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4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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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패미니즘 화가로 이름이 알려진 "일레인 라일리"는 자신의 회고전이 열린 다는 이유로 오고 싶지 않았던 도시 '토론토'로 돌아옵니다.

전 남편의 집에 머무르며 유년시절의 기억을 하나 하나 떠올리는 일레인 ..

그녀의 유년 시절 추억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 어린 시절의 모습도 생각납니다. 


일레인은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유랑하는 삶을 살다가, 아버지가 대학교수로 일하게 되면서 토론토에 정착하게 됩니다.

그동안의 방랑하는 삶에서 정착하는 삶을 살게 되면서 겪게 되는 생소한 생활들.

그 중에서도 가장 생소하면서 어색한 것은 바로 여자친구들과의 생활.

특히, 여자친구 '코딜리어'의 "가스라이팅"에 힘들어하는 일레인. 


일레인은 자신이 여자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이겨내지 못하는 것 자체에 좌절을 느낍니다.

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려고 하는 일레인.

아니 과연 이겨내려고 한 것인지.. 죽거나 기절하는 것으로 이를 회피하려는 일레인. 


이야기는 일레인의 성장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워낙 섬세하게 그리고 세세하게 묘사하다보니... 

나는 유년 시절 어떠했는가를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됩니다. 


작품에서는 아이들의 놀이로 '구슬치기'가 나옵니다.

저는 한 번도 구슬치기를 해 본적은 없지만 영롱한 색깔을 발하는 구슬이 예뻐서 모은 적은 있습니다. 


이런 저처럼 일레인도 "고양이 눈"과 같은 구슬을 모으길 좋아합니다.

특히 푸른색 '고양이 눈'은 일레인에게 용기를 주고, 버틸 힘을 안겨주는 부적과도 같습니다. 


푸른색 고양이 눈을 주머니에 넣고, '코딜리어'에게 대항하는 힘을 갖고자 하는 일레인.

그리고 작품에서 가장 화가 났던 스미스 부인과 그녀의 언니 '밀드레드' 와의 대화 장면. 


작품 중간에 "일레인 리슬리는 페미니즘 작가"라고 규정해놓고, 그 틀을 벗어나는 답변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를 표하는 기자의 모습처럼 '스미스 부인'도 '일레인 가족'을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는 인물들로 규정하고 그들에게 분노합니다. 그 가운데, 일레인에게 벌어지는 친구들의 일탈 행위를 알면서도 당연히 받는 벌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경악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어른이라는 자가 그럴 수가 있는지

적어도 어른이라면 아이에게는 그래서는 안되는 거 아닌지.. 


자신만의 믿음, 확고한 신념 체계를 가진 자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배척할 때 얼마나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자신의 딸인 그레이스가 친구인 코딜리어, 캐롤과 함께 일레인을 괴롭힌다는 것을 알았다면 스미스 부인은 그래서는 안되는 거 아니었을까요? 


아이들은.. 그래.. 아이니까. .. 아직 모르니까 ... 그렇다고 이해한다고 쳐도.. 어떻게 어른이 그럴 수가 있는지.. <고양이눈 1권>에서 가장 화가 나는 장면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코딜리어의 행동.

코딜리어의 집안에 대해서는 잘 나오지 않아서 확실하진 않지만 코딜리어의 그러한 행동들은 집안의 누군가로부터 배운 것은 아닌지..

그래서 뒤에서 '일레인'이 코딜리어의 모습을 "연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누군가를 따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고양이 눈 1>편을 읽었는데.. 정말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습니다. 

어찌보면 여자 아이들간의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은 듯 보이는 가스라이팅이라고도 볼 수 있는 내용을 일레인의 심정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현재의 '일레인'이 회고하는 모습을 오고가는 표현으로 인해.. 더 집중하게 만듭니다. 


역시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듭니다. 


다행히 1권에서 더 이상 '코딜리어' 패거리의 가스라이팅을 당하지 않으면서 이야기가 끝납니다.

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게 될까요?


읽으면서 내내 나의 유년시절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

유년시절 친구들과의 좋은 기억뿐만 아니라 서로 간에 싸우고 토라졌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그떄 왜 그랬을까, 그리고 참 유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찌보면 소소하기 그지 없는 이 추억을 이렇게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얼른 2권을 읽으러 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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