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리스
라이 커티스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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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산속에서 길을 잃은 72세 여성 클로리스

막막함으로 삶의 길을 잃은 37세 산림경비대원 루이스

'길'을 잃은 두 여성이 들려주는 기이하고 따뜻한 구원의 여정

이라는 책 뒤표지만을 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당연히 '클로리스'를 '루이스'가 발견하고 구출하는 여정일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언제 둘이 만나게 되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흘러도 계속 둘이 만나는 게 없습니다. 언제 만나지?

그리고 고생을 하고 힘든 상태는 클로리스인데

사는게 더 힘들어보이는 것은 루이스입니다.

주변에 정상적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느낌?

사실 책을 읽는 중간에는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습니다.

클로리스는 구제될 기미가 안보이고.

루이스는 뭔가 헛다리를 계속 짚고 있는 느낌..

거기다 루이스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사이코 같은 느낌입니다.

백묵을 손에 묻히는 블루어

귀신을 쫓아다니는 클로드

자수를 놓는 피트

시니컬함을 보이는 질 까지..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습니다.

뭔가 답답함이 이어지는 것 같다가.. 5부에서 어마어마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그때부터 이야기는 엄청 빠르게 전개됩니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그냥 평범한 사건의 묘사라고 생각했던 문장들이 뭔가 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정말 전혀 전형적이지 않는 이야기 전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인물이었으나..

정말 그 인물을 평가하는 우리들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반문을 던지는 클로리스..

처음에 이상한 인물이다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던 루이스

그녀의 모습이 그냥 내 모습은 아닌 것일까?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됩니다.

뭔가 용기있고 대단한 인물일거라고 생각했던 클로리스 할머니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다만 그녀가 늙은 나이에도 생과사를 오고가며 길을 헤매면서. .오히려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자신이 길을 잃은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우리가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편향된 평가인지를 말입니다.

책에서는 아동성애, 동성애와 같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것들에 대한 다른 시선을 던집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 누군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 것인가 의 시선으로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뭔가 여운이 길게 남는 클로리스..

원래 제목은 Kingdomtide로 기독교의 연간 전례 행사 중 부활절과 강림절 이후부터 성탄절 이전 대림절까지의 중간시기로 별다른 행사가 없는 기간이라고 합니다. 옮긴이는 마치 별 볼일 없는 우리 일상처럼 아무 일도 없는 기간이라고 말합니다.

아마 원제 그대로 했으면 한국 독자들은 이해가 잘 안갈 수 있는 제목이기에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클로리스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는데..

그래서 더 클로리스의 말과 행동에 더 주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주인공들의 결말이 행복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불행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실 루이스가 그 다음 어떻게 되었을까가 궁금하기도 합니다.

알수 없는 내일처럼.. 우리들의 인생이 확실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클로리스]입니다.

따뜻한 모닥불 앞에서 한번 꼭 다시 읽고 싶은 책입니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아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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