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 새로운 시대의 탄생, 르코르뷔지에가 바라본 뉴욕의 도시
르 코르뷔지에 지음, 이관석 옮김 / 동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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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책을 읽게 되었냐고요? 사실 이번에 주간심송서평단으로 선정되면서 동녘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읽게 되었어요. 주제가 건축이라서 개인적으로 더 관심이 갔던 것도 있고요. 건축이라는 게 단순히 건물의 구조나 설계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철학이나 시대 정신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늘 매력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처음에는 제목만 봤을 때 소설인가 싶기도 했어요. 그런데 책을 열어보니, 건축의 대가 르코르뷔지에가 쓴 도시계획에 관한 에세이 같은 내용이더라고요. 제목인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는 7세기 이전 중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르코르뷔지에는 대성당들이 희었던 그 시기를 새로운 중세 시대의 시작으로 보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세기의 기계 문명이 폭발하는 시대를 그에 비유하며 지금 우리가 되새겨야 할 과거의 가치와 정신을 강조하죠. 책 속에서 이 표현을 계속 반복하며 과거의 좋은 정신들을 현대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이야기하는데, 그 부분이 참 인상 깊었어요.

특히 그는 미국 뉴욕의 맨해튼 마천루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미국이 얼마나 역동적이고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지 체감하며, 반대로 당시 프랑스가 얼마나 정체되어 있는지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건축가가 아니라, 도시를 구획하고 정비하는 도시계획자로서의 면모를 강하게 보여주는데요, 르코르뷔지에가 꿈꿨던 이상적인 도시는 인간이 나무를 보며 살고,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그러기 위해 그는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도시 설계를 추구했죠.

하지만 그의 혁신적인 계획들이 당시 프랑스 행정 시스템의 부족함으로 번번이 무산되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어쩌면 르코르뷔지에라는 천재를 이해하고 수용하기엔 그 시대가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제안했어요.

책을 읽으면서, 건축을 전공하거나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면 이 내용들을 어떻게 실제에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자연스레 들더라고요. 예를 들어, 그는 당시로선 잘 논의되지 않았던 공조 설비까지 고민했어요. 지금 보면 당연한 부분인데, 시대를 앞서갔다는 게 느껴지죠. 이런 디테일에 대한 관심과 노력은 정말 감탄스러웠어요.

게다가 건축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그의 견해도 대단했어요. 책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정말 뭐든 다 알고, 다 할 줄 아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어떻게 이렇게 다방면에 걸쳐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다시금 감탄하게 됩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단순히 건축에 관한 정보를 얻은 게 아니라, 시대 정신이나 인간의 학습 능력, 변화 추구 같은 더 큰 주제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었어요. 가장 와닿았던 구절이 하나 있는데요. "인생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가며 창조하고 행동하고 변화하는 기능을 영원한 기쁨으로 여기지 않는 한, 인간의 고통은 영원할 것이다." (97쪽)라는 문장이에요.

이 말을 읽으면서, 아마도 르꼬르뷔지에가 변화하기를 두려워하거나 과거의 영광에만 머무르려는 당시 프랑스 사람들에게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했어요. 우리도 때때로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거나 타협하면서 멈춰 서는 것이 행복일 거라고 착각하지는 않을까요? 이 문장을 곱씹으면서 저 자신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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