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정지아 외 지음, 이제창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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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창비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가운데 창비교육의 '단편소설 모음집' 시리즈를 많이 읽었습니다.


함께 걷는 소설, 끌어안는 소설, 공존하는 소설 등... 테마를 가지고 엮어진 단편 이야기들의 한 편, 한 편의 울림들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202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받은 책은 [방황하는 소설] 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파괴하고 관습화된 논리를 낯선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사회는 매우 혼란스럽고 이에 사람들은 방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창비에서는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이 바라본 사람과 세상을 모아 또 하나의 이방인을 만들어냅니다.


정보의 과부하와 경제적 압박, SNS로 조장되는 사회적 박탈감과 수많은 선택지로 고통받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과 사회, 도덕과 도덕적 가치, 감정과 무감정, 삶의 읨를 다시금 생각해보고자 한다는 '출판 목적'을 이야기합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총 7편의 작품들을 통해 방황의 이유가 무엇인지, 그 방황의 끝은 어떠한 것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야...

방황하지 않으면 아무데도 도달할 수 없는 걸..

너의 방황은 당연한 것이야..


이렇게 마음의 위로를 통해 자존감을 회복시켜주고자 한 출판사의 의도를 생각하며 7편의 작품에 대한 저만의 방황의 이유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정지아 작가의 [존재의 증명]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

하라 커피를 한 모금하며 이 커피에 함께 엮일 수 있는 시인 '랭보'까지도 떠올린 나인데..


'근데 내가 왜 여기 있지?'

'난 누구지?'

'왜 왔지?.. 여긴 어디지?'


하라라는 커피 품종을 알고,

안캅의 팔레르모라는 찻잔의 이름도 알고..

(세상.. 처음 들어본 커피잔 이름)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카페의 의자가 토넷 nO. 14라는 것도 아는데..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내가 누군지는 모르는 상황

자신이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의아해하며 아이폰을 쓰는 사람은 특별하는 생각에 거부감을 바로 가지는 나.


과연 나는 누구인가?

CCTV를 통해 자신이 나온 아파트, 집까지는 찾아가지만..

집안 소파에 누워서도 생각나지 않는 '나'


자신의 취향은 기억하지만,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나..


이 소설에서의 방황은 무엇일까요?

제가 본 방황은 "나"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입니다.


자신의 취향은 분명하게 알것 같은 화자.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스타일에 맞는 사물들의 배치..


그러나 자신의 이름, 나이, 직업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취향일 것으로 보이는 사물들에 둘러 쌓여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소파가 조심스럽게 그의 몸을 받아들였다.

더 바랄게 없이 편안했다.

이 순간 그가 가장 잊고 싶은 것은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사실은 그게 왜 문제인지가 더 큰 문제인 것 같기도 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사람의 품격이 취향을 결정한다.

아니, 전제와 결론이 바뀌는 편이 더 진실에 가깝다.

취향이 사람의 품격을 결정한다.

취향이 곧 사람의 본질인 것이다.

기억이 사라져도 취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믿었다. 그게 그였다. (...)

그는 여전히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도 상관 없었다.

이집의 공간을 채운 것들이 곧 그였다."


박상영 작가의 [요즘 애들]

 

" "말도 마. 요즘 애들 아주 칼 같지?"

황은채의 입에서 요즘 애들, 이라는 단어가 나오다니, 그것은 그 옛날 우리가 함께 들었던 멸칭이었다. "


이야기는 유명한 아나운서가 된 기자 김남준이 유튜브 프로덕션의 PD가 된 황은채를 다시 만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으로 연결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입사했던 '매거진 C"

현재는 메인 앵커로 활동하고 있는 김남준에게 그곳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인생 첫번째 직장입니다.


나름 잘해보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이들은 늘 "요즘 애들"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잘해도 문제.. 못해도 문제..

어떤 행동이든 '요즘 애들'이라는 이름하에 평가절하하는 직장 상사들.


이 소설에서의 제가 본 방황은 ?

사회(직장)에서의 적절한 거리두기입니다.


"이제는 사회생활 9단이 다 돼 좀체 타인에게 내 감정을 내어 주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이 자리까지 오면서 나도 모르게 누구에게도 공감받을 수 없던 종류의 눈물이 차오르는 날도 있었다.

나는 내 눈물의 방향을 정할 수 없어 가끔은 화가 났고 대개는 고독했다."


솔직히 진짜 직장생활내 괴롭힘이 이 정도라고?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적 제재는 물론이요, 회사에서의 마땅한 위치도 정립시켜주지 않는 이런 조직이라니..


읽는 내내 조금 답답함을 느낀 소설입니다.

이런 답답함이 바로 방황을 나타내는 것일까요?



정소현 작가의 [엔터 샌드맨]

 

공포, 미스터리 ,오컬트를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 [굿바이 샌드맨] 이곳에 자신의 범죄 사실을 고백하는 자유게시판 4892번 글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이 글은 사이트의 운영자인 '지수'에게 한가지 기억을 떠오르게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수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진짜 세계 같지가 않았다.

이곳에서는 믿을 수 없는 사고가 너무 자주 일어났다.

무너질 수 없는 것들은 모두 무너져 내렸고, 폭발하거나 뒤집히고 추락하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건물이 매몰되어 있다가 간신히 구출되어 살게 된 양지수와 안지훈..


살아남은 이들이 겪어야 했던 방황은 무엇일까요? 제가 본 방황은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보이며 살아가야 하는 트라우마 입니다.


사고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의 방황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면서 그 이면에서 제가 느낀 방황은 "어느 것이 진짜 사회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각종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사건, 사고들을 회피하기 위해 오히려 귀신과 같은 미스터리에 빠져드는 지수.


그리고 끝까지 미스터리한 이야기 전개..

과연 김은하와 들었다는 [엔터 샌드맨]은?

지훈과 지수에게 말을 걸었던 은하는?

마지막 4976번 게시글의 정체는?



김금희 작가의 [월계동 옥주]

 

이 작품은 분명 어디선가 봤는데.. 하는 생각을 읽으면서 내내 했는데 역시나.[크리스마스 타일]에 나온 작품입니다.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한국인과 그를 도와준 중국인이 중국어 개인과외를 하게 된다는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착안해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옥주는 왜 '유학'을 온 것인지?

그녀의 방황은 무엇인지?

잘 이해가 되진 않았습니다.


이 소설에서의 방황은 무엇일까요?

제가 본 방황은 "인간관계"의 거리입니다.


옥주가 중국 유학오기전에 헤어진 연인 현우가 한 말

"선배, 세상은 선배가 내키는 대로 낙서해도 되는 백지장이 아니야."라는 말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월계동 옥주로 돌아온 옥주가 "예후이와 함께 보았던 호수"를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옥주 자신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인지..


이야기 줄거리는 간단한 듯 했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 이야기였습니다.


김지연 작가의 [먼 바다 쪽으로]


외딴 펜션에서의 관리인으로 일하는 종희와 현태.

그런데 남편 현태의 상태가 이상합니다.

누군가 자신들을 죽이려 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는 현태


이 소설에서의 방황은 무엇일까요?

현대 사회 속 "낯선 이"들에 대한 공포 일까요?


현태가 느낀 공포가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죽음을 본 것이 정신줄을 놓아버릴 정도까지 되는 것일까요?


"세상이 그렇게까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아. 현태는 어떤 경로든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이 자길 찾아내는 건 시간문제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종희는 현태가 낫지 않으리라는 것을 인정했다. 돌아보면 꾸준히 나빠지는 선택만을 해 온 것 같았다."


종희도 얼마나 포기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이들었습니다. 왜 현대사회는 이렇게 정신이 아픈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일까요?


개인의 문제인지, 사회의 문제인지..


박민정 작가의 [세실, 주희]


명동의 쥬쥬하우스에서 일하는 주희.

그녀는 자신이 뉴올리언스에서 겪은 '마르디 그라'라는 축제에서 찍힌 동영상이 포르노 사이트에 돌아다니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자신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잘못한 거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주희..


그리고 아이돌을 좋아하여 한국어를 배우러 온 일본인 세실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를 "동상의 의미" 알지 못하고 지나는 세실


제가 본 방황은 "타인의 삶"에 대한 동경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문화적 차이에 대한 해석 입니다.

그리고 우리의 아픈 역사에 대한 한일의 감정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소설입니다.


최은영 작가의 [파종]


마지막 소설 [파종]은 어릴적 학대를 당하며 자란 민주가 딸 아이 '소리'를 그녀의 오빠 민혁과 함께 키우는 이야기입니다.


"부모가 함부로 뱉는 말이 어린 자식에게 얼마나 파괴적으로 다가왔는지 아버지는 알았을까.

폭언으로 물들던 유년의 밤을 그녀는 떠올렸다. 나가 죽으라고, 너 같은 게 살아서 뭐하느냐고, 그냥 죽어서 없어져 버리라고.

아버지의 말은 내면의 목소리가 되어서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녀를 따라다녔다.


이렇게 7편의 작품 속 방황을 읽으며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사회 속 이방인들을 느껴보았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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