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 - 근대 미술사가 지운 여성 예술가와 그림을 만나는 시간
마르틴 라카 지음, 김지현 옮김 / 페리버튼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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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라카의 "우리가 잊은 어떤 화가들"은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여성 화가들의 작품을 발굴하고 그들의 예술적 업적을 재조명하는 중요한 연구서입니다. 이 책은 프랑스 혁명 이후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의 기간 동안 활동한 여성 화가들의 작품 110점을 소개하며, 미술사에서 잊히거나 과소평가된 이들의 예술적 가치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화가들의 작품을 발굴해낸다는 점입니다. 라카는 박물관의 한구석에 있거나 개인이 소장한 작품들을 찾아내어, 그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을 완성했는지, 그리고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상세히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여성 화가들의 예술적 성취가 결코 남성 화가들에 뒤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라카는 여성 화가들을 단순히 예술적 표현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을 예술계에서 창조적 주체로 활동한 인물로 조명합니다. 이는 여성 화가들이 단지 후원자나 모델로서가 아니라, 독립적인 예술가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작품을 통해 세상을 표현했음을 강조합니다. 여성 화가들은 종종 남성 화가들보다 더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였으며, 이는 당시 사회적, 제도적, 경제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루어낸 성취입니다.


여성 화가들이 잊힌 이유는 단순히 성별 때문만은 아닙니다. 라카는 그들이 처했던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며, 그들이 왜 잊히게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여성 화가들이 살롱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품이 미술사에서 사라진 이유는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와 미술 시장의 성격 때문이었습니다. 여성 화가들은 생전에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업적이 의도적으로 삭제되거나 평가절하된 것입니다.


여성 화가들은 외부의 압력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살롱전에서 자신의 존재를 능숙하게 드러내거나, 사설 미술 시장에서 자신을 홍보하며 재정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그들의 끈기와 투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자화상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거나, 경매를 통해 작품을 판매한 최초의 화가가 되는 등, 여성 화가들은 예술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립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라카는 여성 화가들이 작품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탐구했는지를 상세히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수잔 발라동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남성 누드를 탐구하며, 자연과 신체 사이의 에너지를 표현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성별에 따른 예술적 표현이 아니라, 예술의 본질에 대한 깊은 탐구를 보여준다. 이러한 작품들은 현대 미술사에서 다시 평가받아야 할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 책은 미술사에서 잊힌 여성 화가들의 예술적 성취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기록입니다. 라카는 여성 화가들이 예술계에서 창조적 주체로 활동했음을 강조하며, 그들의 작품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이 책은 여성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과 도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잊혀진 여성 화가들을 기리며, 그들의 예술적 성취가 다시 빛을 발할 수 있기를 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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