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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한 내일 ㅣ 트리플 24
정은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5월
평점 :
정은우의 첫 연작소설집 "안녕한 내일"은 감염병으로 인해 국경이 닫혀버린 독일에서 살아가는 이방인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명한 작품입니다. 이 책은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의 스물네 번째 책으로, 서사적 완결성과 매력적인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습니다.
책은 세 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는 독일에서의 삶과 그곳에서 형성되는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 '민디'는 은선과 수산나라는 퀴어 여성의 시선을 통해 독일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감염병과 인종차별이라는 현실에 부딪히는 과정을 그립니다. 새로운 나라에서의 삶은 이민자들에게 낯선 굴욕과 차별을 경험하게 하지만, 은선과 수산나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 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방인으로서의 고독과 연대의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두 번째 이야기 '한스'는 독일 시골 마을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한수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한수는 독일인 치료사 미하엘과의 관계를 통해 인종과 계급 차별이 심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을 당한 한국인 환자를 치료하면서, 그는 독일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직면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감염병으로 인해 더욱 심화된 인종차별의 현실을 고발하며, 한수가 이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마지막 이야기 '수우'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 수아의 시선을 통해, 파독 간호사로 독일에 와 혈혈단신으로 삶을 개척한 할머니와의 관계를 그립니다. 수아는 할머니와 손녀의 따뜻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미래를 다시금 설계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교훈을 얻습니다. 이 이야기는 가족의 의미와 함께,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강조합니다.
"안녕한 내일"은 가난 속에서 이방인들이 겪는 고난과 고독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겠다는 다짐과 결의를 담고 있습니다. 작가는 인물들이 겪는 어려움을 통해 국경 너머의 삶과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이들은 매일을 싸워가며,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하고 확장해갑니다. 삶은 곧 싸움이며, 이방인으로서의 투쟁은 그들의 존재 이유이자 삶의 원동력입니다.
"안녕한 내일"은 이방인들의 삶과 투쟁,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희망을 아름답게 그린 소설집입니다. 정은우 작가는 섬세한 문체와 깊이 있는 서사로 독자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감염병과 인종차별,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방인들의 강인한 투지를 엿볼 수 있으며, 그들의 삶에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집은 우리가 기다려온 바로 그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