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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황인숙 지음 / 달 / 2020년 10월
평점 :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 황인숙 / 달출판사
#beliciabooks #도서협찬
기분 좋은 꿈을 꾸면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다. -11p
여행지에서는 낮이 긴 게 좋다. 더 많이 쏘다닐 수 있으니까. 밤도 말랑말랑하고 따뜻하겠지. -33p
어젯밤에는 집을 나섰다가 어디선가 훅 끼쳐오는 향기에 가슴이 철렁했다. 이것은 라일락꽃 향기! 그렇다면 벚꽃이 벌써 다 피었다는 거네. -39 p
눈알만 내놓고 빠짐없이 가린 채 얼음장 같은 공기를 뚫고 걸어가는 기분이 마치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을 누비는 듯했다. 그 재미에 추위가 다소 용서됐다. -94 p
잡지에도 소개됐다고 하면서 그 집에 대한 자부심을 보이며 그가 말했다. “내 뜻을 이을 사람이 있으면 이 집을 물려주고 싶어요.” 그러자 김선생님이 냉큼 나를 그 앞으로 밀며 “얘 주세요, 얘요!” 하셔서 발칵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102p
벌써 몇 바퀴째인지 모르게 막 <모나코>를 마치고 <나의 젊음>으로 넘어가는 내 기특한 엑스시디플레이어, 사실 진적 누구에게라도 주려고 했는데 두 사람한테 거절당했다. -126p
몇 장의 사진 파일을 받아보고 그중 하나를 골라 그를 배경으로 시를 쓰는 지면인데, 틀에 박힌 내 일상과는 동떨어진 그 사진에 몰두하며 나는 저 깊숙한 곳에서 말라비틀어져가던 ‘시혼’을 촉촉히 적셔 깨울 수 있었다. 사소한 것이 인생을 변화시킨다! -163p
이키, 내 나이에 까불거리는 글은 부박해 보인다고, 나이에 맞게 언어를 고르라고 또 한 친구가 충고했는데. 참, 내 늙음을 깨우쳐주지 못해 안달하는 분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217p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을 무르익힌다는 것이다. 삶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깊은 삶은 기품있는 삶이다. -236p
진정한 꽃시계는 태양의 각도에 따라 피는 시간이 다른 꽃들을 심어놓고, 무슨 꽃이 피었는지로 시간을 알리는 거 아닌가? 흠, 꽤 만들기 어려울 듯. -2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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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길을 걸었던 그때는 시인님도 젊었고 나무들도 젊었을 것이다.
가지 여렸던 벚나무들이 늠름한 골격으로 바뀌듯이 세상 모든 것들이 바뀐 30여년의 세월, 해방촌에 오래 살면서 고양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해방촌의 캣맘 황인숙시인’이 7년만에 쓰신 산문집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을 읽었다.
글쓰기, 마감을 지키려고 하면서 동네 고양이들 밥주는것이 중요한 일상인 시인님 -
간결하고 투박하게 툭툭 던지는 문체, 사람냄새나고 어떻게 보면 언급하기 꺼려질것같은 일도 아무렇지 않게 툭! 그래서 더 사람냄새 나는 정감이 가는 글이다.
황인숙 시인님은 자신의 일들을 덤덤하고 편안하게 그리고 위트있는 유머로 시원시원하게 써내려간다.
그래서 책을 들고 웃는 순간들이 많았다. (정말 이럴때마다 위로받았다)
심지어 노숙인으로 오해를 받던 순간, 기분나쁜 말을 듣는 그 순간에도 위트로 승화한다.
“좀 깔끔하게 하고 다니지않고 왜 그렇게 지저분하게 하고 다녀! 미친년처럼 휘적휘적! 기분 나쁘게!” -58p
그래도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다. 그녀는 내게 충고를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보는 사람이 심란하지 않을 만큼은 행색을 단정히 하고 다니라고. 마음에 담아두어야겠다. -59p
이 책은 해방촌 곳곳의 골목에 담긴 이야기를 따뜻하게 담았다.
폐품 모으는 할머니 이야기,
고양이 밥주다가 만난 혐인증을 일으키게 하는 사람들이야기,
중국집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거나하게 취한 독거노인,
얼어붙어버린 수도, 악독하게 추운 겨울, 상종 못할 추위,
그보다 더 혹독하게 더운 에어컨이 없는 방.
마감을 일주일이나 넘긴 바쁜와중에 대추씨앗을 빼는 것을 도와달라는 이웃,
밥달라고 따라다니는 비둘기떼,
심상치 않게 온갖 종류의 문과 창문과 울타리가 빽빽이 집에 둘려있는 집을 혼자 보기 아까워 작가 신경숙, 화가 김점선선생님을 모셔다가 감상을 한 이야기 (ㅋㅋㅋ 너무 웃겼다 여기)
사실 실제로 이 책 받은 날 너무 안좋은 (소소한, 지하철 연착, 걷다가 자빠지기같은것, 창피한건 둘째치고 양말에 빨갛게 피로 물들정도로 다친것, 뭐 이런 것) 일들만 가득해서 기분이 너무 안좋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라는 위로를 계속 받았다. (감사해요 시인님)
덤덤하게, 아무일도 아니야, 라는 말로 위로받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오늘 청춘들이여, 아직 DNA가 바뀌지는 않았겠지. 그 뜨겁고 싱그러운 피와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따르며 자기만의 삶을 가꾸기를! 세상에 지지 말기를! 뻔뻔스러울 정도로 떳떳하기를! 떳떳함은 삶의 가장 큰 가망이리라. 부디 책 좀 읽으시라. 어떤 책은 세상을 이기는 힘을 키워준다. -221p
[해당도서는 @dalpublishers (달출판사)의 행복단 활동으로 제공받았으며,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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