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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왼손 피아니스트입니다
이훈 지음 / 오늘산책 / 2025년 9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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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왼손 피아니스트입니다》는 신체의 절반을 잃고도 음악을 통해 삶을 회복한 한 사람의 기록입니다. 절망의 순간에도 기꺼이 살아내려는 의지, 그리고 왼손으로 건반을 채우며 세상에 희망을 전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강렬한 울림을 줍니다.
이 책은 삶을 다시 연주하고 싶은 모든 이들의 교향곡입니다.
《나는 왼손 피아니스트입니다》는 역경이 불행이 아니라, 삶의 다른 가능성을 여는 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자가 피아노를 다시 치게 된 과정은 ‘결핍이 오히려 새로운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좌절 앞에서 “왜 나에게 이런 일이”라며 주저앉을 때가 있었는데, 이 책은 그 질문을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로 바꾸게 했습니다.
이훈은 대한민국 출신 피아니스트로, 미국 신시내티 음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중 뇌졸중으로 쓰러졌습니다. 응급 수술로 좌뇌의 60%를 절제하며 생명을 건졌지만, 오른쪽 신체와 언어 능력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절망을 끝내지 않고, ‘왼손 피아니스트’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후 병원 로비에서의 첫 연주를 시작으로, 여러 무대에서 청중에게 감동과 위로를 전하며 음악가로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왼손 피아니스트의 역사는 깁니다. 레오폴드 고도프스키(Leopold Godowsky), 파울 비트겐슈타인(Paul Wittgenstein), 레온 플라이셔(Leon Fleisher) 등 여러 음악가가 신체적 한계를 넘어 한 손 연주를 새로운 예술의 장르로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비트겐슈타인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오른팔을 잃은 뒤 수많은 작곡가들에게 왼손을 위한 작품을 위촉해 지금까지 1천 곡이 넘는 레퍼토리가 전해집니다. 이훈은 바로 이 전통을 이어받아, 개인적 비극을 예술적 도전으로 바꿔낸 한국의 대표적인 왼손 피아니스트입니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고통은 징벌이 아니라, 삶의 한 단면일 뿐”이라고 말하며, 좌절을 새로운 시작의 계기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전하고자 함입니다.
즉, 이 책은 음악을 사랑하는 청중뿐 아니라, 삶의 무게 앞에서 흔들리는 모든 이들에게 ‘살아내는 것’의 의미와 희망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지녔습니다.
이 책은 ‘인생을 다시 조율하는 법’에 관한 실제 사례 보고서입니다. 뇌졸중, 좌뇌 60% 절제, 우측마비와 실어증. 악몽 같은 진단명 뒤에 남은 건 “피아니스트”라는 정체성의 붕괴였습니다. 그런데 이훈은 무너진 자리에서 직업을 회복한 것이 아니라, 먼저 삶의 태도를 회복합니다.
📌“그렇다면 기꺼이 살고, 기쁘게 살아야 했다”는 문장처럼.
이훈의 회복서사는 흔히 말하는 ‘멘탈 갑’의 낙관이 아닙니다.
📌“그때의 내가 할 일은… 인내하고 인정하는 것뿐”.
인정은 체념이 아니라 기준선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을 분명히 긋고,
그 위에서 하루 단위의 과제를 올려놓습니다.
인사 한마디조차 📌“안. 녕. 하. 세. 요.”로 쪼개어 연습하며, 언어의 복귀를 복수의 템포로 분절해 되찾아갑니다. 독자는 ‘기적’이 어느 날 성큼 오지 않고, 작은 성공의 루프로 축적된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왼손을 위한 연주곡이 1천 개가 넘는다는 걸 알고 있니?” 스승의 이 제안은, 잃어버린 기능을 덮는 응급조치가 아니라 정체성의 재작곡이었습니다. 왼손만으로 페달까지 밟아 몸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물리적 난제, 좌뇌 절제로 인한 암보(暗譜)의 어려움 등, 기술적 장벽은 높았습니다.
그는 📌“악보가 외워지지 않았고… 손가락도 마음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라고 담담히 씁니다. 그럼에도 건반 앞에 다시 앉았을 때, 그를 채운 감정은 환호가 아니라 📌“함부로 나를 뒤흔들지 못하는 고요”였습니다.
이 지점이 이 책의 백미입니다.
예전엔 “어떻게 하면 화려한 기교로 관객을 매료시킬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내 진심이 어떻게 닿을지”를 묻습니다. 기교에서 진심으로의 초점 이동—장애를 ‘결핍’이 아니라 해석의 전환점으로 만듭니다.
병원 로비에서의 첫 연주, 관객의 눈물, 그리고 가족의 헌신. 특히 어머니 대목이 오래 남습니다. 📌“어머니는 절망하지 않으셨다”. ‘돌봄의 피로’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애틋함을 빚어내는 문장이 절제되어 있어 더 먹먹합니다. 또한 레온 플라이셔 등 선배 왼손 피아니스트들로부터 받은 통찰—📌“연민을 호소하지 말고, 더 아름다운 연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그의 음악적 윤리로 정착합니다. 위로를 주고받는 상호성이 책 전반을 이끕니다.
이훈의 언어에는 신앙이 깔려 있지만, 선포나 훈계로 흐르지 않습니다.
📌“묵묵히, 성실하게 살았다 해도… 고통은 징벌이 아니다”. 고통의 원인을 섣불리 설명하지 않는 태도는, 믿음의 단단함을 오히려 설득력 있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의 감사는 감정의 고양이 아니라 자세의 지속에 가깝습니다.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감사했고… 왼쪽 손이라도 움직일 수 있어”라는 고백처럼.
이훈의 이야기는 장애와 직업의 특수성 너머로 열립니다.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계획의 환상을 내려놓고, 가능한 범위에서 기꺼이 살겠다는 선언.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윤리를 매일 갱신하겠다는 다짐.
우리는 모두 각자의 왼손으로, 각자의 템포로 살아갑니다.
이 책은 그 템포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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