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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의 자매 - 나치에 맞서 삶을 구한 두 자매의 실화
록산 판이페런 지음, 배경린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4월
평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자매가 운영하던 네덜란드의 거대한 은신처이자 저항 활동의 중심지에 관한 생생하고 감동적인 기록입니다. 책은 단순한 개인의 기록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가족이 어떻게 산산조각 나는지 보여주는 역사적 문서입니다.
이야기는 브릴레스레이퍼르 자매, 린테와 야니의 가족사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린테는 1912년 12월 13일에 태어난 무용가로, 독일 출신 음악학 연구자이자 피아니스트인 에베르하르트 레블링과 연인 관계였지만, 뉘른베르크 법 제정으로 인해 결혼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전쟁이 끝난 후에 딸 카팅카와 얄다를 낳았습니다. 야니는 1916년 10월 24일에 태어나 2003년 8월 15일에 사망했습니다. 야니는 남편 보프 브란더스와 아들 로비, 딸 리셀로테와 함께 했습니다.
두 자매의 삶은 네덜란드의 평화로운 일상에서 시작하여, 독일의 침공과 함께 산산조각납니다. 1940년 5월 10일, 독일군이 네덜란드를 침공하면서 두 자매의 가족은 나치의 박해를 피해 은신처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하이 네스트는 그 과정에서 중요한 중간 지점이자, 많은 유대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장소입니다.
1부에서는 자매의 가족사가 서술되고, 네덜란드가 나치에게 점령된 후 자매가 펼치는 투쟁의 기록이 이어집니다. 2부에서는 은신처로 삼은 하이 네스트에서 많은 유대인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였으나, 밀고로 인해 발각되어 모두 아우슈비츠로 끌려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3부는 아우슈비츠에서 베르겐 벨젠 수용소로 옮겨가며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고, 다시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다룹니다.
특히, 이 책은 안네 프랑크의 수용소 생활과 그녀의 죽음을 목격한 두 자매의 증언을 통해 안네 프랑크의 이야기의 뒷부분을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오토 프랑크는 두 자매와의 만남을 통해 딸의 죽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책의 여러 장면 중에서도, 수용소에서 자매가 겪은 고난과 동료들에게 노래를 불러주며 힘을 북돋아주는 장면은 특히 인상 깊습니다. 수용소의 잔혹한 환경 속에서도 자매는 서로를 지지하며 인류애를 잃지 않았습니다.
“소련이 중요한 전투마다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영국과 미국이 서유럽에 두 번째 전선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옵소서. 바라옵건대 파시스트 놈들은 하루빨리 망하게 하시고 히틀러는 빨리 뒈지게 해 주시옵소서.”라는 기도문은 전쟁의 절박함과 간절한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하이네스트로 처음 이사 왔을 때, 야니는 압도적인 고요함에 놀라 화들짝 잠에서 깨곤 했다. 찰나의 순간, 그녀는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라는 묘사는 전쟁과 고난 속에서의 고독과 두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책은 자매가 수용소로 보내진 후의 끔찍한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몇 시간이고 점호가 이어졌다. 중간에 숫자를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수백 명이 거대한 체스판 위의 폰처럼 늘어섰다.”라는 부분은 수용소 생활의 가혹함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러나 자매는 이러한 참혹한 환경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동료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빵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이 책은 린테와 야니의 끈질긴 생명력과 투쟁,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건 헌신적인 모습들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하이 네스트에서 펼쳐진 삶의 이야기들은 긴장과 이완의 연속이었고, 그곳에서 펼쳐진 음악회와 이벤트는 그들의 삶에 작은 위안을 주었습니다.
또한, 이 책은 나치의 잔혹한 게임 속에서 인간 존엄성과 자유를 잃고, 강제수용소에서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유대인들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자매는 서로를 지지하며 생존을 위한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한 개인의 서사가 아니라, 전쟁 속에서의 장대한 여정과 인류애를 일깨워주는 대단한 역사서로서의 역할을 합니다. 나치의 반인륜적인 행태와 그로 인한 개인의 비극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정치와 개인의 연관성을 깨닫게 해줍니다.
린테와 야니의 이야기는 그들의 투쟁과 생존,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한 헌신적인 사랑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희망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그들의 삶은 우리가 역사를 두려워하고, 그 아픔을 잊지 않도록 상기시켜줍니다. 이 책은 그들을 기억하며, 다시는 그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