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의 노래 - 노천명 전 시집 노천명 전집 종결판 1
노천명 지음, 민윤기 엮음 / 스타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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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어떤 드라마를 보고 백혈병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졌었습니다.

하얀 피부로 가냘프게 죽어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각인되었던 탓일까요?

이 백혈병으로 쓸쓸하게 죽어간 시인 노천명.

그녀의 삶은 그녀의 시만큼이나 기구했습니다.

소개에서는 그녀가 생애 두 번 이루지 못한 사랑으로 상처 입었고,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으며 역사의 소용돌이에 크게 휩쓸렸다고 말합니다.

아마도 일제 강점기 당시의 친일 문학 활동과 한국 전쟁 당시 친북활동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시 [사슴]은 아마 제 또래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사슴에 관한 대표적인 시입니다.

[사슴]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그러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이번 [사슴의 노래] 책은 단순히 시집을 엮어서 소개할 뿐만 아니라 그간 출간하지 못했던 작품들도 함께 소개합니다.

특히 친일 작품이라고 알려진 작품들도 소개함으로써 왜 그녀가 친일작가라는 평가를 받는 지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빼도 박도 못하게 친일입니다. 그것도 적당한 수준을 넘어서 완전 사지로 몰아넣는 하아.. 읽을수록 화가 납니다.

[ 흰 비둘기를 날려라]

지난해 오늘

태 펴 양 바다가 아직 잠에 묻힌 새벽

찬 물결 몸으로 비벼 어뢰를 안고

진주만 뛰어든 용사들이 있었거니

벚꽃처럼 뿌려진 일본의 혼 - 청춘

명복을 비는 조용한 정오 다시 눈이 뜨거워

아홉 군신의 붉은 충성 뒤엔

뛰어난 아홉 어머니가 숨어 있었다.

"돌아오면 안 된다 죽어 오너라."

안 뵈면 보고 싶고 늦으면 걱정하며 애껴 기른 아들

나라에서 부르시는 아침엔

이렇게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한 책을 출간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작품들을 엮고 해설을 한 서울 시인협회 회장인 민윤기 씨는 '노천명'시인과 이번 책에 대하여 말합니다.

노천명 시인은 일제 강점기는 물론 해방 후

전후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가장 빼어난 서정시인 중의 한 명이다.

하지만 친일 시를 쓴 사실 또한 감추거나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친일의 흔적을 지우기보다는

이를 용기 있게 껴안는 것이 노천명 시인을 평가하는

옳은 방식이라고 판단하였다.

질곡의 역사 속에서

이를 피하거나 저항하지 못하고 굴곡진 행태를 보인

불행한 지식인의 한 전형으로서 평가하자는 것이다.

역사의 심판은 언제나 준엄하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책이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역할이라고 생각됩니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평가는 역사가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친일시를 직접 보지 못했다면 '노천명 = 친일 시인'이라는 것만 알고 있지.. 그 친일시의 강도가 어떠했는지는 몰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친일이라는 행위 자체는 분명 지탄받을 수 있지만 한 사람으로서의 노천명 씨가 얼마나 고뇌하고 감수성이 뛰어났는지를 다른 시들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입니다.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사물에 대한 팩트라고 생각됩니다.

어떠한 작품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그다음에 이어질 터..

이번 시간에는 그냥 시 그 자체로 그녀의 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저이지만 여러 시들에서 울컥하는 감정도 느껴지고, 이거 내 마음과 같다!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강렬하지만 잔잔하게 마음에 스며들던 노천명 시인의 작품이었습니다.

😍🥰😘 이런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

1. 감수성이 뛰어나신 분 (시집 읽으며 눈물 흘려보신 분)

2. 한국 근대시가 궁금하신 분

3. 노천명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

🙄😥🤔 이런 분들에겐 비추천합니다. 🤐🥱😴😑

1. 그냥 친일파는 다 싫다. 하신 분....

2. 시 자체에 관심 없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그러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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