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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미술관 - 큐레이터가 들려주는 미술과 함께 사는 이야기
김소은 지음 / 더로드 / 2021년 6월
평점 :
지인 중에 아트 딜러가 있습니다.
재작년부터 아트 투자를 하라면 5년간 연 12%를 보장해준다고 계속 권장하십니다.
솔깃~~ 했지만 안했습니다.
투자 목적으로 그림을 대하는 게 싫었기 때문입니다.
아트 대여라는 것을 한다고 하는데...
뭔가 확신이 들지 않았습니다.
투자 자체의 불안도 있었겠지만..
내가 그 그림을 사서 나중에 5년 후에 집 어디에 걸어놓을 건가? 관리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리고 실제 맘에 확 끌리는 그림이 별로 없었습니다)
2~3년마다 이사가 필수인 직업을 가진 이로써 ...
집안을 인테리어 한다는 것은 먼 훗날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읽게 된 [우리 집 미술관]을 받고 서도
'집이 미술관? 부럽다.. 나도 언젠가는 정착해 살면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기다 북큐레이터를 자칭하는 저에게 진짜 "큐레이터"가 쓴 글이라니~~
작가는 묻습니다.
"미술 좋아하세요?"
저는 답합니다.
"네!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미술사 공부, 미술 공부를 좋아해서 여러 책들을 읽었습니다.
코로나 전만 해도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미술전시회 등을 챙겨 다니곤 했습니다.
혼자서 전시회 다녀오는 뇨자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냥 그렇다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제가 생각보다 더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뮤지컬을 훨씬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전시회 갈래? 뮤지컬 갈래? 라고 한다면 전시회 쪽이었습니다.
왜 전시회가 더 끌리는가?
이건 제가 영화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영화나 뮤지컬은 보여주는 이들의 속도에 제가 따라가야 하는데..
책이나 전시회는 제 속도대로 갈수가 있습니다.
보기 싫은 작품은 패스하고 보고 싶은 작품, 장면은 오래 오래 더 생각하며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미술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합니다.
어차피 인간의 생각, 감정은 한 가지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기쁘면서 불안하고, 슬프면서 웃기고, 우울하면서 희망차고, 좋으면서 싫고, 행복하면서 걱정스럽다. 인간의 복합적이고 다양한 생각과 마음을 담고 있는 미술은 의무를 수행하고 타인의 기대를 맞추느라 꾹꾹 눌러 담았던 내 안의 감정을 순간적으로 회오리쳐 일으켰다.
(28페이지)
그러면서 작가가 소개하는 작품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안개바다 위의 방랑자>입니다.
미술책 치고 미술 작품이 몇 작품 안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먼저 그리고 크게 한 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러 다른 책에서도 본 작품이긴 합니다.
저자는 이 작품을 자신의 인생작품으로 소개합니다.
저자가 미술을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고,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뻔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미술의 매력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러면서 예로 드는 것이 뒤샹의 <샘>입니다.
사실 변기를 이용한 이 작품이 현대 미술의 시작을 알렸고 등등으 여러 이유로 해서 유명한 것은 알았는데 실제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맥락적 의미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이 뒤샹의 <샘>이 주목받는 이유는 '생각'도 미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어찌보면 현대 미술이 어려운 이유는 이 '생각'을 잘 읽어내야 하기 때문일 듯 합니다. 작가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독자는 그 작품을 해석하는데 이 조화가 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현대미술이 더 어려운 듯 합니다. 이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공을 들이듯, 미술에도 '맥락'을 살펴보는 시간과 노력을 조금 들여보시라고 저자는 권합니다. 조금 수고스럽다라도 그만큼의 재미, 지적호기심, 감동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죠.
제가 지난 서평에서 저에게 좋은 책은 "행동하게 만드는 책"이다라고 말한 적 있습니다.
이 책도 정말 좋은 책입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한 행동은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가까운 장소에서 열리는 "미술 전시회"를 알아보았습니다.
둘째는 이탈리아 M 생활용품이 무엇인지 검색해보았습니다.
왜 이탈리아 M생활용품이냐?는 책을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신선합니다.
기존의 미술책들이 '미술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반면에,
이 책은 '나'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미술을 좋아하는 나
미술이 좋아 '큐레이터'가 된 나
미술작품을 사고 미술과 함께 하는 나
미술과 함께 하다보니 변화되는 나
저자의 그 '변화'와 '감동'이 부러워 저 또한 미술작품을 가까이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미술을 좋아하게 됨으로써 삶이 풍부해졌다는 이야기가 꼭 하고 마음에 박힙니다.
작품을 보고 그것에 대한 자기 생각을 인지하고 감상을 표현하는 것을 계속하다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무궁무진한 미술의 세계에 들어오면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한 삶을 살게 된다. 인생을 더 맛깔나게 해주는 미적 취향이라는 것이 생기고 내 감상을 표현하는 자유를 얻는다.
(110페이지)
삶을 좀더 풍성하게, 맛깔나게 살수 있는 좋은 방법을 안내해주는 책 [우리집 미술관]
저자는 말합니다. 미술, 컬렉팅, 작품 구입 모두 무겁고 심각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이죠.
상류층만의 전유물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평생의 '동반자'로서 미술작품을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또 미술작품을 바라보는 기준이 '책을 보는 기준'과 똑같습니다.
이 작품이 나에게 설득력이 있는가,
나에게 메시지를 주는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떤 자극을 주는가
(227)
책처럼 미술도 받아들일지 말지는 전적으로 독자, 관객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의미있고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없다고 말합니다.
모두에게 좋은 책이 없듯이 말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책은 독자가 완성하듯이 미술작품도 관람자가 완성한다.
(228)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
미적 취향을 찾고 생각하는 훈련을 위해,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이끌어내고 감상을 표현하기 위해,
"좋아하는 작품 하나"부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좋은 책 선물해주신 "쪼매난 새댁"님 감사합니다. **
**저자 친필 사인본을 받다니.. 진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