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생리학 인간 생리학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류재화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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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을 때만 해도 19세기 프랑스를 빗대어서 작금의 공무원 만능주의를 논하고자 하는 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오노레 드 발자크

바로 [고리오 영감]을 지은 그 작가입니다.

19세기 프랑스 공무원의 사회를 치밀하게 꿰뚫는 르포르타주 라고 책띠지에 쓰여 있습니다.

르포르타주라 함음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 보도가 아닌 자신의 식견을 배경으로 심층 취재하고 관련 에피소드 등을 포함시킴으로써 종합적인 기사로 완성하는 것인데.. 약간 이걸 르포로 읽어야 할지 풍자소설로 읽어야 할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발자크식 유머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철철 넘쳐 흐르기 때문입니다.

청원자가 자신의 청원을 위해 관청을 찾아가는 과정은 진짜 위트가 넘칩니다.

(69)사소한 잘못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거나 미약한 것이나마 청원하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 배회하다 보면 우선 들어가는 복도는 어둡고 사람이 나오는 출구도 조명이 별로 안좋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극장의 무대 뒤 분장실로 들어간느 문처럼 생긴 출입문에는 눈을 닮은 타원형 유리창이 달려 있고 그 창을 통해 호프만 작품에서나 볼 법한 환상적인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청원자는 이제 뭐가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표시를 읽어가며 따라가야 한다. 당신은 우선 해당 부서를 찾아가야 한다. 그러면 안내 사환이 있는 첫 번째 칸에 오게 된다.

정말 200년이 넘게 지났음에도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거 같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19세기 프랑스 문학이 두 유파로 나누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빅토르 위고로 대표되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이며 명상적이고 관조적인 일종의 관념 문학'의 한 파와

발자크, 에밀졸라로 대표되는 '만가 조차 읊조릴 여유가 없어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간명하고 행동적이며 공상이나 망상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 리얼 문학'을 이야기하는 한 파입니다.

발자크만으로는 이해가 안되었는데 요새 에밀졸라의 [제르미날]을 읽고 있어서인지 두 유파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정말 신랄하게 뼈 하나하나 까지도 드러내보이는 발자크와 에밀졸라.

이러한 리얼 문학을 이야기한 발자크가 바라본 공무원의 세계는 한마디로 이상한 나라입니다.

효율성이라고는 없이 1830년대의 격동의 시기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혼돈의 카오스입니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1830년대 프랑스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역자의 말에 나온 것처럼 오노레 드 발자크가 [공무원 생리학]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830년 7월 혁명으로 들어선 루이-필리프의 7월 왕조를 묵도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나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등이 노래하고 있는 것이 바로 1830년 혁명입니다.

1830년은 한번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말해 한번 좌절했다가 다시 호흡을 가다듬어 가속도를 밟은 2차 혁명입니다.

발자크는 루이-필리프의 입헌 군주제를 "공화정과 군주정이 짝짓기를 하는" 형상이라고 요약하기도 합니다.

"영광의 3일"을 통해 부르봉 왕가에서 '루이-필리프 오를레앙'을 내세운 '자유주의적 입헌 군주제'가 시작되고 1848년 2월 혁명때까지 산업혁명과 함께 대大부르주아 체제가 시작됩니다.

책 자체는 220페이지도 안되는 짧은 책입니다.

거기다 페이지마다 삽화가 엄청 있어서 실제 본문 글자수만 본다면 150페이지도 안될 듯 합니다.

그런나 책 내용 자체는 무겁습니다.

그냥 농담을 하는 듯 툭 던지는 한마디 속에 당시 프랑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여인들의 모습, 공무원의 모습, 그리고 일개 사환의 모습에서도 격동하는 프랑스 사회 속에서 요동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19세기 프랑스 문학 작품을 읽을 때면 그 당시 사회 풍경이 이러했겠구나 하는 점을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생리학이란 말을 사용해서 뭔가 특별한 장치가 있나 싶었는데

당시의 유행했던 19세기 프랑스 사회전반을 풍미한 장르였다고 합니다. 삽화가 들어간 문고본이 아예 대 유행을 했던 것입니다.

(11) 이 책은 사회적 직업 및 계층, 계급을 통해 여러 인물상을 묘사하고 풍자함으로써 다양한 사회현상을 통찰했다. (...) 이 생리학 시리즈는 발자크뿐만 아니라 여러 작가가 시도했는데, 가볍고 쉽게 쓸수록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발자크 생리학 시리즈는 특유의 풍자와 다소 과장된 수사법으로 재미를 유발하긴 했으나, 사회를 보다 심도 있게 분석했기에 일반 독자가 재미로만 읽기에는 어려웠다.

딱 이 설명처럼 내용 자체는 짧고, 삽화도 들어가 있고, 현대의 공무원과도 비슷해 이해하기 쉬울 듯 하지만.. 어렵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본 것이 이 [공무원 생리학]은 오노레 드 발자크의 다른 작품들 그리고 에밀 졸라의 작품들을 통해 프랑스 사회의 공기를 어느정도 흡입한 상태에서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는 느낌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또한 출판사에서 혹시 다른 생리학 시리즈도 출간할 계획이 있는 것일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1) 발자크나 에밀졸라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

2)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를 읽고 싶으신 분

3) 살짝 비꼬는 듯한 위트를 좋아하시는 분

4) 000권 독서 읽기 목표가 있어서 권 수를 채우고 싶으신 분

?????? 이런 분들에게 비추합니다.

1) 정말 위트만 있을 거라고 기대하시는 분

2) 공무원 까는 속 시원한 내용일거라 생각하시는 분..(머리가 아프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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