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나만큼 전쟁사 수업을 듣거나 배우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번 책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던 것, 배운 것은 전쟁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쟁은 단순 전투의 집합체가 아니었다.
전쟁에는 전투도 분명 존재하지만, 그 전투 외의 것들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
책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은 그렇게 전투 외의 것들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을 들려준다.
1편에서는 조금 더 전투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면,
2편에서는 전투 외적인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로 구성되어 있다.
2부의 서론을 여는 스테판 오두앵루조의 목소리를 빌려서 말하면, 전쟁은 단연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충격적 집단 경험이다.
이 충격적 집단 경험을 함께 하는 것은 군인만이 아니라 민간인도 함께 전쟁을 겪게 된다. 그렇기에 2부는 [군인 쪽에서] 그리고 [시민 쪽에서] 각각 전쟁을 바라보게 된다.
군인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전쟁경험들, 그리고 시민들이 겪게 되는 전쟁 경험들..
같은 전쟁이지만 ... 이를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다양한 전쟁 경험들이 나오게 된다.
그리고 이 전쟁 경험에 있어서 '수용소' '배고픔' '잔혹함'이라는.. 전쟁이 아니면 겪을 필요가 없는 것들에 대한 비극적 체험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신체적 경험, 장소에 대한 경험, 시간에 대한 경험을 통해 '전쟁'이 주는 특수성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1편을 보면서는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들이 반드시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전쟁'을 결심하게 되는 '정치인'들이 또한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육대' 필독서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리고 2편을 보면서는 이것은 '전 국민' 필독서가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전쟁은 '남의 나라'일이 아니기에...
그리고 전쟁이라는 것이 단순히 전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쟁 후 회복이라는 것, 전쟁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 내용 중 '미국의 남북전쟁'에 대한 이야기.. 전쟁에서 승리하였으나 그 승리의 기쁨도 잠시.. 결국 남쪽에서도 북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북군의 '재향군인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는 <끝나지 않는 전쟁>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나라처럼 이념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와중에서는 이들의 이야기가 딱히 남의 이야기라는 생각보다는.. 언젠가 우리들이 겪게 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부연방군의 결정적인 군사적 승리는 남북 전쟁을 <종식>시키지 않았다. 분쟁은 재건 시대를 특징지은 인종폭동과 정치적 대결의 형태로, 더 넓게 보면 전쟁의 기억을 둘러싼 충돌의 형태로 계속 이어졌다. 또한 그 상처가 대부분 아물지도 않은 상이군인들, 그리고 정신적 부상자들이 연금과 일종의 감사 표시를 얻기 위해 벌이는 끝없는 투쟁을 통해서도 분쟁은 계속 이어졌다. 이러한 신체적, 심리적, 정신적 후유증은 국가적 상사력에서 남북 전쟁의 <끝나지 않는 작업>을 자명하게 보여준다."(938)
또한 <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의 기억들을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데 책에 나오는 <미라이 학살> <집단 학살 쇼와>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 투하>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정말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구나 하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렇게 한편 한편을 읽다보니.. 그 어떤 책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이 책은 단순히 '좋았어~'로 끝나는 책이 아니다.
책에 등장한 수없이 많은 문학작품들, 영화들, 미술작품들을 다시 만나게 될 때, 그 때 꼭 다시 이 책을 펼쳐셔 다른 지성인들이 그 작품에 대해서 어떤 시선으로 이야기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어떠한 언론이 이야기될 때 과연 그 언론이 가지는 효과가 단순히 하나인지, 아니면 그 이면에 혹시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다른 이야기들이 있는지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삶을 견대내는 일은 엄연히 모든 생명체의 첫번째 의무다. (...)
오래된 격언을 기억하자
SI VIS PACEM, PARA BELLUM 즉, 평화를 유지하고 싶다면 전쟁을 위해 무장하라.
이 격언을 다음과 같이 바꾸는 것이 시기적절할 것이다.
SI VIS VITAM, PARA MORTEM. 즉, 삶을 견뎌내고 싶다면 죽음을 위해 준비하라.>
우리들에게 있어 '삶을 견뎌내기 위해서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전쟁을 생각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그러기 위해 전쟁을 상기시키는 이 책 [세상을 바꾼 전쟁의 모든 것]은 평화를 바라는 지금의 우리 모두가 꼭 읽어야만 하는 책임에 틀림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