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란사 - 조선의 독립운동가, 그녀를 기억하다
권비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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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역사를 생각하면
저에게 있어 가장 신나는 역사는 바로 지금입니다.
전세계를 들어다 놨다 하는 BTS가 있고,
박세리, 고진영, 박인비, 박성현 등 세계 최정상의 프로골퍼들도 있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영토를 가지고 있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국력을 갖추고 있는 지금이 가장 자랑스럽습니다.

다음 자랑스러운 역사를 생각하면 대륙을 호령했다고 하는 ˝고구려˝의 역사 그리고 ˝고려와 발해˝의 역사일 듯 합니다.

상대적으로 자랑스럽지 못하고 부끄럽고 한 역사를 생각해보면 ˝조선말기 그리고 대한제국˝의 시대입니다.
힘이 없어서.. 나라가 나라답지 못하던 시절.
그러다보니 그 시절을 생각하면 웃음보다는 한숨이 먼저 나오고...눈물이 지어지는... 그런 시대..입니다.

이때의 역사는 사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역사들이 많습니다.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생각하면 좋을까요?

드라마에서 등장했던 많은 인물들처럼 음에서 양에서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많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 중의 한 인물이 바로 [하란사]입니다.
사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들어보지 못했던 인물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유학생
유관순 열사의 스승
덕혜옹주의 오라버니인 의친왕 이강의 조력자

˝내 이름을 묻지 마오.
어디서 왔는지도 묻지 마오.
나에게 생명을 준 이를 묻지 말며 나를 키워준 이도 묻지 마오.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인생,
그런 것들이 무에 그리 소중한가.
다만 내 목숨을 바쳐 지켜내고 싶은 것이 있으므로 나는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이오.
그리하여 하잘것없으되, 더없이 귀한 생명의 가치를 느끼게 해준 존재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하오.˝

이 말처럼 우리는 지금 하란사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이름은 김란사.. 란사라는 이름도 이화학당에서 입학하여 미국식 이름 낸시를 자신의 방식으로 바꾼 이름입니다.
고위관리였던 하상기의 후처로 결혼 이후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하란사
어찌보면 하란사를 만든 것의 절반은 남편인 하상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의 전폭적인 지지와 재정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하란사가 미국으로 유학 오하이오 웨슬리언 대학에 입학하고 한국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문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저 ˝남편˝의 덕분만은 아닙니다.
그렇게 남편이 지지해줄 수 있도록 만든 것도 결국은 그녀의 능력이며 그릇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처지에 있었으나 하란사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없었던 인물로 ˝화영˝이라는 인물이 책에 등장합니다.
그녀는 갑부 노인의 첩입니다.
반반한 얼굴 덕분에 일찍부터 첩으로서 서울에서 생활을 하는데 우연히 ˝란사˝를 만나게 되고
˝이화학당˝에서 동문수학도 함께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첫 시작이었던 ˝방안의 화초˝역을 계속해나갑니다.
그것이 자신의 그릇이라고 여기면서 말이죠

믿어지지도 않는 신에게 기도를 하며
˝저마다 그릇이 다른게야˝라고 애써 마음을 달래는 화영..

어찌보면 과감한 선택을 한 ˝하란사˝보다 ˝화영˝이 조금 더 저에게는 현실적인 인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가장 비현실적으로 보였던 인물은 하상기.. 하란사의 남편입니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다를 것이오. 당신처럼 총명하고 바지런한 사람은 쓰임이 다른 이들보다 몇 배, 몇 십배 많을 것이오. 부디 공부를 열심히 하여 이 나라를 위해 일해주시오.˝
이러한 남편의 바람에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오른 하란사..
자신의 부인을 그렇게 보낼 줄 아는 남자 하상기..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을 책 읽는 내내 하면서..
혹시 ˝다른˝ 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하상기‘였습니다.

책에서는 ˝대한제국˝의 현실 뿐만 아니라 일제 치하에서 ˝유학생˝들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암울한 시대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받은 자들의 거만함, 오만함, .. 그리고 정말 그들만의 세상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p.92) 나라는 망했어도 부유한 집안이나 세도가의 자제들은 딴 나라 이야기인 양 유유자적했다.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선각자라도 되는 듯이 코쟁이들의 나라까지 와서 신문물을 익히고 공부하는 그들은 선택된 자들이었다.˝

이 선택된 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하던 하란사.
그녀의 거침없는 언행은 사실 읽는 독자 입장에서도 조금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자유분방하다.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어보인다..
한마디로 쎄보인다~의 느낌이랄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책 중반까지는 하란사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오히려 ‘화영‘에게 감정이입이 더 많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의친왕 ‘이강‘을 만난 이후부터 ˝란사˝의 변화를 보면서부터 그녀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103) 언제나 그랬지만, 란사는 조금 성급한 구석이 있었다. 사람에 대한 평가도 그랬다. 지켜보고 살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을 서둘러 평가하고 나서 후회하는 경우도 많았다.
˝늘 급한 성격이 문제라니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란사는 자신의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점점 변해갑니다.
황족에 대한 생각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177)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거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위정자들과 일제에 붙어 자신의 안위를 보장받으려는 친일파들이었다.˝

충성이었을까요? 애정이었을까요?

˝애정하면 못할 것이 없소, 애국도 그러할 것이오., 이 땅을 애정하기에 애국해야 하는 것이오.˝

이 말을 가슴에 달고 살았던 하란사..
그녀의 애정이 향한 곳은 어디였을까요?
그를 애정했고
여성을 애정했고
나라를 애정했던 그녀 하란사.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역사적으로 기억해야 할 인물들이 몇명 나옵니다.
무엇보다
대한제국을 일으키고자 했던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려고 했던 의친왕 이강이 그 첫번째요
두번째는... 직접 등장은 하지 않으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안중근 의사입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기억하고 싶지는 않으나 그래도 알아야 하는 인물. .배정자입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이런 친일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아아.. 부끄러운 것은 배정자 이 인물이어야 할텐데...
이토 히로부미의 양녀로 실제로는 첩이었으며
고종황제 옆에서 감시를 하며 일본의 밀정 노릇을 하고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자신이 직접 노구를 이끌고 위안부 모집을 위해 노력했던 진짜.. 친일파 중의 친일파...
검색해보니.. 해방 이후에도 살아남았다가 노환으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하란사와는 대조적인 인물..
작품에서도 하란사와 배정자가 서로 마주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 중에도 배정자는 황제 곁에서 알랑거렸다. 란사는 그런 배정자가 못마땅했지만 달리 트집을 잡을 일도 아니어서 참고 있었다. 그런ㄷ 환영회가 끝나갈 즈음 배정자가 란사쪽으로 다가왔다. 고개를 잔뜩 쳐들고 교만한 거동으로 란사를 바라보더니 한마디 했다.
‘공부를 많이 하고 오신 모양입니다. 황제께서 아끼시겠습니다.‘
시비조의 그 말에 란사의 마음이 꿈틀거렸다. 생각같아서는 욕을 퍼붓고 싶었다.˝

아아.. 여기서 왜 욕을 못하니~~
소설이니까. 그냥 시원하게 욕 한바가지 해주고.. 귀싸대기를 날려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사실 기반의 권비영 작가의 이야기에 누가 되는 것이겠지요... )

사실 기반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던 이야기 [하란사]
아프고 안타까운 역사이지만
이 또한 우리의 역사이기에 잊어서는 안되고
외면해서는 안되는 역사라고 생각됩니다.

잊혀지지 않기 위해
잊지 않기 위해...

권비영 작가님의 [하란사] 출판사 지원으로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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