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황홀한 순간
강지영 지음 / 나무옆의자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죽음 저 너머가 아니라 내가 지나온 길이리라."

📌“운명과 운명이 부딪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거의 황홀한 순간을 맞이한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랑이, 누군가의 손길이 과연 구원이 될 수 있을지를 묻습니다.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다시 묻게 됩니다.
✨️"우리의 사랑은 구원이 될 수 있을까?"


강지영 작가는 한국 현대문학에서 독보적인 서사를 구축하는 작가로, 장르를 넘나드는 서사적 도전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살인자의 쇼핑몰', '살인자의 쇼핑목록', '심여사는 킬러' 등 특히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의 원작자로 유명합니다.

나디샤스트라(Nadi Shastra)는 인도 전통에서 전해 내려오는 운명 기록으로, 사람들의 삶과 미래가 기록된 책이라 전해집니다. 작품 속 하임은 자신의 운명을 찾기 위해 나디샤스트라를 찾아 떠나려 하지만, 현실은 그녀를 연향이라는 도시로 되돌려 놓습니다.

이무영의 이야기는 가정폭력과 성범죄, 그리고 그 안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을 다룹니다. 이는 여성의 현실과 생존, 그리고 연대의 의미를 탐색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강지영 작가의 문체와 스타일을 꼽자면 강렬한 캐릭터 설정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특징입노다. 유머와 냉혹한 현실, 감동적인 순간이 공존하는 스타일이 이번 작품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강지영 작가는 "사랑이 구원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하임과 무영이라는 두 여성의 대조적인 삶을 통해, 사랑과 폭력, 운명과 선택, 연대와 구원의 의미를 탐색합니다. 특히 서술 트릭을 활용한 반전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독자에게 깊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무영의 고통을 그녀의 선택과 생존을 통해 여성 연대의 가능성을 조명하고자 합니다.


"거의 황홀한 순간"은 얽히고설킨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여성이 서로에게 닿아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지옥 같은 현실 속에서도 사랑이 인간을 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고통 속에서조차 사랑은 한낱 희망에 불과한지를 탐구하는 이 소설은 강렬한 서사와 예리한 심리 묘사로 독자를 압도합니다.


소설은 ‘연향’이라는 중소도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김하임과, 폭력적인 남편에게 학대당하는 이무영이라는 두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처음에는 전혀 접점이 없는 듯 보이는 두 인물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이들이 서로의 서사 속으로 얽혀 들어가면서 독자는 점차 숨 막히는 몰입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임은 연향으로 돌아와 우연처럼 지완을 만나고 사랑에 빠집니다. 그녀의 서사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감성을 지닌 로맨스로 보이지만, 이내 예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하면서 그녀의 사랑은 복잡한 감정을 동반합니다. 반면, 무영은 철저히 가혹한 현실 속에서 살아갑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학대한 희태와 결혼하고, 그의 끝없는 폭력에 시달리며 지옥 같은 삶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이 두 여성의 삶은 한 남자 ‘지완’을 통해 연결됩니다. 지완은 무영에게 연민과 책임감을 느끼며 그녀를 돕고자 하지만, 하임은 지완의 행동을 의심하며 혼란에 빠집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여성의 이야기는 충돌과 교차를 반복하며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습니다.

📌“만약 지옥이 있다면, 죽음 저 너머가 아니라 내가 지나온 길이리라.

특히 가정 내 폭력, 성착취, 여성에 대한 억압 등의 주제를 현실감 있게 다루며, 이를 피해자의 이야기로 소비하지 않고 생존자의 이야기로 승화시킵니다.

희태는 사회적으로 ‘착한 가장’으로 위장할 줄 아는 교활한 가해자입니다. 사람들은 무영이 문제 있는 여자라고 손가락질하며, 희태가 피해자인 척 행동하도록 돕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피해자의 침묵을 강요하는 구조적 폭력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소설의 제목인 ‘거의 황홀한 순간’ 은 마지막까지 의미심장한 메아리를 남깁니다. 지완과 하임의 사랑, 무영의 선택, 그리고 연향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가요, 천 길 낭떠러지든 해변 오두막이든 세상 끝이든.”

소설은 사랑이 반드시 낭만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립니다. 사랑은 때때로 폭력과 맞서 싸우는 연대일 수 있으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한 결단일 수도 있습니다. 무영의 마지막 행동과 하임의 감정을 정리하는 방식은 감정의 흐름이 아닌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입니다.

📌“울음이라 해도 좋고, 웃음이라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소리였다. 거의 황홀한 순간이다.”

종단에 무영과 하임의 이야기가 하나로 폭발하는 순간, 전율과 함께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모래알 같은 사람들이 운명과 운명을 부딪치며 서서히 마모되어가는 한 줌의 세상”

특히 연향이라는 공간에서 모든 운명이 얽히고 부딪치며 마모되는 모습을 묘사하는 대목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무정한 곳인지, 그리고 그 안에서도 사랑과 관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새기게 합니다.


"거의 황홀한 순간" 은 강지영 작가 특유의 강렬한 필체와 감각적인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로맨스 뿐만 아니라, 사랑과 폭력, 구원과 절망을 동시에 다루며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깊이 있게 파헤칩니다.

이 책은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며, 마지막까지 감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습니다. 장르 소설 뿐만이 아니라, 깊이 있는 서사와 문학적 성취를 동시에 이루어낸 작품으로, 강렬한 이야기와 여운을 남기는 소설을 찾는 독자, 사회적 메시지가 담긴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특히 추천드립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