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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플레이
김종윤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11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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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의 《카르마 플레이》는 겉으로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얼굴을 하고 등장하지만, 읽다 보면 금세 그 가면이 벗겨진다는 점에서 꽤 인상적인 스릴러였습니다.
구조만 보면 “외딴 별장 + 배신당한 여자 + 낯선 남자”라는 익숙한 조합인데, 작가는 그 클리셰를 이용해 독자의 예측을 일부러 어긋나게 만들고,
끝내는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가”라는 질문으로 독자를 몰아붙입니다.
김종윤 작가는
한국 문학계에서 빠르게 주목받고 있는 신예 스릴러·서스펜스 작가입니다.
그는 ‘사람의 마음이 가장 잔혹할 때 어떤 풍경을 만들어내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작품을 전개하며,
폭력·트라우마·환각·종교적 광신 등의 심리적 그늘을 매력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영화 시나리오와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그의 스릴러는 항상 장면감과 시네마틱한 공포 연출이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작품을 읽는 동시에 마치 카메라를 통해 화면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몰입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카르마 플레이》는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작으로 선정되며,
그의 필력이 이미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음을 증명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흔히 “인간의 심연을 차가운 렌즈로 들여다보는 스릴러”라는 평가를 받으며,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은 이 소설의 톤을 아주 정확하게 예고합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면 또다시 그 장소에 도착해 있다."
이 반복되는 악몽 같은 이미지는, 독자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탈출 불가능한 게임판” 위에 올라와 있음을 암시합니다.
안개, 벌레 소리, 허름한 옷, 맨발, 어디인지 알 수 없는 장소라는 설정은
현실과 환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듭니다. 이후에 등장하는 장면,
📌“활활 타오르는 불꽃 주변을 검은 형체들이 둘러싸고 있다…
한 명이 손가락을 치켜들더니… 짐승 같은 소리를 내지른다.” 는
거의 컬트 호러에 가까운 이미지입니다.
여기서 독자는 이미 눈치채게 됩니다.
이건 단순히 복수하러 간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트라우마, 집단 광기, 종교적 광신, 환각이 뒤엉킨 심리 호러에 가깝다는 것을.
주인공 인혜는 시나리오 작가로, 7년 동안 자신이 쏟아부은 작품을
영화감독 김영헌에게 그대로 도둑맞습니다.
그녀가 처한 상태는 이 한 문장이 잘 말해줍니다.
📌“나는 철저하게 혼자였다. 혼자였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다.”
이 문장이 좋았던 이유는, 인혜의 복수가 충동적인 분노가 아니라,
이미 인생 바닥을 찍고 난 뒤에 선택된 마지막 옵션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칼을 하나 챙겨 김영헌의 별장으로 향하고, 심지어 “이후의 여론전”까지 계산합니다.
📌“내가 김영헌의 집에서 그를 고통스럽게 죽이고 나도 목숨을 끊으면… 내가 준비한 유서도 세상에 공개될 것이다… 내 인터넷 블로그에도 미리 글이 정해진 시간에 올라가도록 예약해 두었다.”
이 장면에서 드러나는 인혜의 면모는 단순한 피해자도, 단순한 분노의 화신도 아닙니다. 그녀는 냉정하게 “죽음 이후의 서사”까지 연출하는, 어쩌면 감독보다 더 감독 같은 사람입니다.
이게 훗날 제목 ‘카르마 플레이(업보의 놀이/게임)’와 묘하게 겹쳐집니다.
인혜는 자신이 겪은 부당함을 이 세계의 서사 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복수하려 합니다.
독자가 가장 강하게 긴장하게 되는 장면 중 하나는 역시 이것입니다.
📌“가방 안에 누군가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가방에 구겨져서, 나를 향해서 팔을 뻗고 있었다.”
이 지점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심리 호러 + 폐쇄 공간 스릴러의 결을 띱니다.
인혜는 복수의 주도권을 쥐고 별장에 들어갔다고 믿었지만,
실제로 그 집 안에는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더 큰 폭력”과 “더 큰 광기”가 이미 세팅되어 있습니다.
가방 속 사람, 낯선 남자, 그리고 이후 드러나는 “진화”와 그의 과거는
독자로 하여금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진짜 사이코패스는 누구인가?
✔️김영헌만이 괴물인가, 아니면 이 집에 들어온 모두가 괴물인가?
✔️혹은, 이 세계를 만든 ‘어떤 서사 그 자체’가 괴물인 건 아닐까?
이 작품이 흥미로운 건,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공포의 대상이나 단순 악인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진화의 과거가 펼쳐지는 파트가 그 증거입니다.
📌“엄마가 처음으로 자신이 저지르는 범죄에 직접적으로 동참하라고 강요한 순간, 그 손을 뿌리친 진화가 도망을 치고…”
여기서 독자는 진화를 “괴물”이라기보다,
괴물로 길러지고 있는 피해자로 보게 됩니다.
더 나아가 종교 집단의 잔인한 집착이 드러나는 장면은 꽤 잔혹합니다.
📌“그들은 부정의 말을 내뱉는 진화를… 의자에 묶어서 고문한다… 고문이 점점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진화의 환영과 환상도 커진다.”
투명한 푸른 새, 빛나는 창문, 사방의 목소리.
이 환각 장면들은, 단순히 “미친 사람의 환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정신이 버티지 못하는 극한의 고통이 만들어낸 방어 기제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진화는 독자에게 두 얼굴을 갖습니다.
✔️현재의 그는 위험하고 폭력적인 존재일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그는 도망치려고 했지만 도망치지 못했던 아이였다.
이 양면성이 《카르마 플레이》를 단순한 추격/고문 스릴러 이상의 작품으로 끌어올린다고 느꼈습니다.
인유가 문을 부수고 들이닥치는 장면은 사실상 이 소설의 공포 연출의 정점입니다.
📌“거대하고 날카로운 드라이버의 끝부분이 문에 틈을 만들면서 뚫고 나왔다.”
여기서 공포는 “피”보다 “소리”와 “물리감”으로 전달됩니다.
문에 박힌 드라이버가 빠지지 않아 철이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그 사이에서 주인공들은 초조하게 도망칠 길을 찾습니다.
이 장면은 시네마틱하게 연출되어 있어,
작가가 ‘영화’와 ‘각본’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가 새삼 떠오릅니다.
《카르마 플레이》는 계속해서 독자를 관객이 아니라
장면 안으로 끌어들여, 인혜와 진화의 시점으로 체험하게 합니다.
읽는 내내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이 소설이 계속해서 질문을 뒤집는 방식이었습니다.
1. 복수는 정당한가?
2.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3. 진실과 환각의 경계는 어디인가?
이 모든 질문은 결국 제목으로 수렴됩니다.
‘카르마 플레이(Karma Play)’. 업보의 게임.
누군가는 시작했고, 누군가는 휘말렸으며,
누군가는 끝내 그것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카르마 플레이》는 “복수극”이라는 장르 문을 열고 들어가게 해 놓고,
안쪽에서는 “인간 심리의 미궁”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복수를 꿈꾸며 칼을 쥔 인혜,
종교 광신 속에서 길러진 진화,
그들이 마주한 집과 그 안의 비밀들.
모든 것이 끝난 뒤, 독자는 결국 이렇게 묻게 됩니다.
✔️누가 진짜 괴물이었나?
✔️피해자와 가해자는 처음부터 정해진 걸까,
아니면 서로의 카르마를 플레이하는 과정에서 역할이 변한 걸까?
책을 덮고도 한동안 머릿속이 조용해지지 않는 스릴러를 찾고 있다면,
이 작품은 그 조건을 꽤 만족시켜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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