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끄는 짐승들 - 동물해방과 장애해방
수나우라 테일러 지음, 이마즈 유리.장한길 옮김 / 오월의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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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과 장애운동은 삶의 가치를 논하는 데 특정한 신체적, 정신적 역량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방식을 요구한다. 장애 이론에 내재되어 있는 관점 중 하나는 우리에게 존엄과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지능, 이성, 민첩성, 신체적 자립, 이족보행등과 같은 특정한 것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

수나우라 테일러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장애가 없는 건강한 백인 남성"이라는 표준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신경전형주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신경전형주의는 일종의 비장애중심주의로, '규범화된 인지능력'을 당연히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정상적'인 몸을 가지고 '인지능력'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능력을 가진 동물이 당연히 그렇지 못한 동물들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이다.

책에서 핵심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다.

결국 우리는 자신이 타고난 특질들이 "장애가 없는 건강한 백인남성"이라는 기준선에 부딪혀

'덜 떨어진'

'모자란'

'부족한'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기준은 비단 인간에게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동물도 동물 나름의 인지가 있는데 우리가 측정할 수 없는 '인지능력'은 무시하고, 측정할 수 있는 '인지능력'만을 가지고 동물들을 인간보다

'덜 떨어진'

'모자란'

'부족한'

그런 생명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을 저자는 일깨워주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딘가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동안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책을 읽으면서 느낀 어딘가 모를 불편함이랑 비슷하다고 할까요?

장애인들에 대한 내 태도에 대해서

동물들을 생각하는 내 자세에 대해서

계속해서 수마트라는 묻습니다.

"정말 그게 맞니?"

라고...

수나우라는 자신이 '장애'를 단박에 낫게 해주는 약이 있더라도 먹지 않겠노라 말합니다.

자신은 장애가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그런데 여전히 이해가 안갑니다.

왜냐면 이미 제 안에는 '비장애'=정상= 행복 = 우월 = 당연 하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장애=정상=행복 이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도 있다라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않은 것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사실 그러한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왕이면 비장애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낫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나우라는 '장애'에 대해 부정적 시각, 동정의 시각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관점을 변화시켜달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관점 변화속에는 '인간우월의식'의 개조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우리는 동물이면서 동시에 동물이 아닐 수 있는가? 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고,

인간을 동물보다 우월한 존재로 제시하는 종차별주의와 위계적 분류라는 유산이 인간을 향한 극심한 편견을 일부 만들어냈음을 상기한다면 어떨까?

수나우라는 계속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을 일깨워줍니다. 아마도 이 편견이 일깨워진다고 해서 한순간에

'그래. 난 장애인이 되겠어!'하는

헛된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육식을 좋아하던 사람이 한 순간에 채식으로 돌아서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당연함이 아닌 우리들의 편견이었음을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이러한 편견의 인식이 결국 점차적으로 온 사회의 평등과 공정을 가져오는 것은 아닐까 기대해보게 됩니다.

여전히 우리들에게는 너무나 많은 편견들이 쌓여있기에 이러한 편견이 있음을 인식시켜주는 책들을 통해 그동안 철옹성처럼 지켜지던 나의 생각들을 무너뜨려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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