프링"은 더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예술이 삶과 맞닿는 그 찰나의 순간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
온다 리쿠(恩田陸)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섬세한 필력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링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해 왔습니다. 대표작 '꿀벌과 천둥'에서는 피아노 콩쿠르를 배경으로 음악을 통한 삶과 예술의 본질을 탐구했으며, '스프링'에서는 발레를 통해 예술의 경계와 가능성을 묘사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독특한 시점과 입체적인 인물 묘사로 유명합니다.
"스프링"은 천재 무용가 요로즈 하루의 삶과 예술을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조망한 장편 소설입니다. 네 가지 파트로 나뉘어 각각 다른 화자가 하루와 발레를 통해 교차하는 삶의 이야기를 전달하며, 발레를 통한 성장과 인간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예술적 영감, 열정, 그리고 그가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하루의 내면과 춤의 세계가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본’ 것만 같았다.”
요로즈 하루는 발레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그려내는 천재입니다. 어린 시절 발레를 처음 마주했을 때 그의 가슴속에서 “딸깍” 하고 울렸다는 순간은 그의 예술적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춤을 통해 우주를 움켜쥐고, 자신의 형태를 찾으려는 하루의 여정은 무용수로서의 성공 과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작품은 각 장마다 화자가 달라지는 구성으로 독자를 안내합니다. 하루의 동료, 삼촌, 작곡가 친구,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루 자신이 화자가 되어 그의 내면과 외면을 탐구합니다.
하루의 독특한 인물상이 동료 준의 시선으로 묘사되며, 그의 남다른 천재성과 인간적 결함이 섬세하게 드러납니다. 또한 하루의 어린 시절과 발레에 대한 첫 만남이 삼촌 미노루의 따스한 시선 속에서 그려집니다. 발레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어린 하루의 모습은 큰 감동을 줍니다.
특히 세번째 장에서는 하루와 작곡가 나나세의 협업을 중심으로 하루의 안무 세계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하루의 예술적 열정과 고뇌가 생생히 전해지며, 나나세의 음악과 하루의 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는 예술의 협업이 가지는 힘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하루 자신이 자신의 삶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으며 이야기를 완성합니다.
이러한 다층적 서술 방식은 하루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그의 예술 세계와 인간적 고뇌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발레라는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초점은 ‘만남’과 ‘성장’입니다. 하루가 주변 인물들과 관계를 맺으며 서로를 스프링보드 삼아 발전해가는 과정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잘 드러냅니다.
하루는 발레 세계에서 빛나는 천재로 그려지지만, 온다 리쿠는 그의 이야기를 성공 서사로만 그리지 않았습니다. 하루의 천재성이 빛나는 만큼, 그와 주변 인물들 간의 갈등과 어긋남 역시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사람의 성격도 반드시 일관된다고는 할 수 없다. 인간은 여러 면을 가진 존재고, 상대에 따라 보여주는 얼굴이 달라지며, 어긋남과 모순이 도처에 존재한다.”
작품 속에서 발레는 예술을 나타내는 것 뿐만이 아니라, 하루와 그의 주변 사람들을 연결하고 갈라놓는 매개체로 기능합니다. 하루의 춤은 주변 인물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지만, 동시에 그와 비교되는 자신의 평범함에 괴로워하는 모습도 묘사됩니다. 발레라는 완벽을 요구하는 예술을 통해 인간의 불완전함과 고뇌를 드러낸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다가 만났고, 접촉했고, 뛰어올랐다. 서로가 서로를 스프링보드로 삼았던 것이다.”
작품에서 ‘스프링’이라는 제목은 다층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단순하게 봄을 상징하는 단어가 아니라, 인생과 예술을 도약시키는 스프링보드로서의 역할을 의미합니다. 하루와 그의 주변 인물들은 서로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스프링보드로서 기능합니다.
이들의 만남은 우연적이지만 필연적으로 보이며, 서로가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변화합니다. 이러한 관계성은 독자로 하여금 예술뿐 아니라 인간 관계의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들었습니다.
발레라는 시각적 예술을 텍스트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스프링"은 도전적인 작품입니다. 온다 리쿠는 발레 공연의 역동성과 아름다움을 생생히 묘사하며, 춤의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봄의 제전'과 같은 클래식한 곡에서 영감을 받은 장면들은 읽는 내내 그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발레의 예술적 언어와 음악, 안무가 교차하며 만들어지는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이미지는 하루의 무대로 초대합니다.
그럼에도, 하루의 천재성이 발레라는 세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충돌하고, 발전하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은 감상 이상의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는 예술이 재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환경 속에서 갈등하고 성장하며 만들어지는 과정임을 암시하는 듯 하였습니다.
특히, 하루의 독무 "봄의 제전"은 안무가 아닌 기도에 가까운 것으로 묘사됩니다. 📌“오늘도 춤출 수 있기를, 내일도 춤출 수 있기를.”라는 하루의 내면적 외침은 예술가로서의 그의 고뇌와 열망을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춤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춤이라는 그의 태도는 독자들에게 예술의 숭고함과 치열함을 동시에 전합니다.
하루와 그의 주변 인물들 간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소꿉친구와의 예술적 협력, 외삼촌의 영향, 발레단 동료와의 경쟁과 우정 등이 얽혀 하루를 형성했습니다. 특히 발레를 향한 하루의 열정이 그의 사랑과 예술 모두에 스며들어 있는 모습은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작중에서 언급된 “때마침 우연히”라는 표현은 인물들 간의 만남을 운명이 아니라 노력과 환경의 산물로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온다 리쿠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섬세하게 조망하는 작가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계기였습니다.
온다 리쿠는 이 작품에서 발레라는 예술 장르를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진다.
💡왜 우리는 예술을 보고, 느끼고, 감동받는가? 왜 무용수는 무대에서 춤을 추며 삶을 소모하는가?
📌“무대 위의 예술가와 함께 인생을 다시 사는 것”이라는 문장은 예술이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깨닫게 합니다. 예술은 삶의 축소판이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춤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됩니다. 이 소설은 발레라는 무대를 통해 예술의 본질과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힘을 강렬하게 표현합니다.
온다 리쿠의 유려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은 하루의 세계로 몰입시키며, 천재와 평범함의 경계를 성찰하게 합니다. 발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온다 리쿠의 글은 발레 무대의 한가운데로 데려가고, 예술의 환희와 절망을 생생하게 느끼게 합니다. 발레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경의를,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황홀함을, 그리고 삶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예술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도약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소설은 그들만의 스프링보드를 찾는 데 훌륭한 영감이 될 것입니다. 발레나 예술의 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 온다 리쿠의 이전 작품인 '꿀벌과 천둥' 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 그리고 한 인물의 복합적인 성장과 인간 관계를 탐구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