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2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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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마지막에 드디어 '친구들의 잔인한 장난과 행동'들에서 벗어난 '일레인'이 그려지고 있었기에 2권에서는 내심 그녀의 복수와 친구들의 반성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그런 단순한 이야기 전개를 그려내지 않습니다.
이 작품이 한 예술가의 성장소설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단순 관계를 넘어서는 한 인간의 자아 성찰과 성숙, 그리고 시대상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2권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스티븐의 죽음'
만일 내 주변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 그런데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정말 없는가?
'묻지마 살인'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 지금 사회에서 그저 이러한 일이 내 주변에 일어나지 않음 그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과연 '한 사람'의 성장에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대단한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일 일레인이 계속 방랑자의 삶을 살며, 가족들과의 연대만을 이루었다면, 그렇다면 일레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만일 일레인이 여자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면, 그래서 여자들의 연대를 어릴 적부터 경험했다면, 그렇다면 일레인은 그림들을 그렸을까요?

만일 조제프나 존이 보여준 남성과의 사랑이 정상적(?)이었다면 일레인은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이라는 것은 결코 만들어낼 수 없는 허상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다 각자만의 개성과 특징이 있고, 그것이 이상적 삶의 모습에서는 조금씩 벗어나 있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완벽한 삶도 없고, 완벽한 삶이 없기에 조금씩 벗어난 그 궤적에 따라 삶의 다양한 형태들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요?

잃어버린, 정확히는 스스로 망각하고 있던 과거의 삶들을 하나씩 회고해가며 어릴 적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일레인.

자신에게 가해졌던 폭력적인 상황들에 대해 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그린 그림들로 인해 혹여나 상대방이 받게 될 상처들을 생각하는 일레인.

그렇게 과거의 자신과의 화해, 용서, 위로의 과정을 통해 지금의 내가 성숙해가는 과정은 어찌보면 우리들 모두에게 필요한 시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저는 소위 말하길 '망각'이 뛰어난 사람입니다.
한달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잘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은 더더욱이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그저 약간의 가슴 아픔 정도만 남아 있지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들이 발생했는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동안은 이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살아간다고 스스로 자부했습니다.

그러나 작품 [고양이 눈]을 읽고 나니,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나는 영영 과거와는 화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여 내가 오해를 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이 오해인지 자체를 알지 못한 채로 ..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는 대화하지 못한 채로 그렇게 분리된 채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혹 저처럼 과거의 자신을 잊고 지낸 채 살고 계신다면 [고양이 눈]을 읽으면서 나의 과거는 어떠했는지? 나의 어린 시절 친구들을 상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 캐나다의 사회 모습이 어떠했는지도 느끼면서, 추억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책 [고양이 눈 2]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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