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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킬러
윤자영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8월
평점 :
#도서협찬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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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을 죽이는 자는 과연 괴물이 아닐 수 있을까?’
《몬스터 킬러》는
⁉️“괴물은 어디서 태어나고, 우리는 누구를 괴물이라 부르는가”라는
질문을 남깁니다.
작품 속 김하준, 전조협, 이순근은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며, 동시에 사회가 만든 괴물의 얼굴입니다. 이 작품이 추리소설의 틀을 빌려 사회파 미스터리로 읽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괴물이란 멀리 있지 않다는 섬뜩한 진실과 마주했습니다. 어쩌면 괴물은 우리 곁에도, 그리고 우리 안에도 존재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윤자영은 ‘추리소설 쓰는 과학 선생님’이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잘 알려진 작가입니다. 한국추리작가협회 신인상과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으며, 교직 경험에서 비롯된 생생한 관찰을 추리적 상상력과 결합해 한국형 사회파 미스터리를 선보여왔습니다. 신작 《몬스터 킬러》는 ‘괴물 선생님 살인사건’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학교라는 공간의 어두운 단면을 정면으로 파헤친 작품입니다.
학교는 흔히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으로 정의됩니다. 하지만 동시에 폭력, 차별, 배제, 권력관계가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나는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몬스터 킬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교사가 학생을 죽였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은 ‘괴물’을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작가는 겉으로는 살인사건의 추리극을 펼치지만, 실제로는 학교와 사회가 만들어내는 괴물의 탄생 과정을 보여줍니다. 누가 진짜 괴물인지, 괴물을 죽일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묻는 이 소설은, 독자 스스로 자신 안의 괴물을 마주하게 만듭니다.
첫 장면부터 소설은 독자의 정서적 안전망을 끊어냅니다.
교사 전조협은 자신의 범행을 ‘지도’라 부르고, 심지어 학교를 구하기 위한 정당방위처럼 말합니다.
📌“전 학교를 구하기 위해 악마들을 지도한 거예요.”
이 한 문장은 작품의 윤리적 난제를 압축합니다.
‘괴물’을 자처하는 어른, ‘악마’라 불린 학생,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실체 없는 그림자처럼 흔들리는 제3의 인물 김하준. 윤자영은 이 셋을 중심으로 ‘국선변호인/열혈 교사/시클리드’라는 세 갈래의 서사를 교차 편집해 ‘한 사건의 세 개의 기억’을 직조합니다. 끝까지 읽고 나면 제목의 ‘몬스터 킬러’가 가리키는 대상과 주체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장 편 전체는 국선변호인 박근태의 조사기, 전조협의 과거 행적,
그리고 중학생 이순근(시클리드)의 변신 서사가 번갈아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표면적으론 각각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각 파트의 말과 행동, 결여가 서로의 빈칸을 채우며 ‘누가 무엇을 조작했는가’를 드러냅니다.
변호인 파트는 사실 확인과 인터뷰의 리듬으로 추리의 골격을 제공하고, 교사 파트는 교권과 처벌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권력의 심리를, 시클리드 파트는 학교폭력의 미시적 감각과 세뇌·변신의 메커니즘을 체화시킵니다. 이 분절적 레이어가 마지막에 한 지점으로 맞물릴 때, 독자는 시점 그 자체가 왜곡의 도구임을 깨닫습니다.
전조협은 학생부장으로서 “지도”를 반복합니다. 그가 보기에 민주영은 ‘악의 씨앗’이고, 김하준은 ‘진짜 악마’입니다.
📌“주영이는 평소에도 수많은 학생을 괴롭혔어요. 저는 학생부장으로서 정당하게 지도한 겁니다.”
하지만 변호인이 지적하듯, 그의 ‘지도’는 신체적 폭력과 통제의 언어를 닮았습니다. 더구나 그는 자신의 판단을 끊임없이 확증하는 방향으로만 사실을 해석합니다.
📌“웃기지 마! 김하준이 나쁜 놈이 맞다고! 다들 나랑 다른 김하준을 만난 거야, 뭐야!”
작가는 전조협을 악마화하지 않는다. 대신 ‘의욕적 교사’가 시스템의 허점, 여론의 압박, ‘학폭과의 전쟁’ 레토릭 속에서 어떻게 신념의 폭력으로 기울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독자는 그가 미덥지 않으면서도, 그를 통해 교사의 균열 난 현실을 보게 됩니다.
김하준은 정체가 비어 있는 학생으로 설정됩니다.
그는 사건 직후 전학 가며 자취를 감추고, SNS 흔적도 없습니다.
📌“그 새끼는 아무것도 안 했네요. 인스타도, 틱톡도, 페북도.”
교사들은 그를 “착한 아이”라 평하고, 동년배 일진은 그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증언합니다. 작가는 ‘착함/악함’의 라벨을 차단하고 김하준이라는 공백을 남깁니다. 독자는 그 공백에 타인의 시선과 자신의 편견을 채워 넣습니다. 그리고 그 공백이 설계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이 싹튼 순간, 작품은 본격적인 심리 스릴러로 전환합니다.
세 번째 축인 ‘시클리드’ 파트는 단독으로도 강력합니다. 중학생 이순근이 길에서 만난 노숙자와 나누는 대화는 이 소설의 핵심 은유를 숨깁니다.
📌“시클리드의 일종인 하플로크로미스 부르토니라는 물고기는 계기가 있으면 강력하게 변신하지.”
열대어 생태에서 차용한 ‘두 개의 수컷 전략(화려한 T형/회색 NT형)’은 사회적 변신의 모델이 됩니다. 순근은 모멸과 공포, 모형 폭력의 리허설을 거쳐 자기 강화의 폭력으로 이행합니다.
📌“‘졌다.’” 라는 자기 패배의 순간 뒤에 찾아오는 급격한 변화는 작품 후반 ‘정체’의 반전과 무섭게 응답합니다. 이 축이 없었다면 《몬스터 킬러》는 ‘학교 살인사건의 비밀’로 끝났을 것입니다. 시클리드는 ‘괴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구현하고, 그것이 얼마든지 학습 가능하다는 소름을 남깁니다.
작품의 대사 곳곳엔 학교 폭력의 일상성이 스며 있습니다.
희생자를 조롱하는 아버지의 윙크, 왕따를 알아채는 노숙자의 냉정,
‘착한 아이’라는 말의 공허함.
이 조각들이 모여 드러내는 것은 세뇌의 주체가 꼭 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집단, 시스템, 여론, 언론, 심지어 ‘정의감’ 또한 사람을 가공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질문은 단순합니다.
⁉️“우리에겐 괴물을 죽일 자격이 있는가?”
누군가를 ‘몬스터’로 호명하는 순간,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작품은 그 질문을 독자에게 되돌려 줍니다.
또한 범인을 숨기기보다 동기의 구조를 숨깁니다.
박근태의 인터뷰와 기록 열람은 독자를 ‘사실-확인’의 길로 이끌지만,
전조협의 독백과 시클리드의 체험은 그 사실을 의미-수정의 길로 비틉니다.
주요 반전의 열쇠는 ‘누가 누구를 알아보지 못했는가’라는 인식의 단절에 있습니다. 중1·중3 시기의 사진을 보여줘도 📌“누구예요?”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이유를 독자가 이해하는 순간, 제목의 ‘킬러’가 지시하는 범위도 재정의됩니다.
(여기서 더 말하면 스포일러입니다🤨)
문장은 직설적이고 빠릅니다. 조사-대질-회상-폭주 액션이 번갈며 리듬을 만듭니다. 한편 민주영·김태수의 악행은 필요 충분 조건일 만큼만 배치되어 혐오 소비로 흐르지 않습니다. 약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전조협의 어떤 장면은 다소 과잉으로 보이고, 몇몇 ‘설명 대사’는 작가의 메시지가 앞서 말하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결말에서 드러나는 관계의 지도와 그 뒤에 남는 도덕적 현기증이 이 모든 미세한 단점을 무력화합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학교가 아이들이 웃고 배우는 곳(작가의 말)이라는 믿음과, 그 믿음을 아슬아슬하게 위협하는 현실이 동시에 남습니다. 이 간극의 공포가 작품의 진짜 여운이었습니다.
⁉️“정말 학교는 안전한가?”라는 질문이 작품을 덮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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