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 현대 철학을 열다
신인섭 외 지음, 한국현상학회 기획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에드먼트 후설, 현상학에 있어서 후설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가 '현상학'이라는 개념의 첫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수'연구에서 시작했던 후설은... 점점 연구 영역이 철학적 영역으로 빠지게 됩니다.
수학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한 모색 중에 답을 찾는 과정 가운데 철학적 문제의식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1900년에 출간된 [논리 연구]에서 후설은 당시 독일 지성계를 지배하고 있던 '심리학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후설은 말년의 회고에서 [논리 연구]를 자신의 현상학적 연구에 있어 최초의 돌파구라고 회상하기도 합니다.
즉, 심리학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심리학주의'라는 입장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던 후설이었기에, 그 사잇길로 '현상학적 연구'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유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바로 질문을 던지는 일입니다. 뒤에 다시 등장하겠지만 현상학의 위기라고 말하는 조슬랑 브누아가 현상학에 던진 것도 바로 질문입니다. "'즉 의식은 사태 자체로의 통로
라는 후설의 테제에세 세계가 인간의 의식과 무관하다는 우리의 자연스러운 믿음을 보류하겠다는 에포케(판단중지)가 도대체 어떻게 해서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저자는 이 질문에 과연 현대 현상학자들이 어떻게 답변을 할 수 있을가에 대한 관심을 보입니다.

그 전에 '후설'이 현상학의 포문을 열면서 던진 질문은 이것입니다. "모든 이론적 지식을 정초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토대를 확보하는 일, 분과 학문 중에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학문이 있을까?" 그가 심리학을 비판했던 것은 심리학이 무모하게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해서이고, 후설은 '메타바시스의 오류'라고 지적합니다. 즉 '토대를 잘못옮겼다는 것으로 심리학자들이 선택한 경험과학적 방법은 엄밀하고 타당한 기저 학문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후설이 생각한 이것이 가능한 학문의 후보는 철학이었습니다.

현상학적 방법론의 모토인 '사태 자체로(Zu den Sachen Selbst)''엄밀학 학으로서의 철학'은 어떤 종류의 가설로부터 출발하지 않고, 명증하고 확실한 것으로부터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신념의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후설이 활동하던 시기는 '철학의 정체성 위기' 시대였습니다. "철학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할 수 없었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모든 개별 학문의 기초가 되는 학문의 역할임을 자임해 왔습니다. 데카르트는 [성찰]에서 '제 1철학'으로 모든 개별학문의 기초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경험적이고 실질적인 과학적 지식이 성장하면서 '철학'에 대한 비판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철학과 여타 경험과학과의 위상을 둘러싼 논쟁에 있어서의 변곡점이 되니다. 칸트가 제안한 것은 "경험적 방법을 통해 이 세계를 탐구하는 것은 경험과학의 일이며, 철학은 그런 경험과학적 지식을 포함한 모든 지식의 가능성 자체를 탐구한다"는 각 역할의 정리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칸트의 역할정리는 현실에서는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발전합니다. 즉 경험적 지식들은 철학에 자문을 구하기보다는 가설적(이론적) 추측과 경험적 입증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독자적인 지식 체계를 구축해 나가면서 '철학'은 역할과 영역이 모호해집니다.
'거의 모든 것'에 대한 탐구였던 철학에서 자연에 관한 탐구들은 '자연과학'으로, 사회적인 것에 대한 탐구는 '사회과학'으로, 심리학에 대한 탐구들은 '심리학'으로 독립하게 된 것입니다.

이 가운데 신경생리학이 발전하면서 인간 정신과 뇌 사이의 관계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며 '인간 정신도 '경험적이고 과학적으로' 탐구될 수 있는 대상'이다라는 주장들이 나오게 됩니다. 이 주장에 대해 후설은 보편타당한 지식을 탐구하려는 모든 학문의 기반을 허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후설은 지식체계 혹은 학문 체계를 데카르트적 모델에 따라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데카르트적 모델은 '기하학적' 지식체계모델입니다. 자명한 공리로부터 순수하게 연역되어 나오는 공리연역 체계라는 것인데... (... 어렵습니다..)

여기서 이 기하학이라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최초 후설이 수학에 대해서 연구했는데, 수학에 있어서 '기하학'은 절대적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자명한 공리로부터 엄격한 연역에 따라 정리를 이끌어내는 기하학적 체계. 우아함이라고까지 말하는 이 지식 체계의 형식적 모범을 근간으로 하는 '수학'입니다.  그런데 이 수학이 자명한 진리의 체계임이 의심받게 되는데 바로 수학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나타나면서부터입니다. 즉 이전 연역적 이론 체계의 전형이었던 유클리드 기하학이 부정당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학 전체를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개념을 해명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 자체는 '인식심리학적 문제'로 확장됩니다. 즉 인식 주관 혹은 우리 의식 너머에 있는 바깥의 대상과 그런 대상과 관련된 의식 내부의 대상으로 문제를 보게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브렌타노의 문제의식이 등장합니다.
(학문은 재미있습니다.. 마치 가지치기처럼 점점 확장되고 뻗어나갑니다.)

브렌타노는 물리적 대상이 아닌 심리적 현상으로서의 대상, 즉 우리 의식이 대상과 관계하는 방식에 주목합니다. '지향성' 즉 그 무엇'에로 향해 있음'입니다. 어떤 것이 우리에게 대상으로 주어질 수 있게 하는 조건인 지향성은 무엇인가. 즉 의식과 대상 사이의 지향적 관계를 해명하는 일이 다음 과제가 됩니다.

여기서 의식의 지향성은 우리의 의식이 어떻게 존재하는 지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의식은 항상 '무엇에 대한 의식'으로만 존재합니다. 즉, 의식과 대상은 언제나 연결되어 있으며 이 연결방식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후설은 1911년 [로고]지에 발표한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에서 철학의 이념을 본래 의미대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혁신이 필요하며, 새로운 도전이 요구된다고 천명하는데 이 새로운 도전을 '현상학'이라고 이름붙입니다.! 이때부터 현상학은 어떤 가정도 필요없이 우리 의식에 그 자체로 '직접 주어진 갖아 분명한 사실'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요구를 상징하는 이름이 됩니다.

저자는 후설에 대해 '길을 안내하는 사람' '길을 개척한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현상학적 작업의 시작을 선언하고 새로운 연구 영토의 문을 연 에드문트 후설! (사실 이 책을 통해 처음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지만... ) 가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고뇌하였던 그의 과정을 잘 따라가 보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