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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사건 오류
김나현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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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추운 날 몸을 녹이려 팔고 있던 성냥으로 성냥불을 켠다.

성냥불이 켜지자 행복한 상상들이 연이어 소녀 앞에 나타난다.

따뜻한 난로,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크리스마스트리.

하지만 그런 상상과는 반대로 소녀는 차가운 거리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나 옳은 것, 좋은 것들을 기대하지만 현실은 대게 옳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소설 『사랑 사건 오류』의 은하와 수호도 그 흔하디흔한,

'그리하여 그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되지 못했다.

결혼을 앞둔 은하와 수호는 쇼핑몰 마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

김나현 작가의 장편소설 『사랑 사건 오류』는 독자에게 애도와 추모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다.

희대의 악인의 부고 소식 같은 경우가 아니고서야 어쨌든 보편적으로 죽음이란 슬픈 일이고, 불의의 사고로 인한 죽음은 더욱 그러하다. 사람이 늙어가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죽음이 아닌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이별들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모든 사고에 애도할 수 있는 생물이 아니다. 어떤 사고에 있어 완벽한 타인에 가까울수록 그 사고에 대해 더욱 무뎌지지 않던가.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서도 지적하는 사실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모르는 사람 수만 명이 죽더라도 내 새끼손가락 하나가 없어진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라고. 여기에 더해 그 죽음의 원인이 너무나도 흔하다면 더욱 우리는 무감각해진다.

작중에 등장하는 죽음들은 너무나 익숙한 형태로 등장한다. 작가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기 위해서 이 글을 썼을까. 은하와 수호가 겪었던 쇼핑몰의 화재사건, 초록남자의 아들이 겪은 공장 소독 약품으로 인한 의문의 죽음은 모두가 어쩌다 한 번쯤 한 줄의 뉴스 기사로 접했을, 그래서 더욱 잊히기 쉬운 형태를 띤다.

은하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잊히는 일들이 있다고 답했다.

면접 당시 기획팀장이 조난 사망자 근처에서 발견된 이파리를 본떠 만든 잎맥 노트와 수몰된 마을 모형을 담은 디오라마를 만들어 판매한 은하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세월호 사건이나 이태원 사고처럼 수많은 목숨이 스러져 사람들의 기억에 강렬하게 한 줄을 그은 일도 슬픈 일이지만, 지난 6월,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으로 23명이 숨진 사고는 지금 몇 명이나 기억할까? 또 지난주에 또다시 김해의 폐배터리 공장에 덮친 화마가 1명의 사망자를 냈음에도 이를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애도할까. 죽음에 대하여 규모로 경중을 따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억하고 애도하는 일에는 이렇듯 저마다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과거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그것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할 때와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125쪽의 문장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기도 어려운 일인데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할 때가 있다. 기억만으로는 바뀌지 않을 결말, 남겨진 이들에게 사라지지 않는 깊은 상실의 아픔, 그때에 우리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거기에 대한 답변으로 저자는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안타까운 이별들에 행복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들을 삽입했다. 퍼스널 AI 챗봇, 자동 창작 프로그램, 가상현실 게임, 이 세 가지 기술은 작중에서 누군가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수단으로 등장한다. 딥러닝으로 고인의 생전 모습을 학습한 AI가 소설 창작활동을 하고, 그들이 생전 마주했던 사고는 가상현실 게임의 바탕이 되어 그들에게 슬픈 결말이 아닌 다른 결말의 가능성을 만들어준다.

작품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호랑이'라는 단어를 보며 떠오른 것이 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 호랑이를 만든다는 사자성어로, 거짓도 반복되면 참으로 여겨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성냥팔이 소녀가 했던 것 같은 행복한 상상들을 현실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던 건 아닐까. 마침표로 끝나버린 슬픈 과거. 저자는 파괴된 것을 바탕으로 그 위에 창조를 세운다. 그리고 그 창조된 것을 모두에게 보임으로서 원본이자 최종본으로 만들어버린다. 옳지 못해버린 결말의 오류를 바로잡는 이러한 행위들은 또 다른 현실에서라도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남겨진 이들의 사랑의 형태이자 애도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애도와 추모에 새로운 형태를 만드는 이들의 서사를 그려낸다.

은하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잊히는 일들이 있다고 답했다. - P115

그렇지만 과거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그것은 과거를 기억하지 못할 때와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 P125

이게 또하나의 현실이라면서요? 그럼 진짜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 P151

애도를 해야 한다면 더 근사한 다른 방식이어야 했다. 가령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서 그들을 살려내는 건 어떤가?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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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펀트 헤드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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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내친구의서재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예기치 못했던 사건 하나 때문에 당신의 일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치자.

만약 여기서, 그 사건이 아예 벌어지지 않도록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약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그 약을 기꺼이 복용할 것인가?

정신과 의사 기사야마는 아내 기키와 슬하에 두 딸, 마후유와 아야카를 두고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기사야마의 속내는 묘하게 뒤틀려있었다. 배우인 아내의 전 스토커를 잡아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별장 '불사관'에 가둬 강제로 ○○하기도 하고, 가족을 감시한 방송인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죽인다. 그리고 길에서 마주친 곤경에 처한 남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그 대가로 남자와 함께 '콘셉트 호텔 가네샤'로...

그 일이 그에게는 화근이었다. 다음 날, 첫째 딸 마후유가 가족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고 집으로 데리고 온 남자가 하필 기사야마가 호텔로 데리고 갔던 남자였고, 그 남자는 기사야마와 있었던 추잡한 일을 숨기지 않고 모조리 말해버렸다.

"이런 행복한 생활, 꿈은 아닐까 몇 번이고 생각했어. 역시 진짜가 아니었네."

아내는 이 말을 남기고 두 딸과 함께 기사야마를 떠났다.

기사야마는 혼자가 되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물어보고 싶다.

만약 당신이 기사야마의 입장이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의문의 약을 써서라도 이 균열을 막을 것인가?

이러한 이야기를 가진 시라이 도모유키의 『엘리펀트 헤드』는 추리·미스터리 소설 장르의 한 갈래인 '특수 설정'을 깔고 있다. '특수 설정'이란 비현실적인 설정 ─ 예를 들면 이름을 적으면 죽는 노트 등 ─ 이 있고, 그 설정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장르를 일컫는다. '특수 설정' 장르를 아직 많이 접해보진 못한 탓에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는 어려운 단계지만, 『엘리펀트 헤드』는 아직 추리소설 초보자인 나에게 특수 설정 장르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다.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작가의 발상이 놀라운 작품.

『엘리펀트 헤드』는 2022년에 개봉했던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멀티버스', 그리고 '잔인함'이라는 면에서 많이 닮아있었다. 과거로 돌아가 가정의 붕괴를 막으려 하지만, 그 의문의 약 탓에 생겨버린 또 다른 기사야마의 멀티버스들. 어떤 기사야마는 운이 좋아 붕괴되지 않았고, 어떤 기사야마는 도망자 신세가 되었으며, 어떤 기사야마는 붕괴는 일어났으나 잘 복원했다. 또, 어떤 기사야마는 병상 신세를 지게 된다. 이렇게 분열된 모든 기사야마들은 잠이 드는 순간 한곳에 모여서 대화할 수 있는데, 어느 날, 아내의 전 스토커인 '페페코'의 죽음으로 기사야마들은 하나의 사실을 알게 된다.

한 세계에서 어떤 인물이 죽으면, 다른 세계에서도 그 인물은 모두 죽는다는 것.

그리고 연이어 터지는 주변인들의 기괴한 죽음들.

과연 '어떤 시간선의 기사야마'가,

'어떻게' 죽인 걸까?

『엘리펀트 헤드』의 특수 설정과 그 설정 위에 세워진 트릭이 아무리 좋았다고 해도, 노골적인 묘사와 잔인함, 비윤리적인 이야기에 아무에게나 추천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 얼마 전에 읽었던, 2003년에 '19세 미만 구독불가', 이른바 빨간 딱지가 붙은 소설책보다도 더 심했다. 추리·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이에겐 분명 엄청난 충격을 주는 작품임에는 틀림없으니, 그만큼의 대가는 지불해야 할 작품이다. 이런 탓에 아무에게나 감히 권하기보다는, 이런 쪽에 익숙한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각오와 함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만약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면, 시라이 도모유키의 전작인, 『명탐정의 제물』과 『명탐정의 창자』를 읽어보고 결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이유는 이 두 작품에서 작가의 스타일이 느껴지기 때문. 『명탐정의 제물』에서는 '다중 추리'와 '모든 것이 복선'이라는 특징이, 『명탐정의 창자』에서는 '특수 설정'이 두드러진다. 조금 순한 맛의 시라이 도모유키 월드를 경험해 보고, 좋았다면 그때에는 『엘리펀트 헤드』를 과감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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