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죽음 - 다문화의 대륙인가? 사라지는 세계인가?
더글러스 머리 지음, 유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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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오늘날 세계의 다른 어떤 대륙이나 문화보다도 과거에 대한 죄책감에 깊이 짓눌려 있다.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자기 불신과 나란히 똑같은 죄책감이 내향적인 형태로 존재한다.

왜냐하면 또한 유럽에는 실존적인 권태, 그리고 어쩌면 유럽은 이제 이야기가 바닥이 났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느끼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터키 보드름 해변에서 익사한 채 발견된 시리아 난민 에이란 쿠르디의 사진은 전세계를 격분하게 만들었습니다.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에 주저하는 유럽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고, 이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수많은 자선봉사자들이 움직였습니다.

정말 그러한 모습만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난민들로 인한 유럽내의 범죄의 증가, 난민이 과연 난민인가 하는 문제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충격이었던 것은 이 시리아 난민으로 알려진 에이란 쿠르디의 아버지는 멀쩡한 일터가 터키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어린 아들의 주검은 유럽 해안이 아닌 터키 해안에 떠밀려 왔습니다.

그런데 모든 비난의 화살과 반성은 '유럽'에서 이루어졌습니다.

2018년 제주도에 입국한 500여명의 예멘 난민이 이주 요청을 하면서 나라가 크게 소란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대자들이 말하는 '범죄'이 문제, '동화'의 문제 등에 대해선 인도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를 들어 의견을 묵살했습니다.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일반화한다면서 날 센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저에게 완벽하게 일침을 가한 이가 있으니 바로 더글러스 머디입니다.

더글러스 머디의 놀라울 정도로 직설적인 책 [The Strange Death of Europe(유럽의 죽음)]

처음에는 저자의 시각이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야 하지 않나? 일부의 범죄 사실을 지나치게 크게 보는 것은 아닌가?

책장을 넘길수록 막연한 꿈과 희망만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한 정치인들의 무능함에 놀랬습니다.

유럽인들의 이해할 수 없는 마조히즘. 그들이 도취해 있는 도덕적 마취제에서 왜 깨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할수가 없었습니다.

'난민' 문제가 단순히 '인도주의적' 차원이 아닌 한 나라의 도덕적 가치와 문화, 나라의 존립과 연결되어 있는데

어찌하여 이 부분에 있어서 부득이 유럽은 자꾸 반성의 태도만을 취하는 것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난민과 관련된 모든 정책부분에 있어서 중심이 되는 메르켈 총리.

그녀는 왜 그러한 선택들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신랄한 머리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메르켈 총리'의 선택에 대한 이해보다는 '정치적 오판'의 문제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한 선택의 이면에는 '유럽의 오만'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웠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어느 누구도 이런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과거 독일의 역사속의 잘못된 선택은 분명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에 대한 반성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머리'의 말처럼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요?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요?


(225) 현대 유럽인들은 전 세계에서 원죄를 안고 태어났다고 느끼는 유일한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최악의 원죄로 고통받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다른 누군가가 문제를 제기하기 한참 전부터 오늘날의 유럽인들은 전쟁과 특히 홀로코스트뿐만 아니라 그에 앞서 벌어진 온갖 죄악으로 얼룩진 특별한 역사적 죄의식을 스스로 떠안는다.

더글러스 머리가 말하는 '특별한 역사적 죄의식'을 유럽인들이 계속 가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약합니다.

왜 유럽인들은 이러한 죄의식을 계속 가지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것을 통해 자신들이 좀더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말로는 미안했다. 반성했다. 라고 말하는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은 무엇일까요?

더글러스 머리가 제안하는 미래의 모습은 원래 모습을 알아보는 유럽을 유지하자는 것입니다.

무분별한 난민의 유입으로 인해 더이상 유럽은 유럽으로 알려진 전통적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고, 이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유럽이 기존 가치를 '유럽스럽게' 대체하지 못하면 '단결된' 힘으로 흘러들어오는 '이주자의 가치'는 '유럽의 배'를 침몰시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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