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약국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1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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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을 가는 경우는 언제일까요?

대체로 '병원'에 들렸다가 처방전을 들고 가는 경우가 90%이고, 생활상비약이나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약이나 '파스' 등을 사러 가는 경우가 10%입니다.

코로나 전에는 약국에 가면 건네주는 '박카스'한 병이나 '요구르트' 한 병이 참 좋기도 했습니다.

어디에나 있지만 그렇다고 친숙한 공간도 아닌 '약국'.

이 약국에서 약사로 근무해 온 김희선 작가가 자신의 약사로서의 경험과 책 읽는 독자로서의 경험을 융합시켜 풀어낸 이야기 [밤의 약국]은 무엇을 위한 약국이 될까요?

아마도 동물과의 공존을 상상하시는 분, 존엄적인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사고를 하시는 분, 약에 대한 두려움(?)이 있으신 분을 위한 약국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가는 다소 몽환적인 느낌의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동물 이야기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놓는 1부, 약국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인 2부, 그리고 미래의 모습을 그려낸 3부로 제 나름의 파트를 정해보았습니다.

먼저 동물 이야기는 자신이 키우는 '거북'과 '강아지' 그리고 공감의 역할을 대신 해 주는 '인공거북'과 장난감 앵무새 등의 이야기입니다.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동물에 대해 조금 더 알게 해주고, 우리가 외면 아닌 외면을 해왔던 '동물의 존엄'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줍니다. 아마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분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2부는 본격적으로 '밤의 약국'에서 만난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미루어볼 때 춘천 어딘가에서 '약국'을 운영하신 걸로 아는데.. 이 중 2가지의 이야기가 마음에 울림을 줍니다. 간단히 언급되고 넘어가지만 '군에서 손자가 죽은 할머니' 이야기입니다. 어이없게 가족을 잃었기에 이 할머니의 마음이 어떠할지.. 그러나 이 손자의 죽음의 장소가 군대입니다. 나라를 지키라고 군에 보냈는데, 죽어서 돌아오다니.. 이보다 더 어이없는 죽음이 어디있을까 싶습니다.

저 또한 지휘관을 하면서 혹여나 잘못된 일들이 벌어질까봐 노심초사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군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용사들의 경우에는.. 군 생활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고, 너는 느리게 적응하는 것이니 괜찮다. 그저 속도의 차이일뿐이다 .. 너는 군에 온 것만으로도 이미 국가에 대한 책임을 다한 것이다.. 라고 위로를 해주곤 했습니다. 다행히 한 명의 인명사고도 없이 직책을 끝낼 수 있긴 했지만.. 매 훈련마다 항상 노심 초사 한 덕분에.. 지휘관 후 흰머리가 엄청나게 늘어버렸습니다.

어찌되었든 간에 '가까운 이의 죽음'은 예상했든 하지 못했든.. 이를 지켜보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한 가운데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들에 대해 이러한 시선을 던집니다.

“(122페이지) 인간은 살아야 하고,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럼에도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고통스러운 삶을 스스로 끝낼 권리를 달라고 투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러한 이들의 대표로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죽음에 대해서 말하는데 '마지막 누벨바그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그가 '조력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 작년 9월입니다. 과연 자살은 무조건 막아야만 하는 것인지? 세상에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가치라는 것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생깁니다. 이유 고하를 막론하고 .. 특정 가치를 내세움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소외된 이들, 그 프레임을 벗어나는 이들에게는 이 또한 엄청난 폭력이 아닐까요.

마지막으로 약국이다보니 '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재미있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계란 노른자의 노란색은 '유황'때문인 것을?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에 '노란색'이 많이 쓰인 것이 그가 '디기탈리스'과용으로 인한 황시증에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정말 '약사'가 아니라면 관심 갖지 못했을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치 SF소설처럼 풀어놓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해봅니다.

또한 작가가 작품 안에서 소개해 준 작품들은 언젠가 시간을 꼭 내어 읽어보고 싶습니다. 같은 작품을 읽고 과연 나는 작가와 같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나는 다른 감정으로 해당 책을 바라보게 될지.. 나의 시선은 어떠할지...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약사'라는 옷을 입고, 세상에 대한 잔잔한 시선을 풀어낸 작품 김희선 에세이 [밤의 약국]

천편일률적인 에세이의 틀을 조금 깨었다고 해야할까요.. 원래 에세이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SF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읽기에도 좋은 에세이입니다.

또한, 춘천 사시는 분들이라면 반가울 수도 있으며,

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이라면 많은 부분에 공감하시고 동의 하실 이야기들이 많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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