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필적 고의
기윤슬 지음 / 한끼 / 2025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_
《미필적 고의》는 법률 용어를 인간 심리에 끌어들여
“무심함도 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결국 이 소설은 ‘살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방관’의 기록,
그리고 우리가 매일 저지르는 작은 미필적 고의에 대한 고백입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오늘도 누군가를 외면하지 않았는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침묵은, 누군가를 죽게 한 건 아닐까?”
현주가 유미에게 건넨 “잘돼야 해”라는 말은
그녀 자신의 주문이자, 우리 모두의 변명입니다.
이 소설은 꼭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여전히 인간임을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미필적 고의》는 ‘누가 범인인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가 죄인인가’의 이야기입니다.
현주는 살인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살인자’로 불립니다.
그 이유는 그녀가 알면서도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이야기는 누군가의 뒷이야기이자, 동시에 우리 앞에 맞닥뜨릴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외면한 타인의 고통,
‘나와 상관없다’며 넘긴 순간들이 모여
결국 누군가의 생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차가운 문체로 증명합니다.
기윤슬(奇潤瑟) 작가는 인간 내면의 어두운 심리와 도덕적 회색지대를 세밀하게 파고드는 이야기로 주목받는 신예입니다. 이전 작품들에서도 사회적 약자, 여성의 내면, 도덕적 죄의식과 같은 문제를 꾸준히 다루며 ‘가장 평범한 사람이 가장 깊은 죄를 짓는 순간’을 집요하게 탐구해왔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그런 그녀의 작가적 세계가 집약된 작품으로, 2024년 출간 당시 “법과 심리, 도덕이 교차하는 한국형 심리 스릴러의 결정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미필적 고의(未必的故意, Dolus eventualis)’란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행위를 한 심리 상태를 의미하는 법률 용어입니다.
쉽게 말해, ‘죽을 수도 있음을 알았지만, 설마 죽겠어?’ 하며 행동하는 경우를 뜻합니다.
작가는 이 법률적 개념을 인간의 심리적 죄의식으로 확장합니다.
즉, 🌿“나는 직접 죽이지 않았지만, 그 결과를 알고도 방관했다면 그것은 과연 무죄인가?”라는 질문이 이 소설의 출발점입니다.
작가는 작품 말미에 이렇게 밝힙니다.
📌“자기 행복을 위해 타인의 인생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사람의 인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이 소설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즉, 『미필적 고의』는 살인을 다루는 범죄소설이 아니라, 타인의 불행을 ‘묵인’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초상을 그린 심리 드라마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이렇게 묻습니다.
⁉️“살인을 방관하는 것은 살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윤슬 작가의 《미필적 고의》는 법률 용어 하나로 시작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어두운 윤리를 깊숙이 파고드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제목 그대로 “미필적 고의” ― 즉, 어떤 행위가 타인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을 알면서도 행동하는 심리 상태 ― 를 중심으로, 작가는 ‘도덕적 무감각’이 만들어낸 비극을 집요하게 묘사합니다.
작품은 살인을 직접 저지르지 않은 한 여자가, 자신이 외면하고 방관한 죽음을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핵심은 단순히 ‘죄의 자각’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저지르는, 작지만 결코 무고하지 않은 폭력에 대한 고발입니다.
소설의 시작은 결혼을 앞둔 주인공 현주가 정체불명의 메시지를 받는 장면입니다.
📌“세상을 다 얻은 것만 같은 행복에 사로잡혀 있던 그때, 메시지 내용을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동생을 죽인 살인자.’”
단 한 문장이 그녀의 세계를 뒤흔듭니다.
이 메시지는 과거에 묻어두었던 죄, 즉 의붓동생 유미의 죽음을 다시 끌어올립니다.
현주는 “직접 죽이지는 않았지만 방조했고, 심지어 ‘죽어도 상관없다’고 바랐던” 과거를 가진 인물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살인’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합리화합니다. 그러나 익명의 스토커가 보낸 메시지는 그녀가 회피해온 죄책감을 다시 불러일으킵니다.
그 순간, ‘미필적 고의’라는 단어는 인간이 스스로를 속이는 방식이 됩니다.
현주는 어릴 적부터 📌“좋은 인생을 타고난 사람은 좋은 인연을 만나고 안전하게 살아간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은 그렇지 못한 인생이라 여겼고, 그래서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이 되어야만 삶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신념이 그녀를 파멸로 이끕니다.
의붓동생 유미는 언제나 사랑받으려 애썼지만, 현주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존재였습니다.
📌“나는 사랑받으려고 애쓰는, 내가 무시해도 자꾸 친한 척 굴면 자매가 될 수 있다고 믿는 멍청한 유미의 순진한 믿음을 매번 깨뜨려주고 싶었다."
현주는 냉소적으로 유미를 조롱하면서도, 그녀가 자신을 진심으로 따르는 것을 묘하게 즐깁니다. 이 감정은 우월감과 죄책감이 뒤섞인 복잡한 심리이며, 소설의 도덕적 핵심을 구성합니다.
현주는 유미가 위험한 장소에 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녀를 그곳으로 보냅니다.
그곳이 바로 화재로 유미가 죽게 되는 퍼펙트 호프입니다.
📌“어디까지나 바꾸고 싶은 것은 내 인생이지 유미의 인생이 아니었으니까. 유미의 죽음은 내게 하나의 기회였고, 나는 그 기회를 타고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녀는 유미의 죽음을 통해 사회적 계층 상승의 발판을 얻습니다.
그러나 그 ‘기회’는 부도덕한 성공이며, 작품은 바로 그 성공이 언젠가 반드시 ‘균열’을 일으킨다고 말합니다.
작가는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을 통해, 행위의 법적 책임을 넘어선 도덕적 책임을 묻습니다.
현주는 “내가 직접 죽이지는 않았으니 괜찮다”고 자신을 변명하지만, 법률적으로조차 그것은 성립할 수 없습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댓글 한 줄이, 현주가 피하려 했던 자기 고백의 증거가 됩니다.
그녀는 단지 한 사람의 죽음을 방관했을 뿐 아니라, 그 죽음을 통해 얻은 삶을 ‘성공’이라 믿습니다.
그렇기에 작가는 이 소설을 ‘사회적 범죄 소설’로 확장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얼마나 많은 타인의 고통 위에 서 있는가?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누군가의 절망이 누군가의 기회로 바뀌는 일은 얼마나 흔한가?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일상 속 ‘미필적 고의’입니다.
이 소설의 또 다른 주제는 외로움과 결핍의 윤리입니다.
📌“사람이 제일 두려워해야 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니? 그건 바로 외로움이란다. 외로움을 가장 잘 느끼는 사람이 나 같은 사람에게 잡아먹히는 거란다.”
이 대사는 현주의 내면을 가장 정확히 드러냅니다.
현주는 사랑받지 못한 아이였고, 그래서 사랑받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욕망은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절규였습니다.
그녀는 완벽한 남자 석현과의 결혼으로 모든 것을 회복하려 하지만, 결국 그것은 가면에 불과했습니다.
그녀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석현의 시선도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그 순간 현주는 깨닫습니다
― 아무리 성공해도, 사랑받지 못한 과거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벌레 먹은 사과와 같단다. 겉으로 아무리 훌륭해 보여도 그 흔적은 반드시 나온단다.”
이 문장은 잔혹하지만 진실입니다.
상처는 덮을 수 있지만, 완전히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드러나는 순간, 인간의 위선은 폭로됩니다.
작품 후반부에서 현주는 진실을 마주합니다.
그녀를 괴롭힌 스토커의 정체, 그리고 유미의 죽음에 얽힌 또 다른 반전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작가는 복수나 정의의 실현에 초점을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실을 알게 된 후의 공허함을 강조합니다.
📌“진실이란 건 항상 모르느니만 못하다는 거. 그래서 사람들은 모르고 사는 게 속 편하다고 하잖아. 사실 우리는 다 속고 사는 게 아닐까? 그걸 깨닫기 전까지 속았다는 걸 모를 뿐이지.”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저는 제 안의 ‘작은 미필적 고의’를 수없이 떠올렸습니다.
누군가의 도움 요청을 외면했던 순간, 불의를 보고도 침묵했던 시간,
그리고 ‘내 일이 아니니까’라며 발을 뺀 적들.
⁉️그 모든 순간이 사실은 누군가를 조금씩 죽게 한 건 아닐까?
《미필적 고의》는 독자에게 불편함을 선사하는 소설입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이야말로 이 책의 진짜 가치입니다.
이야기를 덮는 순간, 우리는 현주의 고백을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듣게 됩니다.
이 소설은 묻습니다.
“살인을 방관하는 것은 살인이 아닌가?”
작가는 이 질문을 통해 도덕적 중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행동하지 않는 선의는, 때때로 악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미필적 고의》는 단지 한 여자의 추락 서사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도덕적 해부학서입니다.
결국 인간의 가장 큰 죄는, ‘모른 척한 죄’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담담히 말합니다.
📌“사는 일이 누구에게나 때로는 고통스럽겠지만, 모두가 원치 않은 삶의 고통이 안온한 평화로 바뀌는 순간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문장은 현주를 위한 작가의 기도이자, 우리 모두를 향한 위로처럼 들립니다.
_
#미필적고의
#기윤슬 #한끼출판사
#소설 #소설추천 #미스터리소설 #스릴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책소개 #도서소개
#독서 #독서습관 #도서추천 #추천도서 #책추천
#책리뷰 #북리뷰 #도서리뷰 #도서서평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