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혼자서도 잘하는 반려가전 팝니다 - 혐오와 착취는 취급 안 하는 여성 전용 섹스토이숍 유포리아 이야기
안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9월
평점 :
이 책보다 저를 당혹하게 만든 책은 없습니다. 서평단을 신청할 때도 이것이 섹스토이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적나라한 이야기라니..
그리고 한편으로 우리나라에서 나이 마흔이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섹스라는 두 단어가 불편한 것이 과연 정상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저자가 의도한 것처럼 섹스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SEX 이 세 글자를 보면 무언가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저자의 글 중에서 "여성 배제적인 섹스토이 산업"이라는 글이 나옵니다. 사실 '섹스'는 남녀 모두가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것인데 유독 '섹스 산업'에서는 남자의 즐거움만이 강조되고 이 과정에서 여성의 역할은 그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해주는 투사대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섹스토이의 경우 여성용의 제품은 역할에 맞게 '자극'을 위한 기능에 충실합니다. 일부는 남성의 성기 모양을 가지고 있는 제품도 있습니다. 그러나 딱 그 성기의 모양만을 가지고 있을 뿐, 이 성기가 성인남성인지 백인인지 동양인인지, 간호사인지, 군인인지 …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성용의 제품의 경우는 다릅니다. 단순 '자극'을 위한 기능에 추가하여 해당 제품을 사용할 경우 광고에 그려져 있는 '여성'의 몸을 만지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섹스돌의 경우에는 단순 자극을 넘어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을 복제하여 그들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합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심지어 갓난아이 형상의 섹스돌까지도 만들어서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냥 인형일뿐인데' 라고 한다면.. 문제는 이 인형에 투사된 관념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사람에게는 할 수 없으니 이것을 '인형'을 통해 해소하는 것인데 이 실제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마음 그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동성애자가 과연 사회적 관념으로 볼때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심각한 수준까지 섹스토이 산업이 커졌다는 사실이 무섭기까지 합니다. 사실 포르노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문제는 포르노 속에서 보여주는 비정상적인 성착취의 모습들입니다. 집단강간, 납치강간 등 정상적 사회속에서는 불법이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들이 '포르노 영화'속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보고 잘못된 성관념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단순 영화'일뿐인데 너무 확대 해석하는 것 아니냐?
문제는 그 영화 속에서 착취 당하고 고통 받는 존재는 늘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현실에서도 실현할 수 있게 여성의 외모와 형태를 모두 갖추어 섹스토이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현재 사진만 주면 연예인이나 내가 아는 지인의 모습으로 섹스돌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과연 이것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두번째 문제는 여성들입니다. 여성들에게 있어서 아니 저에게 있어서 섹스는 사실 나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상대를 위한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자는 자기 몸의 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못하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저자의 말처럼 오랫동안 여성의 성은 파트너가 정복해야 하는, 파트너에게 선물해야 하는 것으로 대상화되어 왔습니다. 저만하더라도 그 외의 것으로 나의 성을 생각해본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내 몸에 있지만 타인에게 결정권을 내어 준 '치외법권'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섹스토이를 사용하는 것이 나의 결정권을 찾아오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람마다 자위에 대한 생각이 다르고 굳이 그 기쁨(?)을 누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사람도 있을테니까요..
그러나 '처녀막'의 신화, 그리고 늘 수동적이어야만 한다는 그 생각만큼은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제일 속상한 것이 '강간'을 당해서 자살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입니다. '성'이라는 것에 너무 큰 가치를 부여한 것은 아닐까.. 굳이 '성'이 아니더라도 다른 가치를 추구하며 살 수 있으면 어땠을까.. 결국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물론 그 분들 또한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낫다라는 생각으로 그러한 결정을 하신 것이겠지요.. 감히 타인의 상황과 생각을 제 작은 생각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책을 보며서 저자가 운영한다는 유포리아가 궁금해졌습니다. 홈페이지에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두두~ 회원가입을 해야만 볼 수 있고, 그 회원가입도 성인인증을 해야만 합니다. 아.. 이러한 것은 또 새롭습니다.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서 신선한 자극을 주었던 책 [혼자서도 잘하는 반려가전 팝니다] ..
사실 읽으면서도 혹시 누군가 옆에서 쳐다보면 어쩌나 하는 부끄러움이 드는 19금 도서이긴 합니다. (이게 왜 부끄러워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 책을 모든 여성들이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것 자체가 생소한 이들에게 이러한 세상도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살짝 페미니즘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그러한 부분들이 불편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괜찮았습니다.
남성도 여성도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성생활을 위해 건전한 섹스토이숍이 더 많아져야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인데, 정말 이런 기회가 아니었으면 접하지 못할 책이어서 더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ps. 홈페이지 가입은 했는데.. 섹스토이는 구매를 안했습니다.. (대표님 죄송)... 아직까지는 성욕이 별로 없는 … 무성욕자라.. 죄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