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프랜시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김춘미 옮김 / 비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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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비채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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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의 작은 마을 안치나이, 무요 게이코는 도쿄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홋카이도 안치나이 마을로 옮겨 우편배달부 일을 시작한다. 도쿄처럼 사람이 많지 않아 주민들과 마주하며 배달 일을 하던 어느 날, 데라토미노라는 남자와 마주하게 된다.


​"괜찮으시다면 일요일에 꼭 와주세요. 음만 듣고 가세요."


​막무가내로 권유하는 데라토미노, 마지못해 음을 듣는 무요. 이 세상의 모든 소리로부터 어른의 연애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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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깨우는 섬세한 연애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마쓰이에 마사시가 오감을 자극하는 소설, 『가라앉는 프랜시스』로 돌아왔다. 띠지의 '오감을 깨우는 섬세한 연애소설'이라는 문구만큼 적절한 표현이 또 있을까. 소설은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을 자극하는 문장으로 편지로 사람을 연결하는 우편배달부 무요 게이코와 허공에 흩어져 사라지고 마는 음을 수집하는 데라토미노 가즈히코, 이 두 사람의 서사를 그린다.


/

게이코는 생각한다.

사람이 형태로 만든 것은 남아도, 사람 그 자체는 남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이었고,

손과 발, 몸을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었는지…….


형태로 남지 않는 것은 다 사라져 버린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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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이제는 '인류세'라는 표현을 써야 할 정도로 인간이 지구 환경에 영향을 많이 주는 시대가 왔다.

인간은 그 정도로 힘이 커진 걸까 생각하던 시기에 나는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소설은 무요가 데라토미노에게 소포를 전달하며 처음 연결되고, 그의 권유에 무요는 데라토미노의 집에서 음(音)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치 청각을 상징하듯 달팽이관처럼 생긴 프랜시스 수차의 에너지를 직접 받아 듣는 음, 데라토미노는 그걸 꼭 들어봐야 한다면서 무요에게 강하게 권하고. 데라토미노의 집 스피커가 생생한 음들을 무요와 데라토미노는 함께 듣는다. 캘리포니아 주 몬터레이 만에 서식하는 해달 무리가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조개를 깨는 음부터 시작해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도시 몬테 폴로니코의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있는 교회 종의 음, 땅울림을 내면서 분화하는 아이슬란드 화산 음, 나이아가라의 폭포 음, 등을.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각각의 리얼한 광경이 냄새와 습도, 기온과 바람, 진동까지 수반하면서 눈앞에 떠오른다고 표현했듯 거대한 지구가 생생히 움직이는 모습이 활자를 통해 펼쳐진다. 그리고 문장은 음의 감각에서 무요와 데라토미노 서로라는 작은 존재에 대한 감각 즉, 몸의 감각으로 수렴한다. 이런 흐름을 읽어내는 순간, 거대한 힘에 고민했던 나 자신마저 무척 작고 초라하게 느껴진다.


단 한 사람을 온전히 느낄 때는 그 사람만의 감각이 충만해지고, 세상의 모든 음을 통해서는 우리는 여전히 작은 존재임을 인지하게 되는,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작품. 이름이 있는 누군가와의 연결은 소중하구나, 하고. 결국에는 모두 사라지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감각이나 상호작용하는 서로를 소중히 느낄 수 있다고 어렴풋하게 닿는다. 나는 그런 부분에서 이 소설이 좋았다. 인류세로 인한 현실적인 문제는 따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겠지만, 저자는 이 드넓은 대지와 거대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작고 초라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연결되는 모든 사람은 각자에게 커다란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두 사람의 서사를 통해 독자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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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출생의 일본 남성 작가. 그 탓인지 소설 속에 낡은 사고방식이 은근하게 깃들어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게이코에게 비정규직을 당연한 듯 권유한다던가, 나이 든 남성의 시선이나 흔들리는 감정을 즐기는 게이코의 모습 등 작가가 젊은 여성에게 바라는 희망 사항인 걸까? 하지만 데라토미노가 프랜시스 수차의 버저음이 싫었듯 이 지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도 소설 속의 모든 문장도 매 순간 마음에 들고 아름답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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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채 출판사에서 주관한 짝꿍서평단으로 씨네필 슝님과 함께 읽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같은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니 감상이 확장되는 시간이었어요. 문장도 다시 보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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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자유에 이르는 길 - 김익한 교수의 읽고 쓰는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김영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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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김영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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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제1호 기록학자이자 『거인의 노트』라는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김익한 교수님. 이번에는 그간 기록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인들이 기록과 철학으로 자신의 삶을 재점검할 수 있게 돕는 인문서를 집필했다. 『철학, 자유에 이르는 길』은 SNS가 보편적이게 되고, 카카오톡마저 나를 뽐내고 전시하는 공간이 된 지금 우리들에게 철학을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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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누구의 선택에 따라 살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사회로 나오며 하게 되는 고민이 아닐까. 상사의 비위를 맞추거나, 무리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인정받기 위해 등의 이유로 스스로 결정하기 보다 떠밀려서 혹은 눈치를 보며 하는 일이 잦아진다. 그러다 보니 나의 삶의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목소리마저 희미해진다.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 "나는 지금  누구의 선택에 따라 살고 있는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이러한 시작으로 철학과 함께 기록이라는 실천적 성찰로 나의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을 돕는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과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로 나의 자유를 측정해 보고, 사르트르의 <닫힌 방> 속 유명한 구절,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라는 문장을 바탕으로 검열하는 우리를 돌아본다. 또, 브뤼노 라투르의 『존재양식의 탐구』라는 철학서로 우리가 기존의 규칙과 정상성의 압박을 어떻게 감지하고 기록하는지를 도우며 이반 일리치의 철학을 통해 일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한다. 김익한 교수님의 글과 권하는 일련의 활동을 완수하다 보면, 한결 자유로워진 우리를 발견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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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게 모르게 옭아맸던 수많은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기록이었다.

아무리 좋은 말을 듣고 훌륭한 책을 읽더라도,

그것을 나의 언어로 기록하지 않으면 그 울림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기록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창이었고,

자유라는 가치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꾸준한 자극이었다.

─ P.11​


생각에만 머무르지 말고 글로 써보라고 많은 사람들이 조언한다. 김익한 교수님 역시 프롤로그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록은 남으면서 눈에 보이는데, 생각은 흔적도 없이 금세 사라져 버리니까. 나 역시 돌이켜보니 생각에만 머물렀을 때보다 글로 남겼을 때 더 많이 바뀐 듯하다. 일종의 기록학인 다이어리 꾸미기, 일명 '다꾸'를 취미로 하는데 처음 기록을 시작했을 땐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몰라 일상은커녕 좋았던 문장 필사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 점점 글쓰기 근력이 붙으면서 나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책을 접하고 나니 더욱 발전한 기록과 더욱 발전한 내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실제로 하루를 돌아보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했고. 책은 그냥 기록을 하는 사람에게도 당연히 좋겠지만, 다꾸를 하는 사람이라면 다꾸를 보다 유익한 취미로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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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4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조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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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을유문화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도둑맞은 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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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예리함만큼 지혜에 해로운 것은 없다.

─ 세네카


18XX년 가을 돌풍이 불던 어느 날. 탐정 오귀스트 뒤팽에게 어려운 문제, 하지만 사실은 아주 단순한 일이자 너무 특이한 일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어 하는 파리 경찰청장 G가 찾아온다. 궁전에서 아주 중요한 특정 문서를 도둑맞았다는 것. 그 문서를 훔친 자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다는 것.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어떤 영역에서 아주 엄청난 권력을 갖게 되는 그 문서로 도둑이 우위를 점하게 되었고, 편지를 되찾고 싶다는 것이 G가 가진 문제였다. 뒤팽은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했을까?


【 검은 고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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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아주 폭력적이기는 하지만 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믿어 주기를 기대하지도 않고 믿어 달라고 부탁하지도 않겠다.

내일이면 나는 죽을 것이고, 오늘 내 영혼의 짐을 덜고자 한다.

내 당면한 목적은 집 안에서 일어난 일련의 일을 평이하고 간결하게,

어떤 평도 덧붙이지 않고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유순하고 인정 많기로 유명했던 한 남자. 그는 지나치게 다정해서 친구들이 놀릴 정도였고, 동물을 특히나 좋아해서 부모님이 그가 원하는 다양한 동물을 모두 구해줄 정도였다. 성인이 되어 일찍 결혼한 그는 아내 역시 그에게 애완동물들을 구해다 주었는데, 여러 애완동물 들 중에는 플루토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도 있었다. 하지만 술이라는 악마 때문에, 내 기질과 성격이 변해 나는 전반적으로 아주 난폭해졌고, 그 폭력은 아내에 이어 애완동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는데…….


【 모르그가 살인 사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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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렌들이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아킬레우스가 여자들 사이에 숨어 있을 때

어떤 이름을 사용했는지 수수께끼다.

하지만 전혀 추측 불가능한 질문도 아니다.

─ 토머스 브라운 경


​뒤팽과 그의 친구는 어느 날, 석간 「법조신문」에서 눈길을 끄는 기사를 하나 발견한다. '기이한 살인 사건'. 그날 아침 3시경에 모르그가 4층 집에서 잔혹하게 벌어진 모녀의 살인사건을 다룬 기사인데 범인에 대한 증언이 저마다 제각각이어서 정확히 가리키는 용의자가 없다. '스페인어 같았다'거나, '틀림없이 이탈리아인이었다', '단어를 하나하나 다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프랑스 남자 목소리'라는 등으로 주장하는 증언들. 신문 기사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뒤팽은 어떻게 추리해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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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에서 마침내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이 143번의 숫자를 달고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환상 문학과 미스터리 문학의 선구자인 에드거 앨런 포. 그의 단편이 실린 이번 책에는 소설에 최초로 등장한 탐정 캐릭터이자 추리소설의 시초 격인 오귀스트 뒤팽의 단편 두 작품과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 격인 <어셔가의 몰락>, <검은 고양이> 두 작품을 포함해 총 13편이 실려있다.


핼러윈이 곧 다가오는 가을, 더위는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약간의 서늘함이 느껴지는 지금이라는 적당한 시기에 맞춰 을유문화사에서 내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걸맞은 책이었다. 포의 단편 작품들에는 음울함과 광기, 집착과 폭력, 비이성적 판단들이 내내 감돌고, 이 소름 끼치고 간담 서늘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오래됐지만 여전히 명성이 자자한 공포영화를 보는 듯하다.


최근 무서운 소설을 읽고 싶어서 꽤 많은 책을 읽었는데, 늘 뭔가 부족하고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이번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의 작품을 읽으며 이토록 무서운 이야기가 이미 고전에 있었는데 난 왜 그렇게 헤맸을까 돌아보게 되었다. 광기에 휩싸인 <검은 고양이>와 <고자질하는 심장>의 화자, <길쭉한 상자>에 나오는 호기심 많고 집착하는 사람, 편집증으로 친구 포르투나토를 지하 묘지에 묻어버리는 <아몬티야도 술통> 등의 작품은 환상·미스터리 고전의 품격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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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흥미로운 여러 작품들을 그냥 읽어도 재미있는데, 책 말미에 실려 있는 역자 조애리 선생님의 해설이 독자를 더욱 깊이 있는 이해로 안내한다. 이대로도 충분하지 않나라고 생각했었지만,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은 많은 심리학자들이 읽고 연구한다고. 해설 「상징계와 주이상스」에서는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이  <도둑맞은 편지>라는 작품을 예로 들며 인간 심리 발달의 한 단계인 상징계를 설명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리게이아>와 <어셔가의 몰락>에서 후기 라캉 이론을 들며 두 작품을 설명한다. 최근에는 추리나 미스터리 분야가 오락 분야로 자주 분류되는 듯하지만, 포의 단편들은 심리학적 분석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러한 해설이 다른 책을 읽을 때 많은 도움이 돼주지 않을까? 흥미와 유익함 둘 다 잡는 독서 경험을 안겨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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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의 현상학
모리스 메를로-퐁티 지음, 주성호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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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 책 읽을때 좋게 언급해서 너무 궁금했어요 ૮꒰ྀི σ̴̶̷̤ . σ̴̶̷̤ ꒱ྀི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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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농성
구시키 리우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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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목소리를 담아 소년은 방아쇠를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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