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문
서맨사 소토 얌바오 지음, 이영아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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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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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을 맡기면 가벼워질까, 비어버릴까”
“후회를 맡기러 갔다가, 후회까지 ‘나’의 일부로 끌어안는 법을 배우고 돌아왔다.”

닿을 듯 닿지 않는 달빛 아래, 깨닫게 됩니다.
후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지브리의 몽환, 신카이의 찬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의 물음이 한데 포개져 “선택과 후회”를 끝까지 추적합니다. 환상은 눈부시지만, 결론은 단단히 현실을 향합니다.
우리를 만든 건 우리가 내린 수많은 선택들이라는 사실.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내 삶의 ‘전당물’을 떠올렸습니다.
맡기고 싶었던 그것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서 있다는 사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마법은 현실로 돌아오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이었습니다.


도쿄 뒷골목, 라멘집 뒷문으로 들어가면 ‘선택’을 맡기는 전당포가 열립니다.
주인 하나와 물리학자 게이신은 사라진 아버지와 유실된 ‘선택’을 찾아
운명이 정해진 세계를 가로지릅니다.

구름 위 야시장, 물웅덩이 포털, 전당포의 기묘한 담보가 엮는 지브리 풍 마술적 사실주의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식 대체선택/후회의 사유가 만납니다.

⁉️질문은 결국 하나!
“그 선택을 지워도 나는 여전히 나인가?”
— 답은 후회까지 포함한 ‘나’의 전부를 껴안는 법에서 시작됩니다.


서맨사 소토 얌바오는
마닐라의 전당포 거리와 일본 여행 중 느낀 “문 하나 넘어 다른 세계”의 감각을 엮어, 전당물=후회한 선택이라는 탁월한 장치를 만든 소설가입니다.
봉쇄기의 답답함을 돌파한 상상력이 《선데이 타임스》《USA 투데이》 베스트셀러로 터졌습니다.
결과물은 동아시아 정서 + 보편적 철학 + 애니메이션적 상상의 고급 혼종.


이 소설은 후회를 삭제하는 판타지가 아닙니다.
오히려 “후회와 상처가 나를 만든다”는 방향으로 독자를 회귀시킵니다.

📌“망가진 건 뭐든 아름답지요… 움푹 파이고, 긁히고, 갈라진 곳마다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미래를 공짜로 알 수는 없다… 대가는 자유.”
📌“실패하면 뭐 어때요? 잘못된 길이 하나 제거되는 거죠.”

이 소설의 세계는 단 한 문장으로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귀금속 대신 후회스러운 ‘선택’을 맡기는 전당포.” 설정만 기발한 게 아닙니다. 맡겨진 선택은 ‘동전’ ‘낡은 습작’처럼 물성으로 변환되고, 이때부터 이야기는 ‘상징’이 아니라 감각이 됩니다.

정해진 운명을 탑처럼 쌓아 올린 하나의 세계와, 무한 가능성을 신조처럼 믿는 게이신의 세계가 물 위 달, 거울 속 꽃처럼 서로 비치되 겹치지 않습니다. 이 이격(離隔)이 곧 서사의 장력입니다.

작품은 초반부터 “망가진 것의 미학”으로 톤을 정합니다.
📌“망가진 건 뭐든 아름답지요. 의자든, 건물이든, 사람이든.”
부서짐을 덮지 않고 ‘윤곽’으로 드러내는 시선
—이 감수성이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지휘합니다.


🌿두 주인공, 서로의 거울

✔️하나 - 선택의 자유가 봉인된 세계에서, 가업을 잇는 전당포 주인.
운명의 구속 속에서도 타인의 상처와 무늬를 보는 눈을 가졌습니다.
✔️게이신(케이) - 가능성과 실험의 언어로 세계를 읽는 물리학자.
실패를 ‘진행 중인 진리’로 환산하는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실패가 뭐가 나빠요? … 잘못된 방향이 하나 제거되고 옳은 길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인데.”

이들의 여정은 단순 로맨스가 아닙니다. 결정론과 자유의지의 줄다리기이며, 한쪽이 다른 쪽을 설득해 굴복시키는 대신 서로의 언어를 ‘번역’해 갑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후회가 ‘삭제’가 아니라 ‘통합’의 문제임을 깨닫게 합니다.

📌“각각의 실수가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상처 같았다.”


💭지워진 선택 이후에도 ‘나는 나’인가
전당포는 손님에게서 후회를 덜어 주는 곳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날렵하게 뒤집습니다.

📌“우리가 훔치는 영혼 조각들이 너무 작아서 손님들도 아쉬울 거 없다지만… 손님들은 선택을 전당포에 두고 떠날 때 자기가 선택한 인생을 받아들일 기회도 포기하는 거예요.”

여기서 소설은 ‘가벼움’과 ‘공허’를 구분합니다. 후회를 포기하면서 우리는 때때로 책임과 배움의 회로까지 끊어 버립니다. 그 공백은 결국 다시 다른 형태의 갈증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작품은 유예(보류)가 아닌 수용(통과)으로 나아가라고 말합니다.


이야기는 곳곳에서 삶의 정의를 수리합니다.

✔️행복은 결핍의 측량에서 시작된다는 통찰.
📌“행복이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못 가졌느냐에 달려 있지요.”

✔️‘살아 있음’의 기준을 혈액이 아닌 목적으로 선회.
📌“누군가를 진정 살아 있게 하는 건 혈관 속의 피가 아니라 삶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사이(間)’에서의 기쁨.
📌“출발지와 목적지 사이의 공간에서 기쁨을 찾는 게 바로 인생.”

특히 이 마지막 문장은, 전당포라는 ‘경계-공간’의 은유와 아름답게 합을 이룹니다. 하나와 게이신이 서 있는 자리야말로 미래와 과거, 결정과 가능성, 현실과 환상 사이의 틈이었습니다. 독자는 그 틈에서 자기 이야기를 꺼내 보게 됩니다.


구름 위 야시장, 물웅덩이를 통한 이동, 틈새로 떨어진 타 세계의 잔해
( 📌“금색 신용카드… 당신 세계의 책갈피” ) 같은 장면들은 시청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마법은 이미지의 밀도보다 윤리의 깊이에 있습니다. 전당포가 후회를 ‘받아’ 줄 뿐 아니라 자유를 대가로 청구한다는 사실—

📌“몸에 지도가 새겨지는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요금을 내요. 자유.”
이 냉정한 규칙이 이야기 전체를 달콤쌉쌀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잠깐! 개인적으로 읽는 법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1️⃣ 전당물의 목록을 메모해 보세요. - 각 물건의 상징적 환산율이 보입니다.
(가벼운 동전 하나가 평생의 방향을 바꾸는 무게가 될 수 있습니다.)
2️⃣ 하나와 게이신의 문장 리듬을 구분해 읽어 보세요.
- 하나는 관찰의 언어, 게이신은 탐구의 언어.
어느 지점에서 두 리듬이 섞이는지 포착하면, 감정선이 선명해질 것입니다.
3️⃣ 마지막까지 ‘지워진 선택’의 빈칸을 들여다보세요.
- 독자인 당신이 그 빈칸을 무엇으로 메울지가 이 소설의 진짜 엔딩이 될 것입니다.


🌿이 작품을 되새겨보며 남는 것들이 있다면!

✔️후회는 버릴 짐이 아니라 방향 감각을 주는 지도—비록 상처투성이일지라도.
✔️행복은 목적지의 좌표가 아니라 호흡의 리듬.
(“우리가 쉬는 모든 숨에 깃들어 있지”)
✔️선택은 때로 우리를 망가지게 하지만, 그 금이 간 자리에 이야기가 스밉니다. 그러니 ‘금사(金綵)’처럼 이어 붙여 다시 살아 봅시다.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서사,
성대하고도 섬세한 미장센, 무엇보다 선택과 후회에 대한 성숙한 윤리학. “영상화가 시급하다”는 수식이 과장이 아닙니다.
그러나 먼저, 종이 위의 달빛을 천천히 흡수하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 장까지 덮고 나면,
어쩌면 당신은 더 이상 어제의 후회를 ‘반납’하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지금의 당신을 지탱하는 설계도일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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