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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묘한 미술관 - 하나의 그림이 열어주는 미스터리의 문 ㅣ 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지음 / 빅피시 / 2024년 9월
평점 :
미술관에 걸린 예술 작품들은 그저 아름다움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속에는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갈등, 역사와 철학, 때로는 미스터리까지 숨겨져 있었습니다. 진병관 작가의 "더 기묘한 미술관"은 이처럼 명화 속에 숨겨진 비밀과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미술 해설서로, 독자에게 그림 이면의 숨겨진 진실을 흥미진진하게 전합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미적 감상을 넘어 그림 속 화가의 의도와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들이 살아갔던 시대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까지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추천드리는 가장 큰 이유를 딱 하나 말씀해드리자면 바로 스토리텔링입니다. 단순히 그림의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그림이 만들어진 배경과 숨겨진 이야기를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펠릭스 누스바움의 "죽음의 승리"는 단순한 종말적 그림이 아니라, 화가의 유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그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기 직전에 그린 마지막 작품으로, 그의 삶이 담긴 절규와 두려움이 그대로 묻어있습니다. 화가는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까지도 자신이 그린 마지막 작품을 통해 세상에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작품을 통해 단순한 감상에서 벗어나, 그림 속에 남긴 화가들의 유언을 듣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책은 미술 작품과 화가의 인생이 밀접하게 얽혀 있는 지점을 조명하며 깊은 감동을 전한고 있습니다.
또한, 제임스 앙소르의 "예수의 브뤼셀 입성"에서 그는 예수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으며,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자신의 예술적 소외감을 묘사했습니다. 이는 앙소르가 얼마나 세상과 자신을 동일시하려 했는지를 보여주며, 그의 그림이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복잡한 상징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작가가 강조한 것처럼, "앙소르는 예수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그는 브뤼셀의 구원자라도 되려 했던 것일까?"라는 질문은 독자로 하여금 예술의 정치적 메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계기를 마련해줍니다.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다루면서도 오히려 덜 알려진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에서 미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디에고 리베라의 "꽃을 파는 사람"은 단순히 아름다운 꽃을 그린 그림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림 속 여인의 무거운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처럼 책 속 많은 작품들은 아름다움 이면에 숨겨진 고통과 고단함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 점에서 진병관 작가는 "꽃의 아름다움보다 그녀 삶의 무게를 더 의식하게 된다."라며 이를 통해 삶의 이면에 있는 무게와 고통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듭니다 .
특히 목차에 따라 '운명의 방, 어둠의 방, 매혹의 방, 선택의 방, 기억의 방'으로 나뉜 각 챕터는 명화가 보여주는 다양한 주제들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돕습니다. 그중에서도 '어둠의 방'에서는 삶의 밝은 면만을 강조하지 않고, 그 속에 숨겨진 고뇌와 슬픔을 함께 조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르놀트 뵈클린의 〈"이올린을 연주하는 죽음과 자화상"은 죽음이라는 인간의 필연적인 종말을 다루면서,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두움과 그늘을 담은 그림들은 삶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진병관 작가는 그림을 통해 삶이 밝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복잡한 세계임을 일깨워 줍니다.
3관 '매혹의 방' 중에서윌리엄 호가스의 "유행에 따른 결혼"은 18세기 영국의 사회적 계급과 경제적 결혼을 풍자하는 작품으로, 당시 사회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 이를 통해 우리는 미술이 한 시대를 담은 사회적 기록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또한, 4관 뭉크의 "뱀파이어"는 사랑이 구원이 되지 못하고 고통을 안겼던 뭉크의 개인적 경험을 반영한 작품입니다. 붉은 머리카락이 선혈처럼 흘러내리는 듯한 여인의 모습은, 그가 느꼈던 고통과 슬픔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작가는 그림 속 인물과 화가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며,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 너머에 있는 감정적 깊이를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5관 작품들 중 자크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은 단순한 역사화가 아니라, 프랑스 혁명 속에서 어떻게 영웅이 만들어지는가를 보여줍니다. 이 그림에서 다비드는 죽음조차도 정치적 도구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그림을 통해 암시하고 있습니다 .
책은 단순히 그림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그림 속에 담긴 역사적, 사회적, 철학적 맥락을 이해하게 함으로써 더 깊은 예술적 감상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특히 각 작품에 대한 ‘깊이 읽는 그림’ 코너는 작품에 대한 추가적인 배경 지식을 제공하여 독자들이 작품을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미술관에서 그림을 볼 때 새로운 눈으로 작품을 대하게 될 것입니다. 그림 속에 담긴 비밀과 미스터리를 해독하려는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과 생각을 함께 이해하며, 그들이 처한 시대와 상황을 생각해보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우리의 삶과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해주는 이 책을 통해 명화 속 숨겨진 이야기를 읽어내는 재미를 느끼고,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삶의 역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모든 사람에게 미술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입니다. 그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삶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되며, 책을 읽고 나면 미술관에서 마주할 그림들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