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기의 달이 뜨면 - 1940 런던 공습, 전격하는 히틀러와 처칠의 도전
에릭 라슨 지음, 이경남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5일 연초부터 북한은 극초음파 미사일을 발사했노라며 대대적 발표를 합니다. 원래도 우리가 아직 휴전중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긴 하지만.. 이렇게 북한의 도발이 한번씩 있을 때마다 전쟁이라는 것이 우리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곤 합니다.

사실 전쟁준비를 하는 입장으로서 전쟁 자체는 두렵지 않습니다. (아니 두렵긴 합니다. 그러나 두려운만큼 준비는 합니다.)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겠노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조금 걱정되는 것은 바로 가족들입니다. 나야 전쟁의 포화속에서 임무를 수행하면 된다지만 나의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러한 생각을 가진채 읽어내려간 [폭격기의 달이 뜨면]은 어떻게 보면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런던 시민들은 도시 공습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당장에라도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 공습 사이렌은 도시의 일상이 되었다... 특히 무서운 것은 달빛이었다. 8월 16일 금요일, 코켓은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이렇게 매혹적인 달이 떴으니 오늘 밤 더 많이 몰려오겠지."


이 책 [폭격기의 달이 뜨면]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런던 공습때의 이야기입니다. 저자인 에릭 라슨은 당시 런던의 수상이었던 처칠을 중심으로 그 주변 , 그리고 당시 런던 시민들이 남긴 여러 기록들, 증언들을 가지고 런던 공습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자세하게 그려냅니다.

너무나 상세한 기록 속에는 결정을 앞둔 리더의 고민, 그러한 리더를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고뇌 그리고 갈등이 여실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전쟁이라고 할지라도 시민들의 삶은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처음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 마스크 구입에서부터 모든 것들이 전쟁터와 같았는데 어느새 익숙해지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것이 그냥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린 것처럼 런던 사람들은 런던 시내를 향해 미친듯이 날아오는 독일 폭격기들에 점점 익숙해져갑니다. (그렇다고 익숙해진다는 것이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리고 마지막 1945년 5월 8일 . 종전 소식이 런던 전역으로 퍼져나갑니다. 처칠은 빅벤이 3시를 알리자 "지금 우리 앞에 굴복한 사악한 무리들과 맞서 거의 모든 세계가 하나로 뭉친 " 그간의 역경을 설명합니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의 이야기는 처칠의 수상 즉위부터 퇴임까지의 이야기를 런던공습을 중심으로 풀어나갑니다. 조금 지루한 구간도 있고, 이러한 것까지 이야기를 찾아내다니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워낙 자세한 조사와 기록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런던 공습 당시의 생생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영국 입장만이 아닌 독일에서의 기록들, 독일에서의 분위기도 설명함으로써 실제 당시 유럽전쟁이 어떠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책을 통해서 무엇보다 리더의 고뇌를 여실하게 느꼈습니다. 처칠에 대한 호불호가 있었지만 과연 내가 이때 결정권자였다면 나는 어떠한 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이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이러한 생각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자꾸만 떠나가는 상황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역할을 다 해야만 한다면..

생각보다 인간 처칠의 모습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것이 그러한 부분들이었습니다.

그동안 IRON MAN으로서 강인한 철인의 모습이 강했다고 한다면.. 이번 [폭격기의 달이 뜨면]에서 만난 처칠은 조금은 더 인간적이고 고뇌하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고 할까요?


제목 폭격기의 달이 뜨면은... 당시 런던 공습때 보름달, 상현달, 하현달이 뜨면 독일 폭격기의 출격이 더 용이했기 때문에 그러한 달들을 폭격기의 달이라고 불렀다는 것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합니다. 전쟁은 잔인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적 정취또한 남기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전쟁은 싫어요)

역사 이야기를 좋아하시고, 거기에 제대로 된 역사 고증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더욱 더 맘에 들어하실 책 [폭격기의 달이 뜨면] ...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다보면... 흡사 당시 사람들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느낌도 있고, 당시 신문기사를 읽고 있는 듯한 기분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글 중에서 당시 CBS 뉴스의 라디오 기자의 생방송 멘트를 그대로 들려주기 때문입니다. 폭격기가 다가오고 사이렌이 울리는 와중에도 트라팔가 광장에서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는 앵커라니.. 방송기자가 있던 곳에는 다행히 폭탄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가 서있던 지점 동쪽의 런던 중심가에는 폭탄이 떨어졌는데...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폭탄들이 실수로 떨어진 것... 재미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생각보다 전쟁은 우연이 벌어지는 일들이 많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에 대해 연표를 외우고, 주요 전투를 외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폭격기의 달이 뜨면]과 같은 당시 시대 분위기와 기록물들을 제대로 정리하고 전달해주는 책 또한 역사가, 정치가, 군인들에게는 중요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22년 진중문고에 포함시켜도 좋을 것 같은 책 [폭격기의 달이 뜨면]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