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진즉에 깨친 것이다. 남사스럽다는 마음 자체가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남을 의식하느라 내가 행복할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결국 자연인들의 거침없는 자기 개방을 염려했던 내 마음조차 오만이었다 싶다. 남의 눈에서 해방된 진짜 고수들에게 오히려 내가 오지랖이 넓었던 것이다. - P100
어쩌면 유머는 살면서 고단함의 무게를 덜어주는 가장 강력한 ‘치트키‘일 수 있겠다 싶다. 그리고 그 덕에 우리가 일상의 작은 낭만을 놓치지 않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 P108
이제는 자책과 후회 대신 고군분투하고 있는 내게 조금은 더 다정해지려 한다. 어디까지 가야 하고 어디서 멈춰서야 할지 매번 고민하는 내게 이제라도 다정하게 그 마음을 물어봐 주려는 것이다. 몇 년 후에 지금의 시절이 어떻게 회고될지 모르는 채로 그저 오늘의 나를 믿으며 발을 떼고 있는 내게 그 안부가 힘이 돼주기를 바라는, 그 걸음이 덜 외롭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P115
<어떻게 진짜 어른이 되는가>(데이비드 리코)라는 책에 보면 우리가 어린 시절 경험했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풍족함을 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행동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이 욕구가 충족돼야 건강하게 자기표현을 할 줄 아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셀프 양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P145
어떤 형태의 결핍을 안고 태어났든 자라면서 결핍을 안게 됐든 간에 누구든지 조건으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어른이 된 나는 그리고 우리는 이제 스스로가 존재 자체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머리로 이미 아는 말이고 자주 듣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참으로 이상적인 말이지만 그만큼 실현 불가능한 말이 또 있을까?‘ - P165
요즈음 매일 일상에 존재하는 작은 즐거움을 더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내가 지나고 있는 이 시절 곳곳에 놓인 작은 행복의 조각을 충실히 찾는 중이다. 이런 나의 착실한 노력덕에 어쩌면 어떤 어려운 시절을 지나고 있더라도, 기어코 빛나는 순간을 찾아낼 수 있겠다는 약간의 희망 같은 것이 생겼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하루들도 예전보다 조금은 더 감사로 채워지는 듯하다. 앞으로도 나는 이 찰나의 기록을 계속해볼 참이다. "(지나간 것은 아름답고) 현재는 언제나 슬프고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라는 푸시킨의 싯구에 조금은 덜 공감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도 그 순간을 잘 감각하기 위해 촉수를 세워보려 한다. - P182
결국 우위를 재고 따지는 대신 진짜 해야 할 중요한 질문은 하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게 생각해서 나는 과연 행복한가?" 행복하자고 하는 모든 일에서 왜 굳이 행복에 반하는 감정들을 끌어들여 힘듦을 자초하는지, 마치 불행하지 못해 안달인 사람처럼 구는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나를 힘겹게 하는 감정들을 모두 이 하나의 질문에 걸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질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과감히 버려보자고, 보이지 않는 눈을 떠올릴 때 그랬듯 오히려 복잡한 문제일수록 단순한 틀이 해답일지 모르니까. - P207
내가 살아가는 이 하루를, 나와 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남겨야 할지 새삼 진지해진다. 몰아치는 일들 사이에서 그럼에도 내게 주어진 감사를 잊지 않기 위해, 내가 사랑을 말해야 할 사람을 지나쳐 보내지 않기 위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엉뚱한 방향을 향해 바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게 되는 것이다. 당연한 줄 알았지만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으므로 매일 생기 가득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나의 애도가 말을 건네고 있기에. - P227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식으로든 자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 자신의 내면과 깊이 연결된 사람은 그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으리라는 사실이다.
(중략) 그런 시간을 통과해본 사람이라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지금까지 어떤 삶의 사건들도 결국 자신의 가치를 손상시키지는 못했다는 것, 비록 수없이 흔들렸겠지만 넘어지지는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모든 시간들이 응축돼 지금에 도착했기에 우리가 지나온 시간은 모두 의미 있었다는 것 까지도. -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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