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 사이코 픽션
박혜진 엮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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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알고 보면 다 아팠다.
모두가 깨진 조각을 손에 쥐고 피 흘리고 있다고 느낄 때
이 '나쁜 소설'들이 떠올랐다.”

이 책은 ‘사이코’를 웃으며 소비하던 우리에게,
그 ‘이상함’이 누구보다 자신일 수도 있음을 조용히 알려줍니다.

🫧“이상한 이야기 속에 숨은 진짜 나를 마주하는 경험.”

우리 모두 조금씩 이상하고, 모두가 조금씩 사이코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아프고, 놀랍고, 슬프고, 무엇보다 현실적이었습니다.



박혜진은 《82년생 김지영》을 발굴한 편집자로 잘 알려진 인물로, 문학평론가로서도 깊이 있는 비평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그녀는 텍스트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대 사회와 개인의 경험을 교차시켜 ‘지금, 여기의 문학’을 만들어냅니다.


이 책을 더 잘 이해하려면 ‘피폐소설’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피폐소설은 인간 내면의 상처, 뒤틀린 욕망, 부정적인 감정들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장르로, 최근 다시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박혜진은 ‘이상한 사람들’을 통해 사실은 우리 모두가 다 병들어 있고,
어딘가 맛이 간 상태임을 말합니다. 소설은 현실의 왜곡된 반영일 뿐 아니라, 우리 내면의 어둠을 안전하게 탐색할 수 있는 심리적 ‘샌드박스’입니다.
그녀는 “이상한 인물들”을 통해 감정의 안전지대를 벗어나 우리가 놓친 감정, 억압된 자아를 회복하게 돕고자 합니다.

박혜진은 피폐한 소설 속에서 감정의 잔해를 수거하는 문학구조대이자,
어둠 속에서 길을 찾게 도와주는 비평 큐레이터였습니다.


《퍼니 사이코 픽션》은 박혜진 평론가가 비평가에서 큐레이터로 전환되는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문학을 분석하는 손에서 문학을 감각하는 손으로 넘어온 것을 작품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소설집은 한국 단편소설 7편을 엮어 ‘피폐소설’의 원형을 발굴하고, 해제를 더했습니다. 송경아, 김이태, 이응준 등 작가들의 작품 속 뒤틀리고 고장 난 인물들은 현대인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기능합니다.
책은 다들 조금씩 맛이 가버린 우리 시대를 향한 묵직한 진단이자,
고통스러운 공감의 기록입니다.


📌“다채로운 사이코들을 한 권의 책에 모아야겠어.”

《퍼니 사이코 픽션》은 송경아부터 박성원에 이르기까지 7인의 작가가 만들어낸,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인물들을 모읍니다. 박혜진은 이들을 “사이코”라고 부르며 병들고 뒤틀린 세계에 던져진 존재로 정의합니다.
이 인물들은 광기의 이면에서 우리를 닮은 초상입니다. 무너져가는 사회와 개인의 윤곽 안에서 그들은 무섭도록 진실하고, 때론 슬프게 익숙합니다.


📌“사람으로부터 상처받는 일은 흔하고,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은 그보다 더 흔하다.”

책이 시작되는 프롤로그는 ‘정상’이라는 정의 자체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박혜진은 스스로의 어두움을 토로하며,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정상성의 궤도에 설 수 없는 이들에게 문학적 증언을 부여합니다. 이들은 상처와 결핍, 욕망과 공허를 가진 존재들이며, 어쩌면 그 자체로 지금 이 세계의 표본일지도 모릅니다.

📌“모래알 같은 희망과 절벽 같은 낙담 속에서 스스로를 파괴해버리는 폐쇄된 마음”— 인간 내면의 불안과 절망을 상징하는 핵심 문장입니다.

이 소설집에서 가장 불편한 진실은 아마도 이것일 것입니다.
이 '사이코'들은 결코 우리와 완전히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들이 겪는 분열과 상실, 이중성과 왜곡된 감정은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누구나 일상에서 한 번쯤은 마주칠 수 있는 심리적 파편들입니다.


'정열'에서는 평온한 세계를 살고 싶었던 남자가, 타오르는 여자 앞에서 존재가 송두리째 흔들립니다. '나비'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진 감시병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믿는 ‘사실’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줍니다. '식성'의 괴이한 식습관, '상자 속으로 사라진 사나이'의 가학적 관심, '그녀는 죽지 않았어'의 무차별적 분노까지… 박혜진은 각 이야기의 파편을 주워 모아 해설로 이끌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그거 알아? 당신도 맛이 간 거?”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사회적 붕괴와 집단적 피로감,
감정의 탈선은 그 시기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입니다.
박혜진이 말했듯,
'불 꺼진 뒤의 인간만이 영원히 계속되는 문학의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 이 문장은 이 책 전체의 방향성과 해석의 키워드를 제공합니다.


작가들의 작품 속 인물들은 그저 충격적인 소재나 기행으로 독자를 자극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 모두의 파편을 품은 인물들입니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 존재가 뒤흔들리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가령, 송경아의 '정열'에서는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남자가 사랑이라는 이름의 불길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집니다. 이불처럼 따뜻하고 안온한 사랑이 아닌, 자신을 태워버릴지도 모를 정열 앞에서 그는 비로소 세계의 이면을 마주합니다.


김이태의 '식성'에서는 채식주의로 급변한 언니의 식성과 심리 변화가 인간 관계의 모순을 드러내고, 안성호의 '나비'에서는 진실과 환상의 경계가 무너집니다. 이들은 모두 파멸로 향하는 인물들이지만, 그만큼 인간적이기도 합니다.

박혜진은 이들을 가리켜 “다채로운 사이코”라 명명합니다.
괴이하고 파괴적인 이 캐릭터들은 모두 현대인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며,
바로 그런 점에서 이 소설집은 우리에게 강하게 침투합니다.

《퍼니 사이코 픽션》의 가장 묵직한 지점은
독자가 이 소설들을 타인의 이야기로 읽을 수 없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박혜진은 그들의 이상함 속에서 '낯설지 않은 내 모습'을 보았다고 고백합니다.
- 그건 곧, 이 일곱 편의 피폐소설이
모두 우리 내면의 무의식적 결핍과 욕망, 공포에 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가구 디자이너’, 나비를 먹는 여자와 그녀를 목격한 초병, 정열이라는 본능 앞에서 무너지는 남자, 실종된 사진작가를 추적하는 사람.
이들은 곧 우리가 사회적으로 감추고 있는 병증의 다른 얼굴들입니다.

특히 책 속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은 '나비'였습니다.
여자가 ‘나비’를 먹는다는 이 이미지 자체가 강력한 비유적 충격을 줍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서사 속에서, 결국 판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진짜일까, 아니면 환상일까. 그러나 중요한 건 진위가 아니었습니다. 심리를 자극하고 균열을 만드는 방식이야말로 이 작품이 의도한 목적이었습니다. 📌“위에 나비가 가득 차 있었다.” 라는 구절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든,
그 이미지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채영주의 '상자 속으로 사라진 사나이'는 일종의 정체성 실험처럼 느껴집니다.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광기,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덧씌워진 조작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너무 많은 것을 알기 위한 관심은 결국 파멸을 불러온다.”는 아내의 유언은 인간관계의 경계와 책임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소설들을 ‘나쁘다’고 말하는 건,
우리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길 기대받아 왔는지를 반증합니다.
하지만 이 ‘나쁜’ 인물들을 읽으며 우리는 기묘한 위로를 받습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상처 입고, 방황하고, 외면당했으며,
어쩌면 당신과 나만큼이나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상자 속으로 사라진 사나이'는 독자를 인간의 관음성과 무감각 속으로 깊이 밀어넣습니다. 자칭 의사라는 주인공은 감정 없는 관찰자로서 환자 백성인을 분석하면서, 점차 스스로의 존재도 무너져가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가 '정상'이라는 이름으로 은폐해온 내면의 허위를 집요하게 파헤칩니다.


이 책이 매혹적인 이유는, 이 소설들이 자극적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감정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붕괴되는 사람들, 견디다 못해 이상해지는 사람들,
그 안에서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
박혜진은 이 인물들을 향해 “이상하다”고 말하는 대신 “나도 그런 적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독자가 ‘이상함’에 공감하게 만듭니다.

이 책은 ‘문학적 즐거움’이라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일종의 정신적 트라우마 체험이고,
인간이라는 존재의 어둠에 정면으로 마주하는 연습입니다.
하지만 그 불쾌함과 불안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조금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됩니다.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의 어두운 면과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문학은 치료제라기보다 감염입니다.
진단보다 치유보다, 먼저 상처를 알아차리는 작업입니다.


《퍼니 사이코 픽션》은 피폐하지만 강렬한 문학적 거울입니다.
당신이 단단하게 감춰 온 욕망, 분노, 상처의 껍질을 벗기고,
그 밑에 숨겨진 ‘진짜 나’를 드러내는 책입니다.
박혜진의 날카롭고도 섬세한 해석은 이 7편의 ‘나쁜 소설’을 새로운 고전으로 되살리며, 이 시대의 ‘비정상’들을 위한 가장 인간적인 위로가 되어줍니다.


이 책은 문학을 통해 인간의 뒤틀린 내면과 부서진 사회의 모습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우리가 직면한 시대의 정서를 응축시킵니다. 불편하지만, 그러하기에
더 강하게 다가오는 이 7편의 단편들은 ‘우리는 왜 아플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문학의 대답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 정면으로 맞서는 박혜진의 문장은 냉철하면서도 다정합니다.

《퍼니 사이코 픽션》은 독자에게 묻습니다.
📌“그거 알아? 당신도 맛이 간 거?”
- 이 질문은 이 책 전체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더 이상 멀쩡한 사람들이 사는 멀쩡한 세상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처 입고, 망가지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합니다.

그래서 이 일곱 편의 소설은 결코 '나쁜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병들고 뒤틀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얼마나 인간적인지를 증명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이 책은 문학이 인간의 심연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탁월한 도구인지,
그리고 ‘이상함’이야말로 가장 솔직한 고백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줍니다.
나는 누구이며, 무엇에 망가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것이 바로 ‘나쁜 소설’이 가진 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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