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시의 마법사 - 그래픽 노블
프레드 포드햄 지음, 이수현 옮김, 어슐러 K. 르 귄 원작 / 책콩(책과콩나무)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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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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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그래픽 노블은 원작이 지닌 철학적 서사를 시각 언어로 재탄생시킨 작품입니다. 글과 그림이 속삭이며 이어지고, 독자는 게드와 함께 그림자를 마주하고, 책임과 균형을 배워갑니다.

책을 덮으며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 나는 내 그림자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사료됩니다.


어슐러 K. 르 귄 (Ursula K. Le Guin, 1929~2018)은
20세기 판타지와 SF 문학의 위대한 거장입니다. 《어스시 연대기》 시리즈와 《어둠의 왼손》을 비롯해 인간과 권력, 언어와 자연, 성별과 사회 구조를 탐구한 작품들로 후대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판타지를 인간 내면과 철학적 주제를 탐구하는 장르로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프레드 포드햄 (Fred Fordham)은
《앵무새 죽이기》, 《멋진 신세계》 등의 그래픽 노블 각색으로 주목받은 영국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이번 《어스시의 마법사》에서는 르 귄의 서정적 문장을 압축해, 그림과 텍스트가 하나의 시처럼 호흡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수현 번역가는
르 귄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 온 국내 대표 번역가입니다. 그는 이번 작업을 두고 “지금까지 나온 《어스시의 마법사》 시각화 중 가장 성공적이고 아름다운 결과물”이라 평가했습니다.


1968년 발표된 《어스시의 마법사》는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판타지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게드(본명 더니)는 마법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젊은 시절의 오만과 호기심으로 인해 세상에 끔찍한 그림자를 풀어놓습니다. 결국 그는 자신이 불러낸 그림자와 맞서야 하는 성장의 여정을 걷게 됩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융의 그림자(Shadow) 개념 - 자기 안의 어두움과 직면해야 진정한 성장이 가능함.
✔️도교의 조화 사상 - 자연과 인간, 힘과 책임 사이의 균형.
✔️언어와 진명의 철학 - 진짜 이름을 아는 것이 곧 본질을 인식하고 책임지는 행위.

이러한 사유들이 얽히며 판타지 장르를 인간 존재에 대한 은유적 탐구로 확장시켰습니다.

르 귄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직시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한 어른이 되는 길임을 말합니다. 게드의 여정은 결국 자신의 그림자와 화해하는 과정, 즉 인간이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통합해 나가는 심리적·영적 성장의 서사로 읽힙니다.


프레드 포드햄의 각색은 르 귄의 문장을 이미지 문법으로 번역한 작업입니다.
패널 간 여백과 색의 온도, 시점 전환으로 말해지지 않은 것을 들려줍니다. 폭풍과 돌장미, 바람이 스치는 수평선의 긴 프레임은 어스시 세계의 핵심인 “균형”을 시각적 리듬으로 체화시킵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소년 게드의 서사를 서정과 절제로 밀어붙이기 때문입니다. 액션의 과장 대신 침묵의 칸을 남기고, 그 침묵에 죄책·오만·두려움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곤트섬은 … 마법사들로 유명한 땅이다.”
📌“이것은 그가 유명해지기 전의 이야기다.”

첫 장의 이 짧은 도입은 그래픽 노블에서도 온전히 살아 있습니다.
거대한 신화가 아니라 ‘유명해지기 전’의 서툰 한 소년 이야기—이 초점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습니다.


포드햄의 수채화풍은 밝음/어둠, 흐림/명료함의 대비가 명확합니다.
로크의 마법 학교 실내 장면은 먹색·남회색으로 지식을, 바다와 섬의 롱숏은 군청·옥색으로 자유와 위험을 환기합니다. 좁은 격자 패널로 몰아치는 주문 대결을 보여주다가도, 섬 밖으로 나서면 대담하게 패널을 풀어 랜드스케이프를 펼칩니다. 그때 독자는 게드의 숨과 같은 박자를 내쉽니다.

무엇보다 캐릭터 묘사가 인상적입니다. 르 귄의 원문 설정대로 구릿빛 피부의 젊은 게드가 화면을 이끕니다. 이는 판타지 장르가 오랫동안 관성처럼 소비해 온 백색의 영웅 이미지를 단호히 비켜간 선택이며, 원작의 정신을 복원합니다.


어스시의 마법은 “이름을 아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언어가 세계를 움직이고, 올바른 이름 부르기가 균형을 되돌립니다. 게드가 금기를 깨고 그림자를 풀어놓는 장면에서, 책은 “힘의 과시—오만—파국—대가”의 윤리를 시각적 인과로 묶습니다.
이후의 여정은 사실상 ‘괴물을 물리치기’가 아니라 ‘내 안의 그림자를 인식하고 통합하기’입니다.

융적 의미의 Shadow와 도가적 균형 감각이 교차하는 대목으로, 그래픽 노블은 이 정신분석학적 순간을 과잉 설명 없이 얼굴 클로즈업+무성(無聲) 칸으로 해결합니다. 독자가 해석의 주체가 되도록 남겨둔, 매우 품위 있는 연출입니다.


포드햄은 원작의 밀도 있는 문장을 도려내지 않고 ‘접어’ 넣습니다. 설명을 줄이되 장면의 메타포를 강화합니다. 예컨대 드래곤과의 대면은 대사보다 패널의 구획과 시선 이동으로 ‘언어의 힘’—이름 부르기의 권능—을 체감하게 합니다. 엔딩부(*스포일러는 피합니다*)에서 게드가 선택하는 제스처는, 텍스트였을 때보다 한층 잔혹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도망이 아닌 직면, 부정이 아닌 호명—그래픽 노블은 그 순간의 성숙을 단 한 장면으로 박제합니다.


이수현 번역은 투명하다는 말이 정확합니다. 문장을 과장해서 ‘대사체’로 밀지 않고, 장면이 말하게 두는 쪽에 섭니다. 원작의 시어가 가진 운율을 한국어의 호흡으로 옮겨, 이미지의 색감과 잘 맞물립니다. “원문에 충실한 인물 표상—특히 피부색—”이라는 제작 방향과도 어긋남이 없습니다.


《어스시의 마법사》는
‘힘을 얻는 법’이 아니라 ‘힘을 감당하는 법’을 가르치는 성장 서사입니다.
자기 이름을 안다는 것, 자신이 불러낸 것(실수·오만·상처)을 인정한다는 것, 그래서 타인과 세계 앞에 책임지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메시지는 오늘에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기존 독자에게는 ‘그 장면’들이 과하지 않게, 그러나 정확히 돌아옵니다. 특히 로크의 일상 파트가 풍성해져 학교물의 진부함 없이 수행서사의 질감을 더합니다.
입문자에게는 서사의 핵심을 압축하되, 단선화하지 않았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필요한 문장만 남겨 철학의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이 한 권만으로도 어스시의 규범—이름, 균형, 책임—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선물용으로도, 판타지 입문용으로도 훌륭합니다.

이 판본은 ‘강력한 주문’이 아닌 멈춤의 기술을 기억하게 합니다.
더 크게 휘두르지 않고, 더 정확히 부르는 법.
성장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오만이라는 사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각자에게도 올 질문
⁉️—나는 내 그림자의 이름을 부를 용기가 있는가—을 조용히 되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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