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 예술 과학 철학, 그리고 인간
케네스 클라크 지음, 이연식 옮김 / 소요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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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크는 문명이란 인간이 지성과 갈망으로 쌓아온 예술적 재생의 움직임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는 예술 작품과 건축물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묻습니다. 비록 클라크의 관점이 유럽 중심적이고 엘리트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의 깊이 있는 탐구는 여전히 숙고할 가치가 있습니다.

책은 인간이 생존을 위해 싸우며 정신과 육체의 소질을 의식하고 이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문명이 형성되었음을 강조합니다. 클라크는 인간이 이상과 조화를 추구하며 신화, 춤, 노래, 철학, 시각적 예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 필요를 채워왔다고 설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예술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자 이상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클라크가 문명을 단순히 예술 작품의 나열로 보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인간 정신의 발전과 투쟁을 포착한다는 점입니다. 그는 인간이 생존경쟁과 밤의 공포를 이겨내면서, 이성, 정의, 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사고와 감각의 소질을 발전시켜 나가며, 신화, 춤과 노래, 철학체계, 시각적인 질서 등을 통해 이상을 표현해왔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고딕 양식의 건축물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클라크는 고딕 양식이 중력에서 해방된 인간 정신의 표현이라고 해석하며, 그것이 인간을 지상에 묶어두던 기존의 건축물과 어떻게 다른지 상세히 설명합니다. 또한, 2차원의 예술인 태피스트리에서 3차원의 공간과 입체성을 도입함으로써 예술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논한 부분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책의 중반부에 이르러 클라크는 종교와 예술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그는 남성 신을 중심으로 한 종교와 여성 중심의 창조원리가 어떻게 다른 예술적 표현을 낳았는지를 설명하며, 이성과 경험에 대한 호소가 인간 지성에서 어떻게 승리를 거두었는지를 논합니다. 데카르트와 뉴턴의 시대를 거쳐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 문명이 성과를 기반으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서술하는 부분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또한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각각이 어떻게 종교적 감정과 세속적 감수성을 표현했는지를 상세히 분석합니다. 괴테와 루소의 자연관에 대한 비교, 고갱이 타히티에서 겪은 예술적 고투 등을 통해 서양 예술사의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문명"은 존 버거의 비판을 통해 더욱 가치가 드러난다. 버거는 클라크의 관점을 엘리트적이라 비판하며, 그의 "문명"이 지나치게 유럽 중심적이고 남성 중심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이 있기에 오히려 클라크의 관점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합니다. 클라크는 예술 작품과 건축물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습니다.

특히 서양 문명의 발전과 인간 정신의 투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작품입니다. 클라크는 디테일에 집중하며 예술의 양극성을 통해 문명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합니다. 그의 시선은 아름다움과 추함, 남성성과 여성성, 현실과 이상을 넘나들며, 예술적 재생의 운동 속에서 인간 해방의 역사를 짚어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예술사에 머무르지 않고, 문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하는 중요한 작품입니다.

"문명"은 예술과 철학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책입니다. 케네스 클라크는 서양 문명의 방대한 역사를 예술 작품을 통해 설명하며, 인간의 창조성과 진화를 탐구합니다. 이 책은 예술과 문화를 통해 인간 본성을 이해하고, 더 높은 이상과 조화를 추구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이는 앞으로의 삶에서 큰 영감을 줄 것입니다. 문명을 이해하고, 예술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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