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문어는?


축구 팬들은 당연히 알텐데요. 바로 점쟁이 문어 파울입니다.

남아공월드컵의 승리팀을 예언하여 유명해진 이 문어는 독일 서부 오버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 수족관에 살던 문어입니다. 그가 예언을 하는 방법은 경기를 하게 될 두 나라 국기가 그려진 유리상자에 홍합을 넣고 과연 파울이 어느쪽 홍합으로 가느냐에 따라 예언의 내용이 정해지는 방식이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조별 리그에서 독일이 호주와 가나에서 승리할 것과 세르비아에서 패할 것을 맞추고, 잉글랜드, 아르헨티나를 이길 것을 예언하면서 ‘점쟁이 문어’로 월드컵 경기 최고의 스타로 등극하게 됩니다. 심지어 4강전 독일의 패배까지도 예언하고, 우승팀 스페인까지도 정확히 맞춤으로서 명예 스페인 시민권을 얻기도 합니다. (원하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런데 문어가 고양이만큼의 지능이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가끔씩 저희 집 고양이가 빤히 저를 쳐다보고 있으면 그 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궁금해질때가 있는데 .. 아마도 야간 청소부 ‘토바’가 천재 문어 ‘마셀러스’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1300일이 넘게 수조관에 감금되어 있는 거대태평양 문어 ‘마셀러스’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고, 많은 비밀들을 알고 있는 ‘마셀러스’

그리고 나이 70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쌩쌩한 상태로 누구보다 깨끗하게, 친환경적으로 청소를 하는 ‘토바’

이 둘의 공통점은 ‘죽음’ 과 .. 또 ‘한 가지 비밀’입니다. 4년이라는 수명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이 ‘수조’에서 죽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마셀러스’

남편의 죽음, 그리고 오빠의 죽음 이후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게 되는 ‘토바’

이들에게 죽음은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그 죽음을 준비함에 있어서의 자세는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아쿠아리움 직원들의 관심과 배려 속에 지내는 ‘마셀러스’ 그리고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을 느끼며 쓸쓸함 가운데 살아가는 ‘토바’

실제 ‘수조’에 갇힌 것은 ‘마셀러스’인데 왜 더 답답하게 갇혀 있는 것은 ‘토바’라고 느껴질 까요?

556페이지나 되는 긴 장편소설이기에 등장인물이 ‘토바’와 ‘마셀러스’만은 아닙니다.

작품속에는 매력 가득한 인물이 대거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는 ‘식료품 가게’의 주인 입니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으면 혼자 늙어가는 노년이라도 외롭지 않겠다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야기는 ‘죽음’을 향한 전진과 함께 ‘비밀’이 밝혀지는 쾌감이 공존합니다.

이야기의 처음부터 궁금했던 사실들이 조금씩 조금씩 밝혀지고, 설마했던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확인될 때의 쾌감이라니…

(이 쾌감은 직접 책을 통해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 책에서 제가 죽음과 비밀 외에 또 하나로 잡은 키워드는 ‘친구’입니다.

토바에게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녀가 약간은 불편하게 생각하는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개질 모임’이 있었기에.. 그녀는 외롭다고 느껴질 수 있는 시간들을 ‘함께 하는 시간’으로 보냅니다.

토바는 친구들때문에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 친구들때문에 또 행복합니다.

우리들 인생에 있어서 좋은 친구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 친구에는 태평양거대문어 ‘마셀러스’도 포함이 됩니다. 꼭 사람만이 아닐지라도 함께 소통할 수 있고,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이 또한 ‘친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빠른 이야기 전개와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탐정의 심정으로 읽히는 책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 무엇보다 ‘어머니’들께 권하고 싶은 책

  • 노년의 삶을 혼자서 준비하는 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 아쿠아리움 근무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당신네 아쿠아리움에 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 출판사 지원으로 읽고 솔직히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