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장 - 노천명 소설집 노천명 전집 종결판 3
노천명 지음, 민윤기 엮음 / 스타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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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전집 종결판의 마지막 노천명 소설집 [우장]입니다.

작품만 읽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친일이라는 이름표가 너무나 크게 붙어 있는 그녀.

그러나 시와는 달리 수필과 소설에서는 친일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격동하는 시대에서 이리저리 휘둘릴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한 영혼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의 제목인 우장은 1940년 '여성'이란 잡지에 발표한 단편소설입니다.

작품들을 엮고 해설을 붙인 민윤기씨는 이 우장이란 작품에 대해 한국 향토 문학으로 대표성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 강원도 토착 방언을 능숙하게 구사한 것이라면,

노천명의 [우장]은 지금 우리는 잘 알지 못하는 황해도 지방의 방언을 생생하게 구사한 것이라고 평합니다.

책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렸는데 하나같이 재미있습니다.

오늘날 김애란 작가의 작품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제가 소설을 잘 읽는 편은 아니어 작가의 성향은 잘 모르지만. .최근에 읽은 것 중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이 김애란 작가인지라..)

시대의 아픔이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됩니다.

메인 소설인 우장 또한 한 사람의 죽음과 비가 오지 않는 하늘이 교묘하게 교차되어 나타납니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요?

사람들의 어리석음? 객기 부림의 허망함?

굳이 교훈을 주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정말 어느 마을에선가 일어날 것만 같은 이야기입니다.

단편소설 [오산이었다]는 이게 소설인지.. 아님 일기인지 헷갈렸다.

너무나 생생하게 당시의 상황을 그려냈다.

그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면서.. 아마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어떠했을까?

사실 지금 우리는 생명에 대해 걱정하거나 어디서 비명횡사할 거라는 생각은 안한다.

그러나 이 시절엔..

정말 혼자있다가 아무도 모르게 죽을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득했을 거 같다.

소설과 평론, 그리고 병상일지에 이어 뒤에는 노천명의 생애에 대해 설명한다.

'사슴'같은 삶을 꿈꾸었으나

'남자'와 '시대'에 모두 버림받은 마흔 여섯 해의 삶 이라고 해설가는 평한다.

뛰어난 글 솜씨와 야무지게 생긴 외모로 뭇 남성들의 가슴을 설게게 만든 최고의 신식 여성 노천명.

어찌보면 그녀가 그렇게 잘나지 않았더라며

그녀가 조금은 시대에 수긍하고 지냈더라면..

그래 그러면 당시에는 편하게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겠지..

친일이라는 이름표가 붙어 있으나 이번 [노천명 전집 종결판] 시리즈를 통해서 그녀의 삶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해와 용서의 마음이다.

언제까지 그녀를 친일파라는 이름으로 미워만 할 것인가.

잘한 것에 대해서는 잘했다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포용이고 사회통합이 아니던가.

친일을 잘 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친일은 분명 시대정신으로도 잘못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작품이 잘 써진 작품이 못써진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용기를 심어주고 했던 것들이 다 위선인 것은 아닌 것이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나는 그녀. 노천명..

이번 작품들을 통해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또 하나 자라난 것 같다.

ㅁ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ㅁ

1) 한국 문학 작품을 좋아하고 즐겨 읽으시는 분

2) 황해도 방언이 궁금하신 분

3) 근 현대사의 삶의 모습을 엿보고 싶으신 분

ㅁ 이런 분들에겐 비추합니다. ㅁ

...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록으로 실린 노천명 생애만이라도 읽으면

조금은 그녀에 대한 용서의 마음이 생겨나지 않을 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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