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공화국
안드레스 바르바 지음, 엄지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이야기는 어찌하면 이 질문에서 시작했을지도 모릅니다. 어른들이 가지는 생각 중의 하나는 '아이들은 어른의 도움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아이들은 순진하다' 입니다. 아마도 이 생각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촉법소년법일지도 모릅니다. 형법 제 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14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관대한 판결을 내립니다. 그런데 정말 아이들은 어른들의 도움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을까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오만이 아닐까요?


14세기 독일 헤센주의 늑대소년들, 16세기 말 짐승들 사이에서 자라난 것으로 알려진 밤베르크의 소년, 1923년 인도의 캘커타 지역에서 늑대의 품에서 자란 두 명의 여자아이, 20세기 중반 칠레 남부에서 퓨마가 키운 비센테 쿠아쿠아, 1990년대 개들이 길러준 우크라이나의 옥사나 말라야 등 실제로는 아이들이 동물의 세계에서 받아들여져 자라난 사례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아이들만 있다면 그들은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이 질문에서 시작하는 듯 합니다.

남미의 산크리스토발이라는 곳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32명의 아니 정확히는 33명의 아이들의 생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생존기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순 적응의 생존기가 아닙니다. 바로 그들만의 나라를 만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마법의 언어

이야기의 한 축이 되는 것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아이들의 언어입니다. 사람들은 밀림에서 나타난 아이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만이 소통하는 언어가 있는데 문제는 그 언어가 소통을 위한 것인가? 아님 단순 재미에 의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입니다. 사람들이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세상 모든 것의 이름을 하나하나 바꾸고 있던 아이들. 그들은 언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나가고 있었던 것일까요?

화자는 자신들이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만일 이해했더라면? 이란 화두를 던집니다.

"우리가 그 아이들의 말을 다 알아들었더라면, 모든 문제가 더 쉽게 풀렸을까? 그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아이들이 좀 더 노력했더라면 어땠을까?"

매개체가 되는 것은 언어였지만 실제로는 아이들과 산크리스토발의 주민들이 가지는 거리, 괴리감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것 중의 하나가 '파리 대왕'이 3인칭 전지적 시점에서 서술되는 것에 반해 '1인칭' 화자 시점으로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화자는 산크리스토발의 주민도 아니고, 아이도 아닌.. 어찌보면 가장 제 3자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왜 하필 저자 안드레스 바르바는 화자를 이렇게 설정한 것일까요?


미스테리 속 미스테리

소설은 어느날 32명의 아이가 밀림과 강에 가로막힌 평범한 도시 산크리스토발에 나타나고,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알수 없는 사람들... 그 아이들이 불안하지만 그래도 그저 지켜보고 있다가 어느 한 순간 아슬아슬한 균형이 깨지고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아이들..

과연 아이들은 어디로 사라진것일까요?

과연 아이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과연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무언가 쫒고 쫓기는 긴박한 스토리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이 가지는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남미 소설 특유의 어딘가 모르게 늘어지는 느낌 또한 여실하게 느낄 수 있는 빛의 공화국..

제목을 왜 빛의 공화국이라고 지었는지는 책의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이해가 아마도 되실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빛.. 그리고 공화국 두 개의 단어를 가지고 온 것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 독서토론을 위한 질문#

1) 제목의 '빛의 공화국'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요?

2) 화자를 구성함에 있어서 타지인, 공무원, 사회복지사로 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3) 바이올린 선생인 마이아 그녀가 이야기속에서 연주하는 여러 곡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특히

'악마의 트릴'은 작품 속에서 어떠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나요?

4) 왜 아이들은 사라진 것일까요?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1) 남미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

2) 순진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금 돌이켜보고 싶으신 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