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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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문이 싫다는 이유로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한문보다 더 어려운 물리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국 수능 시험을 볼때는 문과로 전향하여 시험을 봤습니다.

한번의 포기 경험때문일까요? 언제나 과학 분야, 특히 물리 분야는 너무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사실 잘 이해도 되지 않고...

몇 번 읽어야 겨우 문장을 이해하고 넘어갈때도 있고,

과학자 자신들도 모르는 걸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뭔가를 배우는 것 같은 기분이 좋아서 이런 분야의 책들을 좋아는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우주를 만지다]는 그냥 과학서가 아닙니다.

시와 물리학, 천문학 그리고 그 안에 철학까지 담겨 있습니다.

작가 분에 대해서는 사실 저는 잘은 모릅니다. 이전 작품도 있고, 물리교육 분야에서는 여러 중요 직책도 맡으셨다고 하는데.. 이 책은 단순히 물리적 지식 전달에 그치지가 않습니다.

통섭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오히려 물리를 모르는 사람도.. 책을 읽고 나면...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에 대한 느낌적인 느낌

그리고 정말 중요한 수인 아보가드로 수라는 것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도 몰랐을 빛의 속도 299792458

"혹시 299792458 아세요?"라고 물었을 때 '그럼요' 한다면 이 분 물리학이나 천문학 좀 아시는 분...

그렇게 또 지식의 폭을 한 바닥 넓혀갈 수 있는 책입니다.

그 뿐 아니라 구석 구석 담겨 있는 시 속에서는 과학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라던가 삶에 녹아있는 과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조금 힘들어 한적이 있는데..

그 부분과 관련하여 선택이란 시와 함께 위에 쓰여있는 글귀가 마음에 쨍하고 울렸습니다.

(212) 매 순간 우리는 선택을 한다. 이 선택의 결과가 밤하늘에 반짝이는 저 수많은 별이 되고, 우주가 되고, 오늘의 내가 된 것이다.

선택, 그것은 모든 존재의 존재 이유다.

지금의 일에 대한 선택. 언제가 '가지 않은 길'을 놓고서는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들...

이러한 나의 심경을 너무나도 잘 대변해주고 있는 [선택]이란 시가 이어집니다.

선택 by 권재술

그때,

내 앞에는

문이 두개 있었다.

나는 왼쪽 문으로 들어갔고

또 다른 나는 오른쪽 문으로 들어갔다.

왼쪽 문으로 들어간 나는

오른쪽 문으로 들어간 나를 모르고

오른쪽 문으로 들어간 나는

왼쪽 문으로 들어간 나를 모르고

지금의 나는, 그때

왼쪽 문으로 들어간 나인지

오른쪽 문으로 들어간 나인지

아무도 모른다

영원히

어찌보면 한 사람의 인생의 길이와 우주의 길이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일지 모릅니다.

책에서는 계속해서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거기에 그냥 동화로만 생각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야기까지 곁들어갑니다.

체셔 고양이의 웃음이 가지는 철학적 의미와 함께 과학적인 해석도 가능하다는 것도 놀랍니다.

사실 읽으면서 내내 내가 지금 과학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철학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때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저자의 삶에 대한 사색이 과학적 사료들과 연결되어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용어들

그리고 쉬운 설명과 군데 군데 곁들여진 주의를 환기시키는 시 한편 한편들까지..

서평단에 선정되어 읽게 된 책이지만 직접 사서 읽었어도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았을 좋은 책이었습니다.

내용 자체에서는 아쉬움은 없었으나 살짝 책을 구성함에 있어서 아쉬운 것은 창백한 푸른점의 지구 사진을 컬러로 넣어주었으면 하는 부분과 표지에서 느낄 수 있는 몽환적인 느낌이 막상 본문의 책 구성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파란 계열의 간지들로만 구성된 것이 살짝 아쉽긴 합니다.

그리고 군데 군데 삽입된 시에 대해서도 조금 더 데코레이션을 해서 삽입했으면 좋았을 거 같다는 편집적 측면의 아쉬움을 살짝 토로해봅니다.

오늘 하루도 숨을 쉬고 살아감에 있어서 나의 선택을 생각하고, 진리를 생각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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