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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꾸로 된 나무입니다
배진시 지음 / 책과나무 / 2023년 8월
평점 :
1980년대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입양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그 속에 내재된 여러 복잡한 감정과 사회적 문제들을 직시하게 됩니다. 독자는 입양된 아이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 소속감의 결여, 그리고 때로는 극심한 소외감까지 느끼는 심리적 경험을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저자는 여덟 명의 다양한 입양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에 깊이 파고드는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통계나 사건의 나열을 넘어서, 각 인물의 감정과 사고, 삶의 전환점들을 세밀하게 그려냄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들의 고통과 기쁨, 실망과 희망에 공감하게 만듭니다.
입양인들이 겪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다른 문화권인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자란 이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에 속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가집니다. 특히,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현재의 양부모에 대한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어려워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묘사됩니다.
다른 나라로 입양됨으로써 겪는 문화적 차이는 이들에게 큰 도전입니다. 프랑스 학교에서 외계인처럼 느껴지는 경험은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큰 장벽이 됩니다. 또한, 인종적 차별과 이중 문화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은 입양인들의 심리적 갈등을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입양인들은 양부모와의 관계에서 사랑과 거부, 감사와 원망이 교차하는 복잡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양부모에 대한 감사함과 동시에, 자신을 버린 친부모에 대한 그리움과 분노가 공존합니다. 이런 감정의 복합성은 입양인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일부 입양인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친부모와의 재회를 시도하는 과정은 이 책의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입니다. 이 장면들은 감정적으로 매우 충전되어 있으며, 입양인들이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들이 겪는 심리적 치유와 자아 발견의 여정은 많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가장 큰 감정은 입양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아이를 새로운 가정에 보내는 행위를 넘어서는, 깊이 있는 심리적, 사회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입양인 각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과 사회적 도전은 그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형성합니다. 이 책은 입양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넘어서, 입양인의 내면세계를 깊이 있게 탐색하며 독자에게 큰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이 책이 다루는 각각의 사례는 입양인들이 겪는 내면의 싸움과 세상과의 조화를 찾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상세하게 드러냅니다. 또한, 한국과 프랑스라는 두 다른 문화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입양인들의 이야기는 문화적 정체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줍니다.
이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은 단순히 입양된 아이들의 슬픔과 투쟁만이 아닙니다. 입양이라는 행위가 갖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개인적 의미를 탐색하면서, 우리 사회가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입양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인간이 어떻게 상황에 적응하고, 상처를 극복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강력한 사례를 보여줍니다.
이 책은 입양이라는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현상을 다각도에서 조명하며, 입양인 개개인의 삶을 통해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 경험의 깊이를 탐색합니다. 이 책은 입양에 관한 통념을 깨고, 입양인들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귀중한 통찰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