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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ㅣ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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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앨리스 죽이기》는 캐럴의 미로를 지나 논리의 출구로 빠져나오는 기묘한 여행기입니다. 꿈이 현실을 손상시키고, 말장난이 증언 트릭이 되며, 잔혹이 정황 증거로 기능하는 이 구조는 장르 혼합의 모범답안에 가깝습니다.
캐럴의 세계는 배경이 아니라 증거의 지도이며, 두 세계의 경계는 트릭의 작동 무대입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우리는 앨리스가 아니라 ‘나’의 이름을 되묻게 됩니다. ⁉️내가 믿어온 ‘현실’은 누구의 규칙으로 만들어졌는가?
동화의 비논리를 논리로 증명해 보이는, 무섭도록 정교한 꿈.
누명을 벗겨야 하는 이유가 곧 살아야 하는 이유인 세계에서,
“누가 누구인가”를 끝까지 따라가 보라.
마지막 장을 덮고도 한동안 현실의 질감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고바야시 야스미는 호러·SF·본격 미스터리를 가로지르며
💭“장르의 경계에서 가장 논리적인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데뷔 초부터 《완구수리자》로 일본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수상했고, 세이운 상(《천국과 지옥》), 《SF매거진》 독자상(〈바다를 보는 사람〉) 등 굵직한 상을 거머쥐었습니다.
퍼즐적 정밀함을 갖춘 미스터리에 호러의 육체감·잔혹성을 얹는, 일명 ‘고바야시 월드’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그 집대성이 바로 《앨리스 죽이기》입니다.
이 소설은 루이스 캐럴의 고전을 ‘무대’로 삼아, 현실 세계와 “이상한 나라”라는 이중 평행 서사를 구축합니다. 현실에선 대학원생 아리와 동기 이모리가, 이상한 나라에선 앨리스와 도마뱀 빌이 각각 움직입니다.
두 세계의 사건은 아바타 대응(현실 인물 ↔ 이상한 나라 캐릭터)으로 치환되어 서로를 반영합니다. 캐럴 특유의 언어유희와 기괴한 상상력이 본격 미스터리의 규칙성과 인과율을 만나는 순간, 작품은 동화·호러·추리를 동시에 굴리는 하이브리드 장르가 됩니다.
🎈핵심 장치 두 가지를 기억하면 독서가 훨씬 선명해질 것입니다.
✔️ 등가성의 법칙 - “저쪽”의 죽음은 “이쪽”의 죽음으로 번집니다.
✔️ 정체성의 미러링 - 두 세계의 페어링을 맞춰갈수록 범인의 동선과 동기가 보입니다.
이 법칙 위에서 작품은 ‘누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게임을 퍼즐처럼 펼쳐놓습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캐럴의 원전 지식(험프티 덤프티, 흰토끼, 모자장수 등)을 적극 호출하도록 만듭니다. 캐럴을 잘 모른다고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읽는 동안 “현실 인물 A = 이상한 나라의 B?”를 맞추는 도감형 추리의 쾌감이 생깁니다.
고바야시는 '환상=무규칙'이라는 편견을 배반합니다. 그는 ‘이상한 나라’라는 비이성적 공간 안에 엄격한 규칙과 인과를 심고, 그 규칙을 따라가면 현실의 살인이 해명되는 미스터리 코어로 독자를 이끕니다.
즉, 환상의 언어를 빌려 합리의 서사를 구축합니다. 더 나아가 캐럴의 세계를 통째로 차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의 전도(자기=타자, 꿈=현실)를 통해 “실체와 허상”의 경계를 정면으로 묻습니다.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는 팬시한 패스티시가 아니라, 고전의 규칙을 차용해 ‘본격’의 규율로 재조립한 괴이한 퍼즐입니다. 루이스 캐럴의 언어 유희와 부조리를 단순 장식으로 소비하지 않고, 두 세계(현실/이상한 나라)를 정밀하게 접합해 원인–결과–대가의 라인을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그 결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기억하는 독자에겐 기묘한 데자뷔, 미스터리 팬에겐 논리의 만족, 호러 팬에겐 촉감적 불쾌를 동시에 던지는 혼종의 스릴입니다.
이 소설의 결정적 한 수는 ‘꿈’의 무책임함을 허락하지 않는 규칙 설정입니다. 이야기 초반, 아리는 이상한 나라에서의 사형이 “그저 게임 오버”일 뿐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만, 곧 두 세계의 죽음이 연동된다는 사실을 듣습니다.
📌“그래. 두 세계의 죽음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어… 앨리스가 사형을 당하면 현실 세계의 너도 죽어.”
이 한 문장이 모든 장면의 긴장도를 갈아엎습니다. ‘꿈’의 안전망이 박탈되는 순간, 독자는 모든 추론을 현실 등가(等價)의 무게로 재계산하게 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작품은 캐럴식 광휘(光輝) 위로, 타임어택 스릴러의 엔진을 얹습니다(누명 벗을 시간 7일).
현실의 인물과 이상한 나라의 아바타는 일대일로 ‘대응’합니다.
독자는 “누가 누구인가”를 맞히는 별도의 추리 게임을 병행합니다.
험프티 덤프티–오지, 그리핀–사토지와 교수, 흰토끼–리오… 이 대응 관계는
단순 팬서비스가 아닙니다. 동기도 행동 양식도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되며,
각 장면에 숨은 실마리를 중첩합니다.
작가는 인과율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상한 나라라는 부조리의 무대에 세심한 규칙(정보 전달의 방식, 아바타의 일관성, 사후의 영향)을 심어, “설명할 수 없는 일”을 “설명해 낸 일”로 바꿉니다. 그래서 후반에 밀려드는 연속 반전도 허무맹랑한 전복이 아니라 논리의 귀결로 받아들여집니다.
고바야시는 호러 작가답게 신체 감각을 정확히 조절합니다. 예컨대 테이프로 식칼을 감은 남자가 다가오는 장면은 공포의 물리적 속도를 체감하게 합니다.
📌“남자는 손에 식칼을 쥐고 있었다. 손에서 놓치지 않도록 테이프로 둘둘 감기까지 했다.”
이런 디테일은 범행의 의지·준비성·패턴을 가시화하는 정황 증거로 작동합니다. 즉, 호러는 미스터리의 적이 아니라 논리의 보조선입니다.
작품은 캐럴의 인물군—여왕, 미치광이 모자 장수, 3월 토끼, 도마뱀 빌, 그리핀—을 단순 코스프레로 소환하지 않습니다. 언어유희와 규칙 뒤집기라는 캐럴의 도구를 그대로 증거의 변조·증언의 모순·기억의 탈락에 씌우며, ‘말장난=진술 트릭’으로 번역합니다. 그 덕에 캐럴의 세계와 본격 미스터리의 공정성 사이에 긴장이 생기고, 그 틈이 바로 독해의 재미가 됩니다.
이야기가 나아갈수록 독자는 실체/허상의 경계에 서게 됩니다.
⁉️현실의 ‘나’와 이상한 나라의 ‘나’가 크게 어긋날 때, 어느 쪽이 본체인가? 작품은 스스로 만든 아바타에 의해 재규정되는 자아라는 테마를 집요하게 밀어붙입니다. 그래서 대미의 전환(스포일러 금지)은 범인 색출을 넘어서 독자의 전제까지 흔듭니다.
잔혹 묘사에 민감한 독자라면 살짝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지만,
그로테스크는 결코 목적이 아닙니다.
논리와 구조의 설득을 위해 적정선에서 쓰입니다.
반대로, ‘앨리스’ 원작을 모르면 어쩌나 걱정하는 분들께—문제 없습니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캐릭터 관계망이 자리 잡습니다.
(물론 원작을 알고 읽으면 언어유희의 레이어가 더 풍성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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