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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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게도 꼬리표는 한 사람의 삶을 울타리 안에 가둬버린다. 그리고 거기서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차가운 시선으로 빠져 나올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오늘 읽었던 리샹룽의 글에 나온 구절입니다 . 이 구절을 보는 순간 바로 지반이 생각났습니다. 

지반에게 붙어 있었던 그 꼬리표가 얼마나 끈끈하게 붙어 있었는지..

메가 마줌다르의 소설 [콜카타의 세사람]은 정말 말 그대로 손을 뗄 수 없는 흡입력을 가진 소설입니다.

이야기 자체의 흡입력도 훌륭하지만 지반, 체육선생, 러블리 세사람으로 이어지는 짧은 호흡의 이야기들은 다음이 궁금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중간중간 이어지는 막간극. 이 막간극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을 더 던지게도 만듭니다.


이야기는 지반이 올린 페이스북 글로부터 시작됩니다.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정말 별거 아닌 이 말로 인해 지반의 인생은 하루 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지반과 연결되는 두 사람, 체육선생과 러블리. 히즈라(트랜스여성)인 러블리. 그녀의 삶은 트랜스젠더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습니다. 지나가는 길에서 만나게 되는 어떠한 모독과 차별도 그녀가 히즈라이기에 견뎌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인도 사회가 모순적인 것이 이런 히즈라로부터 또 축복을 받아야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사실 이부분은 인도 사회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 지극히 평범한 가장이었던 체육선생.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그의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습니다. 내가 히즈라가 되거나 감옥에 갈 일은 없겠지만 체육선생과도 같은 일은 왠지 일어날지도 모를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요?


[콜카타의 세사람]에 대해 <타임스>에서는 21세기 찰스 디킨스의 등장을 알린 역작이라는 소개글을 붙였습니다. 왜 하필 찰스디킨스인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역시 찰스 디킨스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찰스디킨스가 영국 사회의 현실을 여과없이 폭로했다면 메가 마줌다르는 인도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합니다.


“실은 나한테 작은 골칫거리가 있는데, 혹시 당신처럼 교육 받은 남자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비말라 팔의 이 말로 인해 체육선생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과연 작은 골칫거리라는 것이 누구의 기준일까요?

그들에게 있어서는 별거 아닌 그 작은 일이 누군가에는 삶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소설에서는 대조적으로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지반의 페이스북의 글귀는 작은 거일 뿐이었습니다 .하루에도 수백만개 업로드 되는 페이스북 상태 메시지 중의 하나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은 글로 인해 지반의 삶이 뒤바뀌어버린 것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또한 같은 작은 몸짓에 불과했던 아카데미 수업 영상으로 인해 도시의 꿈과 몽상가의 존재를 환기시켜주는 상징적 존재로 등장하게 되는 러블리의 삶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해야 할까요?


단순히 운의 좋음과 나쁨의 문제였을까요? 우리 사회에서 진실이라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진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러고보면 대중들이 원한 것은 정말 진실이었을까요? 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자신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좋아합니다. 한번 이해되기 시작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그 이야기를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싫은 것일까요?


납득할만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놓고 그 시나리오를 벗어나는 것은 외면해버리는 것.

단순히 이야기에 부합한다는 것이 진실을 입증해줄 수 없다는 것. 그것에 대해서 우리는 왜 자주 망각하는 것일까요? 원제목은 A Burning 이야기의 첫 시작인 기차역 테러사건을 중심으로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콜카타의 세사람] 이라는 제목으로 3명의 등장인물들에게 좀더 주목하게 합니다. 

당신은 세 사람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중 누구의 이야기에 가장 주목하게 되실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체육교사’의 이야기에 더 집중이 되었습니다. 그의 불안해보이는 횡보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아슬아슬한 마음이 계속 들었습니다. 내가 ‘체육교사’였다면 나는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요?


여러가지 질문들을 가지고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도 떨리는 여운이 남았던 [콜카타의 세 사람]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로 솔직하게 읽고 서평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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