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 한의 화가 천경자 - 희곡으로 만나는 슬픈 전설의 91페이지
정중헌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부터 강하게 끌린 책이 있습니다. 제목만 보고 어떤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강하게 읽고 싶은 책.

스타북스에서 나온 천경자. 정과 한의 화가. 가 그렇습니다.

이집트 그림이 그려진 원피스를 읽고 있는 입체적 여인이 그려져 있는 책의 표지 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또한 희곡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것이 일반적인 자서전이나 인물평전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천경자 화백. 이 분이 궁금했습니다.

미인도 위작 사건으로 먼저 저에게 각인된 천경자 화백. 이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던 저는 그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이 아닌데 누군가 천경자 화백의 그림을 위작했나보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보니 분명 천경자 화백은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데, 미술협회 등 속칭 전문가 기관이라고 말하는 집단에서 이건 니 그림이 맞아~ 라고 하는 상황. 천경자 화백이 치매 등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이 그려놓고도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아직 미술계에 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그린 화가가 아니라고 하는데 왜 그 그림을 진짜라고 인정해주는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가치있다고 인정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이 일로 인해 천경자 화백은 더이상 고국을 떠나, 타국에서 긴 투병 끝에 생을 마치게 한 불행의 단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천경자 화백의 독백처럼 “작가가 버젓이 살아 있는데 그 가짜 그림을 진품이라고 말하고 있네요. 저는 바로 이 대목에서 큰 의혹을 갖고 있고, 또 작가로서의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를 강하게 느낍니다. 작품의 진위 여부가 중요한 것일지.. 아님 그 작품을 그렸다고 추정되는 작가의 주장이 더 중요한 것인지. 이야기속 인터뷰어인 기자는 말합니다.

“작품의 진위도 중요하지만 평생을 화업에 정진, 개성있는 화풍으로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로 손꼽히는 천경자의 ‘예술혼’과 ‘자존심’에 어떠한 손상도 입혀서는 안된다.”

사실 이 말에 절대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존심에 손상을 입히는 것은 그때 그때의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이번 일처럼 본인이 아니라고 함에도 그것을 ‘진품’ 판정을 내리는 상황은 사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무언가 다른 이권이 개입한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천경자 화백의 기구만장한 인생이야기는 워낙 이야기의 초반에 많이 이야기 됩니다. 가히 아침 드라마 막장 수준의 이야기들입니다. 상대편 입장에서 천경자 화백을 본다면 멀쩡한 유부남을 꼬여내어 바람 나게 한 ‘상간녀’이기도 하고,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아비없이 방황하는 엄마를 지켜봐야만 했을 것입니다. 또한 천경자 화백의 어머니 입장에서는 안만나겠다고 해놓고 다시금 불같은 사랑으로 나아가버리는 그 상황이 어이없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에 상관없이 천경자 화백에게는 김상호씨가 너무나 애틋한 사랑이었고, 불꽃이었던 거 같습니다.


“저를 홀렸던 사탄의 능금조각은 검붉은 썩은 피가 되어 제 머리를 침식해 오고, 저를 걷잡을 수 없는 착란 속으로 빠져들게 했어요.”


엄청난 사내도 아니었지만 그러한 사내에게 빠져 계속 속으면서도, 버림받으면서도 그 악연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는 천경자 화백의 모습 속에 .. 자꾸만 누군가가 투영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냥 소설속 이야기가 아니라 유명인이 이러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이러한 삶을 살수 있다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이, 인연이라는 것이 이렇게 악연으로 맺어지면 헤어나올 수 없이 끝장을 볼수도 있다는 사실이 문뜩 섬뜩해지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사실 1950년대 이후의 문화 예술 사회를 조금 맛볼 수 있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노래’ ‘영화’ 그리고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도 읽을 수 있어, 저자의 말처럼 이 작품이 언제고 ‘연극’으로 공연된다면 정말 큰 히트를 칠 수 있을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천경자 화백을 원래부터 알았고, 좋아하던 사람에게는 ‘천경자 화백’에 대한 추억을 불러올 수 있는 책입니다. 또한 저처럼 천경자 화백을 몰랐던 사람들에게는 ‘천경자’라는 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시선을 보여주고, 시대의 화가였던 그녀의 인생을 통해 우리 시대의 아픔을 함께 공감해볼 수 있는 그러한 시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 작품은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지원받은 도서로 열심히 읽고,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준 리딩투데이와 좋은 책을 출간해준 스타북스 출판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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