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 - 4점짜리 꼴찌에서 아이비리그 학생이 되기까지
손동민 지음 / 비욘드 / 2026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_
《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공부’보다 ‘길을 잃어야’라는 말이었다. 대개 길을 잃는 것을 실패로 생각한다. 남들보다 늦어지고, 계획에서 벗어나고, 뚜렷한 목표 없이 헤매는 시간을 인생에서 지워야 할 낭비처럼 여기기도 한다.
특히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고 취업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서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조금만 다른 길을 선택해도 ‘왜 남들과 다르게 가느냐’는 질문을 받기 쉽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아주심기’라는 비유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모종을 더 넓은 땅으로 옮겨 심는 아주심기는 익숙하고 안전한 환경을 떠나 낯선 흙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오히려 더 힘들고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뿌리가 뻗을 공간이 넓어져야 비로소 식물도 자기 크기만큼 자랄 수 있다.
사람의 성장도 비슷하지 않을까.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는 실패할 가능성이 적지만, 동시에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경험도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면 당장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고, 돌아가는 길을 택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견딜 수 있는지, 어떤 삶을 원하는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의 성공 자체보다 성공에 도달하기 전의 시간이다. 수학 4점이라는 열등감, 따돌림의 경험, 파일럿이라는 꿈의 좌절, 대학이라는 정해진 경로 대신 선택한 낯선 경험들.
겉으로만 보면 효율적인 인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시간들이다. 하지만 책은 그 시간을 뒤늦게 성공하기 위한 ‘스펙’으로 포장하기보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을 이해해 가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이 지점에서 ‘성장에는 반드시 직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성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 삶은 그렇게 깔끔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때는 멈추기도 하고, 뒤로 물러서기도 하고, 한참을 돌아가기도 한다. 그때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경험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있기도 한다.
책 속의 🔖“방황은 낭비가 아니라, 나를 더 나답게 빚어가는 치열한 성장의 과정”이라는 문장이 바로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특히 ‘방황’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의미로만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좋았다. 물론 모든 방황이 저절로 의미 있는 경험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무조건 성장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방황하는 동안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배우며, 그 경험을 어떻게 자기 삶의 방향으로 연결하느냐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이야기에서 ‘방황해도 괜찮다’는 길을 잃었을 때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에 가깝게 느껴졌다.
또 하나 마음에 남은 것은 아이비리그라는 결과보다 그곳에서조차 계속되는 불안과 고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흔히 말해 명문대 입학을 인생의 결승선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또 다른 출발점일 뿐이다. 책에서는 아이비리그에서의 첫 학기를 에베레스트의 ‘데드존’에 비유한다.
🔖“아이비리그에서의 첫 학기는 내게 딱 그런 기분이었다.”
이 대목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컬럼비아대학교에 들어갔다’는 화려한 결과 뒤에도 여전히 버거운 현실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렵게 얻은 기회라고 해서 그곳에 도착하는 순간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서는 또 다른 기준과 경쟁, 불안과 외로움을 마주하게 된다.
그래서 성공을 하나의 목적지가 아니라 계속해서 자신을 적응시키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또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배 위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처음에는 배를 ‘도피’의 수단으로 선택했지만, 그곳에서 오히려 사람과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
🔖“내가 ‘도피’로 선택했던 이 배가, 사실은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사람’으로 바꿔놓고 있었다.”
이 문장은 책 전체의 흐름과도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장소를 바꾸거나 새로운 일을 선택할 때가 있다. 그런데 때로는 도망쳤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진짜 나를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익숙한 관계와 환경에서 벗어나야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부’의 의미도 달라진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시험 성적만을 공부라고 생각한다면 저자의 7년은 상당 부분 비효율적인 시간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을 경험하고, 사람을 만나고, 노동하고, 실패하고, 다시 선택하는 과정 역시 한 사람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공부가 될 수 있다.
책의 목차에 있는 ‘공부는 지식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라는 문장이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공부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모르는 것을 어떻게 대하는지, 실패했을 때 어떻게 다시 시작하는지, 다른 사람에게서 무엇을 배우는지까지 공부의 영역을 넓혀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청춘에게만 필요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아이가 넘어질까 봐 모든 길을 미리 닦아주는 것이 정말 사랑일까?
실패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언제나 좋은 부모의 역할일까?
책에서 말하는 부모의 역할은 아이 대신 인생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힘으로 선택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에 더 가깝다.
물론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자녀가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늦어지는 것처럼 보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빨리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곳에 내 발로 도착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남은 문장은 프롤로그의 이 부분이었다.
🔖“중요한 건 무너지지 않는 속도가 아니라,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방향’이다.”
속도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는 시대라서 그런지 더욱 마음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늘 비교한다. 누군가는 나보다 먼저 대학에 가고, 누군가는 더 빨리 취업하고, 누군가는 더 많은 돈을 벌고, 누군가는 더 안정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 보면 내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조급해진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다는 것과 방향이 틀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조금 늦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알고 있다면 다시 걸을 수 있다. 반대로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이라면 언젠가는 멈춰 서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라는 제목은 길을 잃은 순간에도 나 자신에게 질문하는 사람이 자기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런 생각이 남았다.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각자의 ‘화분’이 있는 것 같다. 부모가 만들어준 안전한 환경일 수도 있고,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일 수도 있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일 수도 있고, ‘나는 원래 이 정도밖에 안 돼’라고 스스로 정해버린 한계일 수도 있다.
그 화분이 나를 보호해주는 동안에는 편안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뿌리가 더 이상 뻗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면, 어쩌면 필요한 것은 더 좋은 화분이 아니라 화분 밖으로 나갈 용기일지도 모른다.
물론 밖으로 나간다고 해서 곧바로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낯선 땅에서는 한동안 시들어 보일 수도 있고, 비바람을 맞을 수도 있다. 남들보다 늦게 자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식물마다 자라는 계절이 다르듯 사람에게도 자기만의 시간이 있으니까.
《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는 ‘꼴찌에서 아이비리그까지’라는 극적인 결과만으로 기억할 책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그 결과에 도착하기까지 돌아갔던 수많은 길, 실패했던 선택, 외로웠던 순간, 다시 시작했던 시간들을 통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쓸모없어 보이는 경험이 어떻게 의미 있는 자산으로 바뀌는지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힌다.
'나는 지금 어디에 심겨 있는가.
그리고 이곳에서 정말 내 뿌리를 충분히 뻗고 있는가.'
혹시 지금 남들보다 뒤처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의 이야기가 작은 위로가 될 것 같다. 아직 목적지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반드시 길을 잃은 것은 아닐 테니까. 어쩌면 지금 걷고 있는 돌아가는 길 위에서야 비로소 자신만의 지도를 그리고 있는 중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언젠가 뒤돌아보았을 때, 지금의 방황이 실패한 시간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가장 깊이 공부했던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조금 늦게 도착한 삶도 충분히 아름답지 않을까.
빠르게 자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뿌리내릴 땅을 스스로 찾는 것.
이것이 《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가 남기고자 할 여운일 것이다.
_
#길을잃어야진짜공부다 #비욘드 #손동민
#자기계발 #처세술 #신간 #신간도서 #동기부여
#도서리뷰 #서평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